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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림의 왕 수니 Jan 08. 2024

어머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올빼미족이 된 나의 시어머니

* 출처 : 디스패치 기사 (https://www.dispatch.co.kr/950482)


2022. 7월 말.

여름휴가가 아닌 병원에서의 뜨거운 5박 6일을 보내고,

드디어 '천국'이라 불리는 조리원으로 향했다.


코로나 베이비답게 2주의 조리원 이용기간 중 산모 외 보호자는 1인, 최초 1회 입소만 가능했고,

다행히 이 아쉬움은 신생아실에 설치된 베이비캠을 통해 달랠 수 있었다. 간단한 입소 안내를 받은 후 남편에게 서둘러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이거 베이비캠 어플 설치법이야. 가입한 이메일 주소로 조리원에 계정 등록하면 내일부터 볼 수 있대."

"그래? 바로 할게."


잠시 후 전송된 2개의 이메일 주소.

하나는 남편 거였고, 다른 하나는 h*k****@........  주소를 보니 시어머니의 이니셜 같았다.

부모만 신청할 생각이었는데 굳이 조부모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곧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8년 만에 본 첫 손녀인데 얼마마 궁금하시겠어..

지방에 계시는 데다 면회도 안되니.. 이렇게라도 보시면 좋지 뭐.')

 

그리하여 내 것을 포함한 총 3개의 계정을 등록했고, 곧 연결되었다.



그날 밤.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의 벨소리

수신자는 어머님이었다.


"네, 어머님."

"잤나? 딴 게 아이고 애기가 딸꾹질해가 카톡을 했는데.. 못 본 거 같아가 전화했다."

"아.. 그래요?"

"어. 아까는 좀 있다 봐주러 온 것 같더니, 지금도 또 하는데 아무도 안오대."

"네, 제가 신생아실에 확인하고 전화드릴게요."

"그래라."


시계는 밤 12시를 향해가고 있었고,

'애기가 딸꾹질하는데'라는 본론만 적힌 9글자의 메시지가 밤 11시경 전송되어 있었다.


일단 신생아실에 전화해서 아기 체크를 부탁한 뒤,

어머님과 다시 통화를 했다.

잠깐의 통화들이었지만 출산 1주일 차여서였을까

피곤함이 몰려왔고 이에 정신없이 잠을 청했다.



다음날 오후

"카톡!"

어머님의 연락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1시경의 전화.

또다시 어머님.


"네 어머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어~ 잤제? 아가가 걱정돼 잠이 안 와가 (전화)했다.

아까부터 속싸개에서 손을 뺐는데, 넣어달라 연락해 봐라."



그리고 날이 밝자 또 이어진 카톡.

오 마이 갓이 아닌.

오 마이 어머님 !!!


계속된 연락이 취조처럼 느껴진 나머지 묻지도 않으신 시간까지 적어가며 보고하듯 답장을 드렸다.


(‘집에 안 가고 산후조리원 온 게 못마땅하신 건가..?‘)


조리원 생활은 노래 제목처럼 24시간이 모자랐다.

3시간에 한 번씩 울리는 수유콜, 3번의 식사와 간식,

2번의 모자동실, 마사지 등의 공식 일정이 있었고,

이 외의 시간엔 유축, 아기 모유수유 및 케어법 유튜브 찾아보기 등으로 채워갔다.

그랬기에 오래 누워 있는 시간은 취침시간뿐이었고, 제왕절개로 인한 더딘 회복 탓에 숙면이 절실하다 보니

밤낮 없는 연락은 무척이나 서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결혼생활 중,

단 한 번도 이렇게 연락하신 적이 없었다.

너무나 소중한 첫 손녀이기에 모든 것들이 걱정되어 잠못이루시고 연락하셨겠지…


다시 이어진 어머님의 메시지에

서운함은 한구석에 접어두고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이틀 뒤,

“카톡!”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메시지가 된 어머님의 연락이었다.


이렇게 따스한 메시지와 함께

어머님은 조리원 비용까지 남편을 통해 송금해 주시며

모든 마음을 전하셨다.


shout out to 어머님!!!! 짝짝짝!!


그렇게 며칠간 계속됐던 어머님의 모니터링(?) 사건은

아주 아름답게 마무리되었고, 그사이 입소했던 남편의 다리는 내 간식셔틀로 매우 후들거렸다고 한다.

(제 다리는 아니니까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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