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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by 김영근

우리 내외와 내 아이들은 사뭇 다르다. 그중 하나는 반려동물에 대한 태도다. 우리 내외는 이제껏 반려동물을 키워 보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더하여 내 경우엔 직업상 쌓인 이력 탓이기도 하겠지만 개나 고양이는 딱 질색이다. 검은색 겨울 울 코트에 개나 고양이 털을 잔뜩 묻혀온 세탁물을 받아 본 세탁업자들이라면 나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우리 부부와 달리 아들 내외는 고양이를 키우고, 딸 내외는 개를 키운다. 어찌하리, 아이들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는 까닭을 묻지 않고 그냥 내 새끼가 된다. 하나 아이들의 개나 고양이는 내 속내를 이미 꿰뚫고, 제 놈들을 한 다리 걸러 대하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는 듯하다.


딸 내외는 아픈 경험을 잊지 못하는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다. 녀석은 딸과 사위, 특히 사위 곁을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한다.

모처럼 딸과 사위 그리고 수키(아이들이 키우는 개 이름)가 찾아와 이틀 동안 함께 한다. 오늘 낮에 아내와 사위와 딸은 교회 주일 예배를 드리려 가고, 수키와 내가 단 둘이 집에 머문 약 한 시간 반은 내게는 정말 긴 시간이었다.


수키 – 녀석은 나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울음과 짖음으로 외쳤다.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른 쪽은 나였다. 한 시간 여 녀석을 달래다 지친 내가 택했던 방법은 녀석과 함께 창가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창 밖을 바라보는 수키 녀석의 간절함이라니! 나는 언제 그렇게 간절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와 수키의 울음과 짖음이 멈춘 후, 나는 두 어 시간 삽질을 했다. 지난 해 보다 한층 넓어진 텃밭에 씨를 뿌리기 위해.


이 나이에 수키만큼 만이라도 무언가에 간절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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