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천국

들어가는 글

by 김영근

이즈음 제가 받는 우편물들 거의 대부분은 광고물들입니다. 이런저런 고지서들은 온라인상에서 오가고 있거니와, 손 편지를 주고받을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광고물들은 대개가 노인을 상대로 한 것들입니다. 노인 아파트나 주택 선전, 노인 보조 용품 선전, 각종 의료 선전, 양로시설 선전 등등인데 대개가 우체통에서 꺼내 집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곤 합니다.


오늘 받은 우편물 가운데는 실소를 자아내는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장례비 인상 안내 Funeral Inflation Notice>라는 제목이 달린 편지입니다. 편지 내용입니다.


<당신이 집을 샀을 때 또는 차를 샀을 때의 가격을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와 그때의 가격을 견주어 보십시오. 식료품 가격은 어떻습니까? 세상이 다 바뀌고 있지만 가격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격인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저희 장례업계도 역시 피할 수 없답니다. 지난해 이래 거의 20% 이상 장례비용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즈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조만간 또 오를 듯합니다.

저희들은 이런 현실에서 고객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날이 1년 뒤에 오든 5년 뒤, 10년 뒤 아니 그 이후 언제라도 오늘과 똑같은 가격으로 모든 장례예식을 치를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 달 말일까지 이 상품을 구입하시면 가족 중 누가 언제 가시더라도 2026년 3월 31일 현재 가격으로….>


제 얼굴에 실소가 가시기도 전에 머릿속에 떠오른 시집 하나, 천상병 시인의 <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이었습니다.


그 시집의 제목이 된 시 소릉조입니다.


소릉조(小陵調)

- 70년 추석에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1970년 추석에 천상병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집니다. 두 해 전 그는 말할 수 없는 모진 고문을 받은 후였습니다. 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마지막 연을 되뇌어 봅니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이 세상 삶을 <아름다운 소풍 길>이라고 노래한 시인의 이승과 저승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우리 옛 어른들이 생각했던 이승과 저승보다는 이 땅과 하늘나라에 대한 생각에 빠져 살아왔습니다. 아무래도 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일 터입니다.


시인이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이라고 해학을 남겼듯이, 어릴 적부터 제가 듣고 배우고 읽었던 하늘나라는 ‘저승 여비’ 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들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런 생각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찾아가는 흉내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한 통의 편지와 함께 오래된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하여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

《당신의 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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