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써요, 할머니.
7월 8일,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으신 할머니는
3개월이라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도
딱 6주만을 채우고 가셨다.
그냥 평범했어야 하는 날에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 그냥 현실을 부정했던 것 같다.
사실 와닿지 않은게 컸다.
나는 본가에서 멀리 일을 다니고 있어서 그랬는지
뭔가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믿어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눈물 그리고
할머니는 뭔가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을까?
나름대로 발버둥 치던 것들이 오히려 그것을 피부에 와닿게 했다.
얄궂게도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수인계 중
대직자가 없어 휴가도 쓰지 못하고 (핑계일 지도 모르지만)
물론 많은 분들이 배려를 해주셔서
금요일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집에 가는 것이 고작 내가 할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었다.
첫주와 둘째 주 그리고 셋째 주까지도
할머니는 암에 걸리신 분 같지 않았다.
3주동안 금요일, 토요일 이틀을 뵈면서
뭐지? 진짜인가?
내가 아는 할머니 그대로였는데.
셋째 주 부터 평일 오후 한번씩 전화를 걸던 것을 할머니는 받지 않으셨다.
잠이 많아지셨다고 한다.
방해 되지 않으려면 할머니가 깨셨는지
큰아빠한테 여쭤보고나서 통화를 해야 한다는데
그러고 싶진 않았다.
오래 주무시긴 하시지만 깨어날때는 에너지있게 생활하신다고 하셔서
그런가보다, 그럼 1주 2주 3주에 뵈었던 할머니가 나를 맞이해주시겠지. 했는데
노란 얼굴의 할머니가
내 얼굴 노랗지 라고 말씀 하셨다
아니라고 했다
그날 내 생일이었는데
할머니는 내 생일을 축하해주시면서
아이스크림을 두 조각 드셨다.
"죽기 아까운 세상이야."
그날 차에서 아빠랑 집에 오면서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그깟 아이스크림.
그리고 그 다음 주에도 찾아뵈었는데
눈을 못뜨셨다. 금요일이 광복절이라 목요일에 찾아뵈었는데
내가 일찍 왔다는걸 아셨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물으셨다
"금요일이요" 반사적으로 이야기 했다가
아빠한테 핀잔을 들었다. "오늘이 목요일이지, 무슨 금요일이야."
그리고 할머니는 그 주 금요일도 토요일도 말씀이 없으셨다.
눈만 감고 계셨다. 이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말을 하면 너무 힘들어하신다고 하셨다.
미리 목소리를 녹음해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마지막 주
매주 할머니 다리를 마사지해서 붓기를 빼주던 아빠도
이제 안마를 멈췄다.
할머니의 모든 것들이 느려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이 상태로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시는구나
몇번이나 더 뵐 수 있을까 하다가 기숙사로 다시 돌아온 날
그날 새벽 잠이 안오더라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주무시다가, 고통없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말이 참 다행이지만 죽음을 맞이한 자 외엔 모르는 일인데
난 그 말을 듣는게 너무 싫다
할머니는 천국에 가셨으리라 믿는다.
우리 가족들 모두 확신한다.
할머니는 우리 가정안에 끝까지 믿음의 씨앗과 행복 그리고 사랑을 알려주시고 갔다.
할머니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위로가 되고 안식이 되는 기간이었고 너무도 회복이 되는 시간이었으나
더 잘해드릴걸
BHC먹기가 싫다 할머니는 맛초킹을 참 좋아하셨는데
딱 한번만 더 시켜드리고 싶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너무 많이
사랑해요. 저를 지켜봐주세요.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사랑하고 베풀며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