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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y 06. 2018

사티아 나델라가 그리는 클라우드 이후 컴퓨팅의 세계

[북앤톡]히트리프레시를 읽고

마이크로소프트는 PC의 시대를 연 주역이었지만 인터넷은 구글, 모바일은 애플과 구글에게 주도권을 내주면서 한때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 뻔했다가... 사티아 나델라 CEO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나델라 CEO가 꺼낸 카드는 클라우드 퍼스트였다. 


나델라의 지휘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DNA와도 같았던 윈도 우선주의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지분 확대에 올인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이를 기반으로 IT판을 주도는 빅5 회사 중 하나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가 회사의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히트리프레시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트랜스포메이션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하지만 공감을 강조한 나델라의 리더십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생태계에서 크게 욕먹지 않을 뿐더러 혁신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클라우드를 키우기 위해 윈도의 최대 경쟁 플랫폼인 오픈소스 리눅스를 사랑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오픈소스에 오자만 꺼내도 예민해하던  10여년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격세지감이다.


IT 패러다임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사티나 나델라가 강조하는 클라우드, 모바일 퍼스트 패러다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략 키워드를 수시로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갈아끼울 수 있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사티아 나델라는 히트리프레시에서 클라우드 이후의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며 신경을 썼다. 클라우드 이후를 이끌 키워드는 혼합현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세가지였다.


나델라 CEO는 현재는 혼합현실과 인공지능, 그리고 양자컴퓨팅이 독립적인 흐름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하나로 얽힐 것임을 장담한다며 향후 몇년후 컴퓨팅 패러다임을 이끌 세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 기술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가늠해볼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는 혼합현실을 활용하여 최고의 컴퓨팅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 혼합현실은 인간의 시야를 컴퓨터 화면으로 대체해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 세상을 하나로 합치는 기술이다. 우리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에나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와 앱, 심지어 동료나 친구에게 접근하고 싶다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이든 소비자를 방문하는 중이든 회의실에서 동료와 함께 작업하는 중이든 상관없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경험에 동력을 공급하고 통찰과 예측 능력을 활용하여 우리 힘만으로는 도달하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인간의 역량을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양자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함으로써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을 길을 열어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혼합현실은 빌 게이츠 창업자의 의지도 크게 반영된 듯 하다. 책을 보면 홀로렌즈를 키워보자는 결정이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내려진 것도 빌 게이츠의 의중이 반영됐다. 인공지능에 대한 자신감도 강하게 엿보인다. 구글이 알파고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모았지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경험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에 뒤질것은 없다는게 나델라 CEO의 설명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대행 기능과 사람들의 상호 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코타나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매순간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오피스365와 다이나믹스365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인공지능이 탑재될 것이다. 우리 서비스의 기초를 이루는 패턴 인식 능력, 지각 능력, 인지 능력을 전세계 모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제작하고 모든 사람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양자컴퓨팅에 대해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빅피처를 그리는 듯 하다.


양자 컴퓨팅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과학적 공학적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연구중인 수학적 돌파구는 위상학적 큐비트다. 초전도성과 관련해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는 신뢰도가 대단히 높고 안정적인 위상학적 큐비트 수천개를 생산하는 제조 공정이다. 컴퓨터 과학과 관련해 필요한 돌파구느 양자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새로운 컴퓨터 사용 방식이다.
어느날 양자 컴퓨터가 엄청나게 빠른 독립형 PC의 모습으로 사무실 책상에 놓일 것이라는 상상은 금물이다. 대신 양자 컴퓨터는 보조 처리 장치로서 기존 처리 장치로부터 명령어나 신호를 받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클라우드 내부에 자리잡고 인간의 가장 터무니 없는 꿈을 뛰어넘어 대단히 복잡한 연산의 수행 속도를 높이는 하이브리드 장치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개인 비서는 사용자를 위해 수입억개의 그래프가 첨부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이때 순식간에 수십억개의 가능성을 살핀 다음 몇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는 양자 컴퓨터가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확장 가능한 큐비트 기술이 존재하는 단계까지 실험과 연구 개발이 진행됐다. 우리는 몇년후면 소형 양자 컴퓨터가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면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할 짧은 양자 알고리즘으로 초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외모도 그렇고 들은 얘기도 그렇고 책을 봐도 그렇고 사티아 나델라는 '나를 따르라'형 리더는 아니다. 그는 책에서 끊임없이 공감과 경청을 얘기한다. 특히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려면 공감은 알파요 오메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읽다보면 공감 관련 얘기가 반복되다보니 다소 지루한 감도 있지만 그가 문화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이를 기반으로 어려운 변화를 이끌어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IT의 강자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 또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티아 나델라가 그렇게 강조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나 구글을 제치고 넘버원의 자리에 오를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아마존이나 구글은 다른 주력 사업이 있어서, 클라우드로 당분간 큰돈 안벌어도 된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지만 클라우드가 주력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숫자로 보여지는 사업의 성과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물량공세전이 붙었을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로선 주주들의 신경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쓰게 될 수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가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혼합현실을 대중화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기업과 일반 소비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B2C 시장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과 싸우는 장면까지는 상상이 잘되지 않되지 않는다. 기업 시장은 빌 게이츠 창업자가 회사를 이끌던 시절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전략적인 우선 순위였다. 


비커밍스티브 잡스라는 책을 보면 빌 게이츠가 컴퓨팅 바라보는 시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빌 게이츠는 그런 로맨스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PC가 할 수 있는 훨씬 더 정교한 일들의 요점을 놓친 순진한 환상으로 치부했다. 물론 소비자 시장은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기업체 직원보다는 일반 소비자의 수가 훨씬 많으며, 그들에게 적절한 제품을 팔수만 있다면 누구든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개인용 컴퓨터는 여전히 소비자의 방대한 다수를 흥분시키거나 의미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성능과 기능이 충분치 못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너무 비쌌다. 하지만 기업 시장은 달랐다. 그 모든 크고 작은 회사의 그 모든 탄생이  제시하는 잠재적 pc 판매량이 빌 게이츠의 전략적 슬기와 초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회사들은 윈도 pc가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과 일관성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점진적 개선을 환영했고 게이츠는 그들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잡스는 그에 대해 입에 발린 말을 해주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잡스는 극적으로 나은 컴퓨터가 유저에게 풀어줄 훨씬 더 많은 잠재력에 대한 개념에만 흥분을 느꼈다. pc의 두 공동 부모 사이의 이러한 근본적 차이는 그날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명확해졌다. 


이런 DNA를 가진 마이크로소프트는 과연 B2B를 넘어 B2C 시장에서 슈퍼파워가 될 수 있을까? 히트리프레시를 보면 시타아 나데라는 일단 개인 사용자 보다는 기업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기업용 컴퓨팅 시장의 넘버원으로 만드는 것이 사티아 나델라에게 주어진 임무 같아 보였다. 책만 보고 판단한 것도, 제대로 바라본건지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B2C 전략에 대해 한번 취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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