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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y 03. 2018

쿠팡, 이제 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

[현장앤톡]스프링캠프2018에 비친 쿠팡의 개발자 마케팅 전략

지난달 21일 쿠팡 본사에서 열린 스프링 개발자 커뮤니티 행사인 스프링캠프2018 현장.


취재하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직접 참석해 개발자들에게 쿠팡이 기술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또 지금까지 기술을 통해 거둔 성과는 무엇인지를 직접 공유했다.


그가 전한 핵심 메시지는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쿠팡에서 왜 스프링캠프 같은 행사를 후원하느냐, 또 회사에 개발자가 왜 이렇게 많냐고 하는데, 쿠팡은 기술이 전부다."

김 대표는 얼핏보면 기술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물류 시스템을 예로 들어 쿠팡에서 기술이 갖는 존재감을 강조했다.

"물류 서플라인 체인에서 대표적인 롤모델이 월마트다. 월마트는 12만개에 달하는 상품가지수를 보유하고 있다. 상품가지수가 많아지면 재고 회전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의 대형 마트는 상품가지수가 5만개 정도다. 월마트가 보유한 12만개는 한국 최대 마트의 2배인 셈이다. 월마트는 이걸 1년에 8번 회전시킨다. 45일에 한번 꼴이다. 월마트 전에는 가능하지 않다고 봤던 결과다. 코스트코의 경우, 1년에 11번을 회전시킨다. 한달에 한번꼴이다. 대신 코스트코는 가지수가 4000개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에 대해 언급한 뒤 김 대표는 쿠팡에 대해 얘기한다.

 "쿠팡은 1년에 12번 회전 시킨다. 그런데 쿠팡은 가지수가  수백만개다. 적은 규모가 아니다. 사람 손으로 이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쿠팡에선 매일 수백억원의 매입 주문이 이뤄진다. 각 물류센터에서 얼만큼을 보낼지도 기술을 통해 계산된다. 특히 모바일 쇼핑의 경후 밤에 주문이 많다. 엄청난 주문을 들어오느데, 대부분 조합이다. 다양한 상품들의 조합들이 몇분 단위로, 빠른 시간안에 조립되지 않으면 다음날 배송이 어려워진다."

김범석 대표는 "이같은 기술은 혼자만든 것이 아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우리의 동반자다. 쿠팡에선 스프링을 기반으로 수백가지의 기술들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로 전환한 것도,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 한 것도 모두 오픈소스와 스프링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테크블로그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기술을 강조해온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쿠팡은 오래전부터 테크 기업임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쿠팡에는 동종 업계 대비 많은 개발자들이 있고, 핵심 서비스 대부분은 쿠팡 내부에서 직접 개발한 것들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쿠팡의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쿠팡이 1년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일각에선 수천억원씩 까먹고 있는데, 아무를 투자를 많이 받았다고 해도 회사가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의견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언제나 적자는 사업 경쟁력이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기술과 물류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데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었다. 어느정도 예상했고, 감당할 수 있는 적자라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주문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가는 만큼, 수익성도 점점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쿠팡의 메시지를 담은 스피커는 볼륨이 크지 않았다. 쿠팡을 출입하는 기자들 대부분이 기술을 잘 모르는 유통 담당이다보니, 쿠팡의 기술보다는 쿠팡의 숫자를 주목했다. 숫자를 주목하는 이들에게 기술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로켓배송도 물류일 뿐이었다. 기술 관점에서 로켓배송을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쿠팡은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올해 김범석 대표까지 참석한 가운데 스프링캠프2018을 후원한 것은 앞으로 기술을 이해하는 개발자 생태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쿠팡의 기술 스토리가 많이 유통되도록 하기 위한 일환인 것 같다. 테크 블로그를 오픈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좀더 많은 얘기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좋은 개발자도 영입하고 기술 회사로서의 이미지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참고로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스프링캠프는  스프링 프레임워크 사용자 커뮤니티인 한국스프링사용자모임(KSUG)이 주관하는 행사로 JVM(Java Virtual Machine) 기반 시스템의 백엔드(Back-end) 또는 서버사이드(Server-side) 영역 애플리케이션 서버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스프링프레임워크 관련 행사다.


전통적인 유통업의 관점에서 이문을 남기지 못하는 쿠팡은 문제가 많은 회사일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지금 당장의 숫자보다는 기술역량이 가져올 잠재력을 소재로 미래를 말하고 싶어한다. 이같은 메시지가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쿠팡이 개발자 생태계를 상대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구경꾼 입장에선 꽤 흥미로운 행보다. 개발자 생태계와 쿠팡의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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