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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pr 29. 2018

심리학이론 '펠츠먼효과'로 한국경제혁신을 말하다

[북앤톡]감정동물과 경제철학의전환의 큐레이션

정부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며 규제 완화를 외치는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만으로 한국 사회 전체에 걸쳐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다 잘되거란 낙관론도 있지만 사회 안전망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 규제 완화는 웬만큼 먹고 살고, 배울 만큼 배운 소수가 혁신의 혜택을 독점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사회 안전망 강화 없는 규제 완화론만으로 사회 전체에 혁신의 DNA를 퍼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한 심리학 이론도 있는데, 바로 펠츠먼 효과다. 인간은 자신이 더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느낄수록 위험을 더 즐기려 한다는 이론이다. 펠츠먼 효과는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며 경계 대상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혁신의 기반으로도 통하고 있다. 활용하기 나름이지 싶다.



강준만 교수가 쓴 감정동물에서 펠츠먼 효과는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사람은 안전하다고 믿을 수록 위험을 감수하려 하고 거꾸로 상황에선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강준만 교수는 자동차를 예를 들어 펠츠먼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기 자신이 좀더 안전해졌을 때뿐만 아니라 타인이 좀더 안전했다고 여길때에도 리스크 보상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앞에 가는 차량에 ABS가 장착되었을 때 차를 더욱 빨리 몰아 앞 차 가까이에 붙이는 등 위험하게 운전하며 자전거를 탄 사람이 헬멧을 쓰고 있으면 자동차는 평균8.5 센티미터 더 가깝게 자전거를 스쳐 지나간다. 자전거 운전자가 여자인 것처럼 가발을 쓰면 자동차 운전자는 더 가격을 두어 안전 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자가 자전거를 덜 안전하게 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보 운전자가 초보 운전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바로 그런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은 단지 차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부주의하게 운전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자동차의 안정성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더욱 주의해 운전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모한 운전의 편익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고 가는 도중에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등 많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독일 심리학자 미하엘 아셴브레너와 베른하르트 빌은 독일에서 잠기방지제동시스템(ABS)이 자동차에 한창 도입되던 1980년대 뮌헨의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운전 습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평소 난폭한 운전을 즐기던 사람들은 ABS가 장착되자 차를 더욱 위험하게 모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년동안 ABS를 장착한 택시의 교통 사고율이 더 높게 나왔으며 이런 변화는 캐나다와 덴마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펠츠먼 효과는 금융에 접목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가 겪은 두 차례의 금융위기도 안전 추구의 산물이었다.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하게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그랬다. 역사상 미국 전역에서 집값이 떨어진 적은 없었으므로 그에 연동된 주택저당증권도 안전하다고 여겼다. 금융혁신의 도움으로 리스크를 보다 감당하기 쉬워지자 빛을 내 집을 사는 일이 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믿었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자산을 위험한 파상상품에 몰아넣었고 안전을 위한 조치는 부메랑이 돼 재앙을 불었다."

사회 안전망에 펠츠먼 효과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혁신의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 최소한의 먹고사니즘을 사회가 해결해준다면 사람들은 뭔가 의미있는 것들을 위해 베팅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로봇의 부상을 쓴 실리콘밸리 사업가 마틴 포드의 주장을 인용한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면 저는 더 많은 기업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중산층으로 올라서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시작할 겁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펠츠먼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안전망을 제대로 갖춰줄수록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거죠."

지금 한국 사회에서 혁신을 외치는 사람들은 자유주의 마인드에 기반한 새로운 엘리트 그룹으로 비춰진다. 배울 만큼 배우고 새로운걸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혁신을 통한 사회 변화를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 면도 있도 있지만 혁신의 대상 쪽에 있는 이들 입장에서 보면 냉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혁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첨단 기술 기반 서비스는 소비자의 눈엔 혁신으로 보일지 몰라도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언젠가 자신의 목을 죄는 저승사자의 모습일 수 있다. 


펠츠먼 효과를 적용할 경우 지금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 마인드를 확산시키려면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도 자신의 책 '경제철학의 전환'을 통해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과 복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 사이의 조화를 강조한다.

"한국이 혁신 경제로 도약하려면 케인즈식 유효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 전략으로 없는 수요를 창출하는 카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복지강화를 패키지로 묶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변양균씨는 슘페터식 혁신 먼저를 부르짖지 않는다. 복지 확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다.


사회 안전망을 기반으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 슘페터식 파괴적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만 외치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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