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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y 20. 2018

이공계 위기론은 허구다

[북앤톡]공부논쟁에 나온 김대식 교수의 주장-2

예전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갔는데, 요즘은 의대를 향한다는 탄식(?)은 많은 이들 사이에서 이공계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김대식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와 그의 동생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부를 주제로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책 공부 논쟁을 보면 시험 잘치는 학생들이 의대 많이 간다는 건 이공계 위기론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일본은 노벨상 많이 받는데, 한국은 못받는 이유에서와 마찬가지로 김대식 교수가 도발적인 얘기를 주도한다. 


그는 시험 점수가 아니라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들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만큼, 점수 좋은 학생들이 의대와 법대에 들어간 건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다.


장원 급제를 노리는 학생들은그에 걸맞는 의대나 법대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영의정이 돼면 되요. 덕분에 자연대, 공대, 인문대에는 정말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우수한 학생이 올 수 있어요. 장인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거에요. 장원급제만 노리던 학생들이 그동안 장신의 세계까지 지배하면서 생겼던 부작용이 사라지는거죠. 그렇게 본다면 지금 상황은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인 겁니다.
이공계 위기라는 문제도 차원을 달리해서 바라보면 새로운게 보입니다. 그런데 도무지질문을 바꿔보지 않아요. 고등학교때 공부 잘한 학생이 물리학도 잘하고 연구도 잘할 거러는 믿음을 왜 진리로 받아들이죠? 주십식 교육이 싫다면서 왜 그 결과는 그대로 받아들이냐는 말이에요. 또 주입식 교육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에요.
어차피 나라 전체에 당장 노벨상을 탈수 있는 학자가 거의 없어요.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저보다 잘하는 학자가 많이 있다는 얘기에요. 대학 시절 학점이 나빠서 교수 임용 될때 심각하게 문제가 되었던 분이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대학때 학생 운동 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한 분이 나중에 발군의 연구 실력을 보인 경우도 흔합니다. 청소년기에 번아웃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힘을 발휘한 거죠. 지금까지 그런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일이 거의 없었던 걸 고려한다면 확률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생각해요.

성실 근면하고 책임감 강한 자세만으로는 이공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고등학교때 공부 잘한 애들은 열심히 산 학생들이고 목표도 뚜렸해요. 집안도 좋고 성실한 학생도 많죠. 그런데 창의성이 떨어져요. 그건 교수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에요. 그런데 왜창의성이 떨어지냐?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열심히 산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힘이 다빠진거에요. 머리가 번아웃되었다는 겁니다. 소진된거에요. 사실 우리나라는 영재 교육은 다 사기입니다. 영재교육받아서 잘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역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과학분야에서 공헌한 사람들 대부분은 일반적인 과정을 밟아 성장한 사람들이에요.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90% 이상이 일반 고등학교 나온 사람들입니다. 아주 특수한 몇몇 천재들의 사례를 포장해서 영재교육이나 조기교육의 효율성을 집증하려고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게 다 진실과는 거리가 있어요. 영재로 자주 거론되는 리처드 파인만 교수도 그냥 괜찮은 공립 고등학교 다녔을 뿐 영재 학교를 다닌게 아닌거든요.


김대석 교수는 이공계 위기론을 이유로 정부 지원을 더 받아오려는 것 보다는 교수 사회의 혁신을 강조한다. 


20대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30대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렇게 번아웃되는 경우가 없어요. 학자들의 정년 보장 심사를 엄격하게 해서 진짜와 가짜를 갈라내야 한다고 제가 주장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을 쥐어짜는게 아니라 30대 학자들을 쥐어짜야 과학이 발전합니다.


공부논쟁의 읽고 다음에 정리할 주제는 과학 분야에서 만큼은 잘되는 곳에 집중 지원한다는 개념이 완전히 현실을 무시할 것이라는 김대식 교수의 주장이다. 소수 엘리트가 이끌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분야이며, '운'의 영향력도 상당히 크다는 내용이 흥미로운데, 별도 포스팅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관련글]일본은 노벨상 많이 받는데, 한국은 못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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