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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ug 01. 2018

페이스북 IPO 전략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만 하다고?

[북앤톡]카오스멍키를 읽고

주식과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감이 심하게 떨어지는 편이라, 어떤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한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 회사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증거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도 하고 엑시트도 하고, 페이스북에서 월급쟁이라도 살다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해 지금은 전업 작가 겸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가 쓴 '카오스멍키'를 보니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야로가 많은 징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는 이를 위해 페이스북을 사례로 들었다. 페이스북이 IPO 하는날 시가는 42달러였고, 종가는 38.37달러였다. 그러자 언론들의 비판 기사들이 쏟아졌다.


페이스북 IPO 당일. 포춘을 비롯해 미디어들에선 페이스북 실패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포춘은 '페이스북 기업 공개 대실패'라고 머리기사를 뽑았고 포브스는 '마크 저커버그의 거대한 실수'라고 비난했다. 이들보다는 내부 사정을 좀더 잘 알아야 마땅할 실리콘밸리의 삼류신문 벤처비트도 '페이스북 개장 첫날 실망을 안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있던 저자는 페이스북의 IPO는 큰 실패가 아니라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큼 대성공이었다고 주장한다.


대관절 무슨 소리인가 싶다면, 기업 공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 공개란 정확히 뭘까?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지분 일부를 공공 시장에 내놓겠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덕분에 직원과 창업자는 소유한 주식을 팔아서 지난 수년간 쏟아 부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회사는 소유한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 둘 수 있다. 큰 투자 은행은 이른바 신디케이트를 만들어 이러한 지분을 페이스북에서 사들인 뒤 자본 시장에 판다. 
이 신디케이트는 가격을 보장하거나 가능한 최고가를 받아내겠다고 약속한다. 전자를 확약, 후자를 최선의 노력이라 한다. 전자의 경우 은행이 실질적인 실행 리스크를 지고, 공개 당일 주식이 확 뜨지 않으면 돈을 잃는다.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은행은 공개를 앞둔 기업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끔 유도하고 동시에 열심히 시장의 큰손에게 영업을 해서 시장에서 형성될 실질 가격을 올린다. 따라서 공개 당일에 주가가 갑자기 치솟는 현상은 떠들썩한 입소문이나 예기치 않은 관심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르노 선장 처럼 월가의 은행가는 실질적으로 자신이 시장을 조작해 놓고서 공개 당일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표현한다.
월가의 투자 은행은 자신의 돈과 평판이 걸린 질서 있는 시장을 운영하는 숙련된 솜씨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기업 공개 당일 주가가 갑자기 20퍼센트 급등하는 것을 보고 놀라는 척 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뒤가 구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추측상 오류 때문이라 이해한다 쳐도 그들이 공개 첫날의 주가를 과대평가해서 돈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주가를 과소 평가해서 큰돈을 벌어드링는 경우는 잦다는게 이상하지 않은가.


페이스북 IPO는 이같은 로직을 뒤집었다. 투자 은행들은 손해를 봤을지 몰라도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직원들에겐 대박에 가까운 IPO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외부 언론이 기업 공개의 대재앙이라며 야유했지만 사실 회사 사람들은 완전한 승리에 도취되었다. 페이스북은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꼴을 당하지 않고도 기업 공개에 성공했고, 산더미 같은 돈이 생겼다. 주주, 즉 직원이 회석화로 인해 입는 손해를 최소화하고도 목돈을 챙겨 최고의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싹트는 경쟁자를 인수해 버리고, 제품 개발에 있어 경쟁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 기업 공개에서 배워야할 교훈은 다음과 같다. X같은 주식 가격이 거래 첫날 급등해 성공을 알렸다라는 머리기사를 본다면, 창업자와 직원은 완전히 망했다. 그리고 은행가와 그들으 부유한 고객은 큰돈을 벌었다고 해석하면된다. 실제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스북의 경우는 달랐다.
페이스측의 누군가가 기업공개때 이룬 업적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만하다. 당시 CFO였던 데이비드 이버스만이 어떻게 은행가들을 으르거나 회유해서 높고 공정한 주가에 합의하도록 만들어 경과적으로 그들에게 엿을 먹였는지 알길은 없다. 하지만 그와 페이스북측의 누군가가 기업 공개때 이룬 업적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만 하다. 그들은 심지어 은행가들의 수수료도 깎았다. 그렇다. 은행가는 공공연히 바가지를 씌울 뿐 아니라 자신의 노력에 대해 고정 수수료를 받는다. 페이스북의 신디게이트는 수수료로 1퍼센트가 약간 넘은 소소한 금액을 받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요율은 때로 7퍼센트를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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