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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03. 2019

혁신 밸리 탄생의 결정적 순간

[북앤톡]직업의지리학을 읽고 

세계 각국, 나아가 각국 지방정부들이 혁신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한국이라고 다를리 없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한국의 할리우드, 한국의 뉴욕이 되자는 함성소리가 전국 곳곳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같은 혁신 도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만한 사람은 안다. 정부가 돈 쏟아붓는다고, 공무원들이 견학가서 배운다고, 무턱대고 기업을 지원한다고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지지 쉽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안다.


캘리포키아 대학 경제학 교수는 엔리코 모레티는 자신의 책 '직업의 지리학'에서 특정 지역과 국가의 혁신성은 첨단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창의적인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적 자본의 혁신을 좌우하니, 국가의 경제 정책도 좋은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어떤 지역에 강제로 데려오는건 말도 안돼고 하더라도 굴러가지 않는 만큼, 이들이 살고 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성장에도 좋고, 저임금 계층의 임금 상승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각종 통계를 근거로 전통적인 제조업이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많을수록 일자리 양과 임금 수준도 좋아진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요즘 실리콘밸리는 창의적인 창의적인 인재들이 넘쳐나고, 구글 등 이들을 고용하는 첨단 기업들이 다수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는 고품질 서비스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재와 기업들은 계속 몰려드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비용은 비싸도 그것을 상쇄하도 남을 충분한 플러스가 실리콘밸리에는 있다. 새 아이디어는 진공상태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창의적 근로자들의 상호작용은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는 학습 기회를 창출하는 경향이 있다. 짠물 경영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디지털 사업 부문은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 근처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실리콘밸리나 할리우드 같은 혁신 도시가 어떤 기획이나 의도가 맞아떨어져서 탄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획의 결과라기 보다는 우연한 사건이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 시애틀, LA를 예로 들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애틀을 날씨만 빼고는 가장 쾌적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곳으로 이전할 때에는 범죄율이 법죄율이 앨버커키보다 훨씬 높았으며 강도 사건도 인구 1명당 50%나 더 많았다. 시애틀 학교들의 질 또한 뒤죽박죽이었고, 박물관들은 황폐했으며, 대단히 재미있고 다양한 모습인 현재와 달리 식당들도 그저 그랬다. 당시 점포  세곳을 가진 작은 현지 기업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는 여전히 물을 탄 아메리칸 커피를 팔고 있었으며, 이 회사가 에스프레소 혁명에 불을 당긴 것은 훨씬 뒷날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년전 이코노미스트는 시애틀을 절망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비록 당시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앨버커키에서 시애플로 이전한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시애틀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변모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회사 이전이 얼마나 뜻밖에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은 둘다 시애틀 출신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그들이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과 함께 시애틀은 확 달라졌다. 아마존도 들어왔고 다수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홈그라운드가 되었다. 창의적인 창의적인 인재들이 넘쳐나고, 인재들을 찾기 위해 첨단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는 고품질 서비스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어떠한가? 역시 우연의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전설적인 첨단 기술 연구자 윌리엄 쇼클리가 과수원이 많은 이 지역에 도착한 것이 현지의 혁신 산업을 촉발시킨 씨앗이었다. 쇼클리의 제자들은 가운데 일부가 페어차이들 반도체 회사에서 최초의 집적 회로를 만들었을 떄 그 씨앗이 싹텄음이 분명해졌다. 뭉침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 뜻밖의 묘목은 결국 수 많은 일자리를 그 지역에 가져다둔 경제 기적의 시작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실리콘밸리의 탄생과 관련있지 않느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저자는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예컨대 쇼클리가 당시 팔로알토보다 산업 기반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었던 프로비던스에 자리 잡기로 결정했다면 실리콘밸리는 오늘날 로드아일랜드에 그 단지가 차려져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어떨까? 책을 보면 시애틀이나 실리콘밸리의 탄생 과정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할라우드의 탄생은영화 감독DW 그리피스와 관련이 있다.


할리우드의 결정적 순간은, 그리피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 대작 국가의 탄생,을 찍은 1915년에 찾아들었다. 제작비 8만5000달러를 쏫아부은 국가의 탄생은 1800만 달러가 넘은 흥행수익을 올렸는데, 국가의 탄생은 영화를 확실하게 주류에 편입시킨 작품이었으며, 그 시점까지 영화가 연극보다 못하다고 여기던 중산층 관객들에게 영화를 매력적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탄생은 로스앤젤레스의 미래 성공을 우한 씨앗을 심었다.

직업의지리학에서 저자는 인재가 국가 경제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정책도 인재들을 끌어오고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실업 보험 제도 등 대수술이 필요한 정책들에 대해서도 소신있게 발언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한국도 어느새 지방의 소멸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만큼, 수도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가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봐도 건물과 다리, 공항 많이 세운다고 없던 소멸을 향해 가는 지역에 생기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엘리콘 모레티는 책을 통해 물리적이 인프라가 아니라 인재와 교육에 투자하고, 혁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뭉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등주의보다는 되는쪽이 더 잘되도록 해서 성과를 공유해보자는 건데, 상황에 맞는 인센티브 개념을 적용해 보다는 측면에선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국민 경제를 고민하는 관점에서 대안이 될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우 소위 주류 경제학으로는 혁신 경제를 구축할 수 없다고 보는 쪽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몇몇 경제학자들이 함께 쓴 창조적학습사회를 보면 시장 중심의 경제가 혁신을 만든다는 논리는 증명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시장의 혁신 능력을 미화하는 사람들은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은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믿으며 따라서 자연스레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 후생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믿는다.  이런 믿음 뒤에는 혁신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만 승자가 패자의 손실을 초래하여 보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라는 추론이 있다. 이런 추론의 순진한 버전은 혁신의 혜택은 어떻게든 위에서 아래로 스며들기에 패자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력한 낙수 효과를 지지하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 외견상으로 GDP의 성장을 이끈 혁신의 결과로 오히려 많은 개인들의 사정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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