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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09. 2019

버락 오바마는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무비앤톡]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11/9를 보고

자타공인 민주당 진보 세력을 지지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119-트럼프의 시대를 보고.  


놀랐던 건 트럼프가 얼마나 증오를 부추기는지, 연임을 넘어 장기 집권에 나설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분노한 미시간 주 주민들을 상대로 보여준 의외의 퍼포먼스다.

영화를 보면서 트럼프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건 삶이 어려운 백인 남성이 아니라 오바마가 보여준 의외의 퍼포먼스에 분노한 미시간주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주민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내막은 이렇다.


영화는  공화당 소속으로 지금이 없어진 PC업체 게이트웨이 CEO도 지냈던 릭 스나이더가 미시산주 주지사가 된 이후 주 도시 중 하나인 플린트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뜨악 했던 것은 안해도될 공사를 해서, 수돗물 상수원을 스나이더 주지사가 주도적으로 바꾼 대목. 달라진 상수원이 퀄리티가 좋지 못했던 탓인지, 공사후 멀쩡하던 수돗물에 납과 같은 중금속이 기준치 훨씬 이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수 플린트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발견됐고, 분노한 이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했는데, 스나이더 주지사와 주정부는 들은척 만척.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반복했다.


그러다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공화당 선거 운동에 자금을 많이 댄 자동차 업체 GM 공장도 플린트에 있는데, 수돗물이 바뀐후 제조된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주정부의 대응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신속한 조치도 취해졌다.

조치의 골자는 GM 공장만 예전에 하던대로 돌아가고 원래 대로 해달라고 요구해왔던 주민들에게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을 받는 수돗물을 계속 주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플린트 주민들의 요구는 국가적인 이슈가 됐고, 당시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가 비행기를 타고 현지를 방문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겠다는 버락 오바마는 카메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느닷없이 물한컵(a cup of water)를 달라고 요청한다. 물한병(a bottle of water)가 아니라 컵에 달라고 한 것은 주민들에게 의해 문제가 있다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는 물을 직접 마시겠다는 것이었다.


물한컵이 오자 오바마는 한모금 살짝 마시고 컵을 내려 놓는다. 다 마시지도 않고 살짝 입에만 대고 컵을 내려놓은 오바마의 퍼포먼스는 스나이나 주지사와 주정부에 의해 물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보여줬다는 명분으로 활용됐고, 오바마가 직접 왔으니,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했던 플린트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분노를 안겨주었고, 다수가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전하고 있다.


영화를 보니 오바마는 물한컵을 살짝 입에만 내고 내려놓은 장면을 두번이나 연출한다. 한번은 "내가 어릴때는 벽을 긁으면 몸에 안좋은게(이 멘트는 영어로만 나와 납인지 중금속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못해 몸에 안좋은 것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많이 나왔다"는 말까지 남기면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힐러리는 미시간주에서 2% 차이로 트럼프에 패했다면서 이것은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변수가 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민주당의 보수화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온 인물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세력인데, 미국 서민들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다.  무어 감독은 민주당이 이대로 가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민심이 민주당을 떠날 수 있다면서 트럼프의 탄생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영화를 통해 강조하는 모습이다.


현지 미국 민주당이 어떤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흑익이나 히스패닉계 지지 없이 실리콘밸리도 대표되는 혁신가들, 잘나가는 자유주의자들의 지지 만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지금  백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흑인과 히스패닉계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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