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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Nov 16. 2019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화, 비트코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각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패러다임은 핀테크 혁신과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와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현금으로만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영역까지 파고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구글 마케터인 주영민씨가 쓴 책 '가상은 현실이다'를 보면 각국 정부 차원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적극적이고도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반강제로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인상도 풍긴다.


“스웨덴은 현금없는 사회의 완성형 같은 고시다. 1661년 유럽에서 처음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이제 가장 빠르게 현금이 사라지고 있는 나라다.  스웨덴의 전체 결제에서 현금 사용 비율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외에는 모두 신용카드와 모바일앱을 통한 비현금 거래가 이루어진다.  정부가 제정한 법에 따라 소매점은 현금 결제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으며,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는 현금 사용이 금지됐다. 교회 헌금도 전자 결제로 걷히며, 노숙자까지 스웨덴의 결제 어플리케이션인 '스위시'로 구걸한다.
“스웨덴을 따라 많은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덴마크 정부는 동전과 지폐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2016년 인도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500루피 이상의 고액권을 환수해 폐기하는 급진적인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2015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이미 7퍼센트대인 현금 사용율을 더욱 낮추기 위해 1000유로 이상 결제에 대해선 현금 결제를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정부 입장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국가 운영에 대단한 플러스 효과를 제공한다.


“전세계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억제하고, 신용카드나 모바일결제와 같은 그들이 감시를 할 수 있고,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방식의 결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금 사용을 금지하거나 억제하고 현금 발행 자체를 중단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은 국가에서 개인 간 거래 행위가 거의 모두 데이터로 남아 정부는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볼수 있게 되었다. 현금 거래는 불투명하고, 나쁜 것으로 지속적으로 홍보되며, 정부는 기업이나 개인보다는 돈에 대해 더 강력한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개인들 입장에서도 현금은 점점더 번거롭고 불편한 존재가 됐다. 현금없는 사회에는 현금을 압도하는 편의성과 이런저런 혜택들이 있다. 카드 안되니 현금을 달라는 상인을 만나면 심하게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편의성 측면에선 현금 없는 사회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프라이버시와 자유라는 가치 측면에게 이렇게 저렇게 따져볼 점들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금없는 사회는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마디로 사생활이 없는 사회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오늘날 신용카드 확산 뿐만 아니라 핀테크 혁신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현금을 활용하지 않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정부가 이 추세를 더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 억제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돈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즉 현금 없는 사회는 현상임과 동시에 정부의 어젠다이기도 한다. 현금 없는 사회가 완벽히 구현된다면 개인들의 모든 거래 내역과 소비 활동이 중앙회된 서버에 기록될 것이다. 
“정부는 이 기록을 서버에서 통제하며, 모든 자금 흐름과 개인의 경제 활동을 세세한 수준까지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금의 소멸은 개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지 모른다. 현금이 없어지는 만큼, 현금 거래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사생활과 자유는 크게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이 모두 데이터로 대체될때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영원이 작별할 것이다. 정부와 은행,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기업은 우리 생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될 것이다. 
“현금없는 사회란 결국 사생활 없는 사회다. 그것은 정부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사회다. 나아가 현금이 사라져 아주 개인적인 거래까지도 디지털 통화로 처리되고, 이 데이터를 정부나 은행, 기업이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이 개인을 통제하거나 억합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금 없는 사회란 디지털 독재 시스템으로 향하는 관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버액션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이미 비현금 거래가 대세가 되고 있는 지금, 어차피 사라질 현금을 없애는 것이 뭐가 큰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추적당하지않을 옵션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현금 없는 사회와, 추적당할 수 밖에 없는 현금없는 사회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검열 당하지 않는 자유의 최종 수단은 돈에서 나온다며, 비트코인을 추적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력한 옵션으로 평가한다. 


비트코인도 현금없는 사회를 이끄는 한 축으로 볼 수도있지만 지금까지의 현금 없는 사회에 담긴 것과는 반대의 DNA를 갖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가 통제와 편의성이라면 비트코인은 자유가 핵심이다. 비트코인의 자유를 이용하기에는 지금은 상당한 불편함이 따른다. 아무튼, 현금없는 사회와 비트코인은 같은편이 되기는 힘든 사이다. 컨버전스(convergence: 융복합)이 있으면 그 반대인 다이버전스(Divergence)도 있듯, 현금 없는 사회가 비트코인이 확산되는 토양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비트코인은 현금 없는 사회에서 디지털 현금 역할을 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사라지지 않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현금없는 사회는 앞으로 더 강력히 추진될텐데,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전과 지폐가 사라지고 디지털 통화만이 남았을 때, 사람들은 과연 현금 없는 사회에 만족할까?
“오히려 사람들은 새로운 현금을 찾아 나설 것이다. 여기서 추적할 수 없는 돈, 익명화된 돈인 비트코인은 현금의 대체재이자 디지털 통화에 대한 반대 쌍으로, 디지털 자본주의의 안티테제로서 사람들에게 널리 채택될 것이다. 비트코인 소액 결제를 빠르게 도와주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 혁신은 비트코인이 미래 현금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물론 미래 현금이 정말 비트코인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암호화폐가 될지는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미래에도 추적당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할 것이고, 이 필요에 따라 암호화된 거래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그 필요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답에 가깝다. 현금 없는 사회와 비트코인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로 존속해 나갈 것이다. 또한 둘은 서로의 존재 때문에 더욱 더 확산되고 강화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마지막 피난처다. 플랫폼에서 추방된 의견이 오늘날 지속될수 있는 최종 수단은 비트코인 뿐이다.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거래 수단은 기성 사회의 윤리 시스템과 결부되어 있다. 기성 윤리 시스템과 어긋나는 의견이나 신념 및 가치 생산에 대해서 사회는 간섭할 수 있고, 그쪽으로 가치가 흐르는 것을 차단할 수도 있다. 오직 비트코인만이 중간에서 검열당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가치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위키리크스의 비밀 폭로 활동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접어두고, 위키리크스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은 비자도 페이팔도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디지털 문화 전쟁과 디지털 검열이 일상화된 오늘의 인터넷에서 자유의 피난처로서, 비트코인은 점점더 많은 집단과 개인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반대 집단의 윤리적 탄압을 피한 자유로운 의견과 가치의 교환을 비트코인만이 매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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