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는 한빛미디어에서 현직 편집자로 있는 저자가 자신의 '저자'들에게 평소에 해주는 얘기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 특히 실용서 저자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쓰기 전, 쓰는 도중, 그리고 다 쓰고 나서 알아야할 사항들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책을 쓰고 싶어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내거나 계약을 맺고 집필에 들어갔을 때 저자가 어떤 피드백을 어떻게 주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큰틀에서 보면 출판사 편집자 다수가 해주는 피드백도 저자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보니 글쓰기 방법을 다룬 내용도 많다. 책을 넘어 보도자료나 업무용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만한 지침을 많이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번역투 문장을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띈다. 번역투 문장은 가독성을 해친다. 잘 읽히지 않은 글을 보면 번역투 문장이 대거 포함된 것들이 많다.
"번역투로 우리말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말이 파괴되다니? 더 풍성해지는게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휘가 더해질 때 이야기고 외국어 어순과 어법을 억지로 우리말처럼 둔갑시키면 우리말이 파괴되는 겁니다."
저자는 책에서 흔한 번역투 문장 톱12를 꼽았는데,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들이 적지 않다. 간단하게 요약해봤다.
1번은 대명사 남발이다.
"그것, 그, 그녀, 이것, 우리, 나, 당신 등이 대명사입니다. 우리말은 유추가 가능하면 대명사를 쓰지 않습니다. 영해를 독해하면서 it이나 this가 무엇을 가르키는지 열심히 찾던 기억나죠? 이처럼 대명사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뇌를 피곤하게 합니다. 그러니 생략할 수 있다면 삭제합시다. 꼭 필요하다면 누구인지 명확하게 다시끔 써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철수는 사과를 좋아해서 퇴근길에 그는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샀습니다' 보다는 '철수는 사과를 좋아해 퇴근길에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샀습니다'나 '철수는 사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철수는 퇴근길에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샀습니다'가 더 적합하다.
저자는 "영어는 대명사 종류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일대일 번역하면 대명사를 남발하여 어색하거나 어려운 글이 되기 쉽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2번은 피동 남용이다. 수동태가 많으면 글이 잘 안읽힌다.
"우리말에서는 피동보다는 능동을 많이 씁니다. 무정물을 주어로 사용하는 일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중 피동은 아예 없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 피동을 쓰더라도 이중 피동은 피해야 합니다. "
이중 피동은 쓰여지다, 되어지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에 의해 쓰여졌다'가 아니라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썼다'로 쓰는 것이 좋다.
3번은 '의' 남용이다. '의'자가 많이 붙은 글들은 목에 걸려서 읽기가 어렵다.
"일본어는 공식적으로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쉼표와 '의'로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라는 훌륭한 기법이 있으니 '의' 열심히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말은 명사 연속기가 강하니 꼭 필요하지 않은 '의'를 모두 제거한다는 대원칙 하나만 알아두면 충분합니다."
4번은 ~의 경우다. 첫머리에 오는 '경우'는 대부분 번역투다. 첫머리에 오는 경우를 생략하면 문장이 깔끔해진다. '승합차 경우'에는 이 아니라라 '승합차'라고 하면된다.
5번은 ~관하여, ~대하여다. 둘다 영어 어바웃(about)에서 온 번역투다. 관하여, 관한, 관해, 대하여, 대해 등으로 번역하며 고착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 그런 만큼 성의있게 표현하면 의미가 명확해지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파일 접근 오류에 대하여 확실히 대비하자'가 아니라 '파일 접근 오류에 확실히 대비하자', '생철학에 관하여 토론합시다'가 아니라 '생철학을 주제로 토론합시다'로 쓰는 것이 좋다.
6번 ' ~하는 중이다'도 번역투다. 현재형으로 바꾸면 된다.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중이다'를 '민원 처리 업무를 담당한다'나 '담당하고 있다'로 하면 된다. '비가 오는 중이다'는 '비온다'로 쓰면 된다.
7번 '~을/를 가지다', '가지고 있다' 역시 번역투다. '이 호텔은 많은 편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가 아니라 '이 호텔은 많은 편의 시설을 제공한다'나 '이 호텔은 편의 시설이 많다'로 하면 된다.
8번 '~로부터'는 from의 번역투다. '한강으로부터 10킬로미터 떨어진'이 아니라 '한강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이 깔끔한 문장이다.
9번 '~통해/~에도 불구하고'는 through의 번역투다. 통해는 사용해나 이용해로 고치는게 적당하다. '밤샘 공부를 통해 시험에 합격했다'가 아니라 '밤샘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했다'로 하면 된다.
10번 '~에 있어'는 in/are going to의 번역투다. '성능을 높이는데 있어 메모리 용량'은 대신 '성능을 높이는데 메모리 용량'이라고만 해도 된다.
11번 '~하기 위해'는 for의 번역투다.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대신 '예약을 취소하려고 전화를 걸었다'로 할 수 있다.
12번 '~들'도 삭제하면 좋다. 그러면 문장을 읽기가 쉬워진다. '많은 학생들이 있다'가 아니라 '많은 학생이 있다'고 해도 된다.
이외에도 책은 외국어 우리말 표기 원칙, 비문 금지와 좋은 습관, 비문을 방지하는 방법, 좋은 번역과 관련해서도 저자가 평소에 자신의 저자 및 역자들에게 해주는 피드백을 공유하고 있다. 글쓰기 방법 외에도 출판 시장 동향, 출판 프로세스, 저작권법 및 출판 계약서 정보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