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Jan 07. 2021

시작은 화려하나 끝은 허망한 이런 저런 혁신의 수명주기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만큼이나 애매 모호하게 다가오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혁신입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혁신하겠습니다, 혁신해야 합니다."라는 말 참 많이도 듣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물으면 디테일을 얻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나름 디테일을 주고 싶은 마음에, 혁신을 위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들도 꽤 있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요. 개인적으로도 이런 저런 회사들을 경험해 보면서 TFT 등 기업내에서 변화를 위한 추진하는 다양한 행동들을 지켜봤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더라고요. 워크숍 가면 일찍 자게 되고요. '어지간 해선 사람 잘 안바뀝니다'라는 평소 생각은 '기업들도 사람들 모인 곳이니 어지간히 해선 안 바뀐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그냥 듣기 좋은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혁신에 대해 저만 이런 생각 갖고 있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게리 피사노가 쓴 책 '혁신의 정석'에도 기업 내 혁신의 수명주기가 매우 짧은 것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혁신이라는 게 말은 쉬워도 행하기는 무척 어려운가 봅니다. 해외 기업들에서도 뭔가 바꿔보자며 확 일어났다가 쑥 들어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네요. 회사 사업이 잘 안 풀리거나 새로운 경영진들이 들어서면 혁신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혁신이라는 말의 수명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책을 보면 많은 기업들에서 혁신은 위기 돌파 전략의 선봉장으로 등판합니다.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는 고위 리더들이 혁신만이 현 상황을 돌파할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간 지켜본 수많은 혁신 기업 중 다수가 익숙한 패턴을 반복했다. 큰 열정으로 혁신을 시작했고 리더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혁신이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된다.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변화에 대한 다양한 공약이 선포된다. 실패에 대해서는 더 관대해지고 조직은 덜 수직적이고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강조하는 문화가 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 증가하고 관리자들은 모범적인 혁신 사례를 참고하면서 기업을 실리콘밸리와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런 노력들을 실행하기 위한 별도의 혁신 조직이 설치되고 최고혁신 책임자가 임명된다. 기업에는 혁신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생겨난다.


 이런 활동들은 보도자료에 담겨 기사로도 많이 언급됩니다. 무슨 무슨 기업들이 추진하는 무슨 무슨 전략과 신규 사업들이 헤드라인을 많이 장식하고, CEO나 담당 사업 임원들 인터뷰 기사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변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각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을 다룬 내용들이 대부분이지요. 


좋은 말들 참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인터뷰에서 봤던 멋진 슬로건과 전략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계속 보고 듣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게 현실입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조용히 잊히는 변화와 혁신이 참 많죠. 저자에 따르면 떠들썩했던 변호와 혁신의 구호가 언제부터인가 잠잠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1~2년만 지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변한 것이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노력은 했는데 눈에 보이는 혁신의 결과물은 거의 없다. 소수가 제안한 혁신 제안들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혁신안은 이미 실패했다. 재무이사는 혁신 프로그램에 투자한 돈의 수익을 따져 묻기 시작한다. 사업부 리더들은 기존의 제품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핵심 자원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늘어 놓는다.
  예산이 빡빡해지고 내부적으로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증가한다. 매출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혁신안을 지지했던 이사회는 큰 변화가 없는 혁신안을 걱정스럽게 보기 시작한다. 반면 조직 전체에는 오래된 관습이 그대로 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기 힘들어진 경영진은 더 이상 실패에 관대하기 힘들어진다. 기업의 수직성이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혁신에 대한 내부 소통을 점점 줄어들고 혁신 계획에 기꺼이 동참했던 리더들은 새로운 혁신 임무 제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유가 뭘까요? 사람 잘 안바뀐다고 생각하는 저는 기업도 사람이 그대로라면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쪽입니다. 말만으로는 혁신할 수는 없는 거지요.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놔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놓을건 안내놓고 얻으려고만 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저와 달리 저자는 사람은 사람이 바뀌어도 혁신에서 살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네요.  책을 보면 혁신은 더 어려운 목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운이 따라줘야 하는거 아닌가도 싶고요.

  왜 많은 혁신 계획이 이런 우울한 결말에 이르는 걸까? 우선 조직을 변화시키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 조직 혁신의 약 70%가 실패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고위 경영진의 헌신 부족, 중간관리자의 저항, 실제 집행 과정에서의 무능함 등이 실패의 일반적인 이유가 된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훨씬 더 다양하고 복합적일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보면 경영진이 헌신적이고 중간 관리자들이 열정적인데도 혁신에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다르다. 쇠약해진 혁신 근육을 훈련으로 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혁신 근육은 원점부터 다시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조직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는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어떻게 창의적인 사고를 찾을 것인가?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또 어떤 아이디어를 포기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동기 부여할 것인가? 혁신과 관련된 수많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것인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특히 이러한 일들을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조, 깊이 배어든 문화 내에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혁신 계획이 반드시 조직 내에서 많은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갈등이 불가피하다. 기존 비즈니스를 경쟁력 있게 유지하고 재무를 건전하게 유지하면서도 조직의 큰 변화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혁신이라는 말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혁신으로 가는 길로 통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사실은 혁신 만큼이나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말하기는 쉽고 행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뒷얘기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공유해볼까 합니다. 많은 기업들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수명주기는 짧을 것이지만 일부 기업들에선 뿌리를 내리겠지요. 무늬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니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에 좀 더 접근하는 얘기들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올해도 분발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