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Mar 18. 2017

병자호란을 부른 지금봐도 어처구니 없는조선의 헛발질들

한명기의 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읽고

인조가 청태종에게 머리숙여 항복선언을 한 병자호란을 둘러싼 배경을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명기의 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읽으니 처음 알게 된 내용들이 참 많다.


어이도 없고 어처구니 또한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보니 당시 조선 조정은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조정의 리더십과 비교했을 때 인조와 그의 신하들은 말만 번지르했을 뿐 실행력은 제로에 가까운 이기주의자이자 교조주의자들이었다.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인조와 그의 신하들을 보면서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와 그의 신하들이 그래도 한수위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조와 그의 신하들이 이끈 당시 조선은 나사가 풀려도 제대로 풀린 국가였다.


명나라를 계속 아버지처럼 섬기고  동북아의 강국으로 부상한 청나라도 형대접 정도 해주면서  지내보려 했으나 그러기에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청나라가 자기도 아버지처럼 대하라고 나오자  헛발질을 남발하기 시작한다.


인조와 그의 신하들이 병자호란 발발전 얼마나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의사 결정을 했는지, 3가지 사례를 공유한다.


우선 인조가 이런저런 요구조건을 전달하러온 청나라 사신들을 돌려낸 뒤 벌어진 일이다. 인조는 사신들이 돌어간 북방관리들에게 전쟁도 감수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찰을 보냈는데. 귀국하던 청나라 사신들한테 서찰을 갖고 가던 전령이 붙잡힌 것이다. 이런 장면은 개인적으로 역사에서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참월한 오랑캐와 단교할 것이라는 사실과 오랑캐가 침략해올지도 모르니 방어 태세를 확고히 하라는 인조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평안감영으로 가려던 금군 전령이 용골대 일행에게 붙잡혔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왕의 명령을 전하러 가던 전령이 융골대 일행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인가 나사가 풀려 있다는 방증이었다.아무튼 용골대는 전령을 붙잡아 그가 소지했던 인조의 유시문을 입수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조선이 홍타이지의 요구대로 볼모를 보내지 않은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두번째는 인조와 그의 신하들이 추종했던 명나라 조차도 조선이 청과 일대일로 붙는 것은 원치 않았는데, 인조와 그의 신하들은 청과 싸우는 쪽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명나라 사신들은 조선이 자신들의 후방에서 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남아있는 것을 원했지, 무모하게 청에 덤볐다가 멸망하는 것은 막고자 했다. 


"황손무 등 명의 관인들조차 이렇게 조선이 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만류하고 있었음에도 정작 조선의 척화파들은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물론 그 배후에는 화이론에 입각한 명분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아가 오랑캐와 화친했다는 것을 광해군 축축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자신들의 전력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병자호란 당시 인조와 그의 신하들은 청나라가 쳐들어와도 강화도에 가면 버틸 수 있다고 봤다는 점이다. 


수군이 없는 청나라 입장에선 강화도까지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란 논리는데, 이것도 심각한 고정관념일 뿐이었다.


청나라가 수군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명나라에서 항복한 수군들을 기반으로 상당한 해전 역량을 갖춘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었다. 


인조와 그의 신하들도 유력한 명나라 수군 장수들이 청나라에 귀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강화도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근거없는 믿음을 고수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청군의 속도전에 강화도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렇게 안전하다 믿었던 강화도는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버틸때 청나라 수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만다.


'병자호란'의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병자호란 당시의 조선과 지금의 한국 상황을 비교했다.


"끼인자인 약소국이 복수의 강대국 모두와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대국 끼리의 관계가 계속 적대적이 되면 끼인자는 결국 선택의 기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1627년 정묘호란 이후 조선이 황제의 나라 명, 형의나라 후금과의 관계를 모두 우호적으로 유지하려다가 끝내는 파국으로 내몰렸던 전철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뻔한 대답 같지만 샌드위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활로를 찾으려 애쓰되 우리의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과 오버랩되는 장면이 많은 책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편집자는 앞으로도 아마존에서 일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