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미디어 판도 격변을 겪었다. 광고 쪽도 마찬가지였다.
광고 전문가 박웅현 TBWA 창조성 대표(CCO)의 표현을 빌리면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함께 광고판에는 통합열풍이 거셌다. 광고와 홍보, 디자인, BI 등으로 쪼개져 있던 산업 생태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컨버전스 흐름이 두드러졌다.
예술 전문 저널리스트인 김신 씨 사회로 광고 전문가 박웅현 TBWA 창조성 대표(CCO), 디자인 전문가인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가 진행한 대담집인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박웅현 CCO는 스마트폰 이후 광고판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컨버전스가 일어나는 거에요. 옛날에는 BI를 만드는 회사가 있고, 컨설팅을 하는 회사가 있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회사가 있고 4대 매체 광고를 만드는 회가가 있었는데, 지금 그렇게 나눠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다 보니까 합쳐버린 거에요. 한 회사에 맡겨서 광고와 BI, 디지털과 PR까지 다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들이 생기는거죠.
그래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냐면, 딜로이트 같은 컨설팅 회사가 광고 인력을 고용해요. 예전에는 컨설팅을 한 다음에 손을 떼는데, 이제는 컨설팅을 한 결과를 가지고 이렇게 커뮤니케이션하세요라고 하면서 일을 다 합니다. 디지털 광고 회사가 종합 광고 대행사 인력을 뽑고 있어요. 옛날에는 디지털하면 하면 됐지만 이제는 광고주도 다양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광고회사의 AE와 광고 회사의 매체 인력이 들어와야 하는거지요. 저희 처럼 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저희가 잘하는 일이 광고를 만드는 건데, BI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면 BI를 잘하는 회사와 컨소시엄을 맺는거지요. 그래서 같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맡기는 구조가 아니에요.
유튜브 채널이 다 방송이잖아요. 이런 개인 미디어가 너무나 많아지니까 전선이 없어진 거지요. 군중이라는 말도 없어지고 분중이 되어버린 거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타깃을 잡기 어려운 거지요. 오디언스는 있는데 타깃이 모호해 지니까요. 그래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암중모색으로 나온 것이 좀 더 종합적인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같은 툴을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근본적인 솔루션을 찾으려고 하지 더 이상 광고 자체에만 매달리지는 않는 거지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솔루션은 결국 통합이요 컨버전스다.
그러니까 텔레비전 광고를 만든다거나 인쇄 광고를 만드는 것에만 매달리는게 아니라 이 제품을 어떻게 사람들한테 알리지? 라는 문제에서부터 일을 시작한다는거에요. 좀더 종합적인 접근을 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하는 일들이 달라질 수 밖에 없어요. 옛날에는 이 제품을 텔레비전에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 언제 보여주면 좋을까? 얼마를 쓰면 좋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제품을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게 맞나? TV가 아니면 뭘 해야 하나? 이런식으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찾아내려고 하는거지요. 그러니까 이제 4대 매체 중심의 역량을 다양한 분야로 분산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변화에 발맞춰 가기 힘든 업종 중 하나가 광고일 거에요.
이런 변화 속에 업체 간 역학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그렇지요. 옛날에는 미디어가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의 디바이스안에 통합되니까 종합적인 솔루션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는게요. 이 제품의 광고를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이 제품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어왔을때 PR 회사가 그 솔루션을 가져오면 그 회사로 가는거에요. 즉 PR 회사, 컨설팅 회사, 광고 회사가 내놓은 답 중에서 가장 좋은 답을 내놓는 회사로 모든 일이 가는 거죠. 각사의 전문 분야에 맞게 일이 나뉘는게 아니라요. 그러다 보니 이제 광고 회사의 경쟁 PT에 이를테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경쟁상대가 되는게 아니라 컨설팅 회사와 네이밍 회사와 디자인 회사와 온갖 회사들이 다 들어오는거지요.
디지털 회사는 광고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광고 회사는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컨설팅 회사는 광고 회사와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는 게 다 컨버전스지요. 최근 미국 광고 회사 순위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어요. 광고만 하는 광고 회사는 10위 밖으로 밀려 나가고요. 딜로이트 같은 컨설팅 회사들이 1위에서 10위 사이에 들어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