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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26. 2021

정부 지원 R&D, 90% 넘는 성공률의 불편한 역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저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개발이라는게, 항상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법도 한데, 한국 정부가 이런저런 지원을 한 프로젝트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성공률이 무려 90%를 넘는다.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 90%가 넘은 성공률은 보였으니 혁신 역량이 확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90%가 넘는 성공률은 연구개발체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의 상징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책 외환위기와 그후의 한국경제에서 한국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최종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지식 탐구 자체를 강조하는 연구쪽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용화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연구로 가는 것이다. 둘중에서 투자를 위해 더 유리한 것은 물론 후자의 방향이다. 그것은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성공해서 그것이 상업화되면서 투자가 일어나는 방향이다. 한국은 그런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지식 탐구 자체를 강조하는 쪽으로 간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물량은 적지 않은데, 혁신으로 이어질만한 연구 결과가 적은 것은 정부 주도 정책의 한계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이주호 등은 그렇게 된 이유를 정부 관료가 연구개발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고 있는데서 찾는다. 아마 그렇게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연구개발은 외부 효과가 매우 큰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의 총연구개발투자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 부문 연구 개발 사업은 관료 통제가 고위험-고수익 연구가 이루어지지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기획해서 산학연 연구 주체들이 응모하는 하향식 지원의 경우 개별 부처가 산하 기획 관리 전문 기관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개별 부처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사업이 조성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민간의 창의성 수용을 위해 혁신 공모나 혁신 조달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관료 통제는 단기적 사업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서 고위험-고수익 연구보다는 단기간에 성공이 확실시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런 경향은 이들 하향식 연구 개발 사업의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제별 연구개발 성공률은 (구)지식경제부 지원 사업의 경우 2010년 97%, 중소기업청 지원 사업의 경우 2008년 93%에 이른다.  

정부가 지원하는 대학 연구도 인센티브 시스템 자체가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 개발에 집중하는 체제에서 연구를 중심으로하는 체제로 옮아가는 데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대학은 아직 그런점에서 미흡하다. 한국은 여전히 연구개발비 비중으로 보아 대학이 정부보다 낮다. 대학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고 대학간, 교수간 경쟁체제가 구축되면서 논문수, 특허수, 기술이전 건수 등과 같이 지표로 계량화될 수 있는 성과는 크게 개선되었다.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를 정부 지원의 기준으로 잡는 것은 학계의 폐쇄성과 후진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올리는 목적과 맞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양적으로 국제 학술지 논문 숫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 임팩트가 있는 논문을 쓰더라도 그 결과는 공공재가 되기 때문에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올리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결국 한국의 대학 교수들은 일인당 적은 연구비를 받으면서 한국의 산업 발전과는 큰 관계가 없는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R&D 프로젝트의 효과가 신통치 않은 탓에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는 자신의 책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게 R&D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국가 R&D 예산 지원 제도(2016년 예산 19.1조원)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성과가 없고 관리도 미흡하다. 정부는 기초 연구와 우주 항공 등 민간의 R&D 투자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과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예산의 2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5년간 최소한 총 20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매년 19조원이 넘는 돈을 국가에서 선택한 R&D에 지원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국가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도 서구 유럽 국가들처럼 무차별적 노동 지원으로 자원 배분을 대전환해야할때다. 기업의 생산 요소 중 토지, 자본,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생산 요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은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근로자의 주택, 의료, 자녀교육비 등 기본 수요는 기업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면 안된다.노동의 유연성이 고용주의 전환이 아닌, 노동자들의 권한이 되어야 우리의 문제가 해결된다. 근로자들이 해고에 불안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며,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매달리도록 해서도 안된다. 기업도 정부 지원에 매달리게 해서는 안된다. 자원 배분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경제 리세팅의 중요 포인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정부의 R&D 예산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연간 R&D 예산의 50%를 감축하면 연간 9.6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가 쪽 노동의 자유를 위한 재원 대책에서 20%를 절감한 것을 고려하면 그에 비해 추가적으로 연평균 5.6조원을 조달 가능하다. 2016년 R&D 예산은 19.1조원으로 2006년 8.9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성과가 미흡하고, 비효율적이다. 정부 R&D는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부문에 집중하고 나눠먹기식 배분 형태를 근절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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