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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r 21. 2021

기업에 대한 애널 평가의 인플레이션, 불편했었던 진실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가 쓴 '비이성적 과열'은 제목이 암시하듯, 주식과 부동산 시장 가격 변동에 주류 경제학이 강조하는 합리성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는 체계적인 분석이 아니라 주위 분위기를 따라가는 의사 결정이 많다. 특히 주식을 하면 돈을 벌 것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퍼지고 있는데, 이성적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많지 않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아무튼 저자에게 주가는 과학이 아니라 감정의 결과물이다. 주식 부자들을 다루는 미디어들의 경마식 보도,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투자 서비스, 뮤추얼 펀드의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주식이 돈이 될 거 같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퍼지고 있다는 게 저자 설명이다.


이 책은 2000년 출간됐고 2000년 전후 주식 시장의 거품과 폭락에 대한 메시지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거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붕괴했는지를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조명한다.


책을 보니 당시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애널리스트와 기업들이 짜고 치는 장면들이 많았다.


주식 시장의 고점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몇몇 이유로 인해 특히 투자자에게 매도 의견을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매도 의견이 관련 회사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기 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제출한 애널리스트와는 대화하려 하지 않고 이들을 기업 설명회에 배제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주요 간부를 만나지 못하게 하여 보복할 수가 있다.  시장이 급등할 때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투자 업계와의 문화와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가능한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이해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점점 더 많은 애널리스트들을 주식 인수를 담당하는 회사들이 고용함으로써 돈벌이가 되는 사업의 수익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투자 은행 소속의 애널리스트들은 자기들의 회사가 주식 인수를 담당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의 수익 전망이 썩 좋지 않아도 그렇지 않은 다른 애널리스트들보다 훨씬 좋은 추천을 해주었다.
이러한 속사정을 알고 있는 이들은 애널리스트의 보유 의견은 이전의 매도 의견과 비슷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1999년 유명한 시장 분석가인 제임스 그랜트는 월스트리트에서 정직은 결코 이윤의 원천이 아니었지만 브로커들은 체면을 차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그렇지 않다. 어느 때보다도 소위 주식 리서치센터는 주식을 파는 회사의 일부일 뿐이다. 투자자들이여, 조심하라고 썼다.



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가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게 저자 생각이다.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학교에서 나타나는 성적 인플레이션과 비슷하게 변했다. 다시 말해 전에는 C가 평균 학점이었지만 요즘은 거의 낙제에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그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적을 해석할 때 이를 감안한다. 이처럼 우리는 주식 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의 인프레이션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이가 애널리스트들의 이 과장된 언어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변한 기준은 전반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게아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가 서로 비슷해진 것은 단지 매수, 매도 의견의 변화만이 아니다.


기업의 실적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애널리스트 전망치도 각본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애널리스트들의 편향된 전망은  1년 전망을 할 때 가장 많이 나타났다. 보통 기업 수익이 발표되기 직전의 전망은 수익을 좀더 짜게 잡았다. 그들은 전망치를 실제보다 낮추어 발표하여 매 분기별 수익이 예측했던 것보다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기업의 희망에 부응했던 것이다. 기업들은 수익을 발표하기전에 전망치를 높게 잡은 애널리스트와 미리 이야기해서 전망치를 낮추도록 압력을 넣었다. 반면에 전망치를 낮게 잡은 애널리스트들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수익 전망치를 낮출 수 있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애널리스트들이 수익을 과장하는 편향은 분기나 연간 실적이 아니라 모호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년의 전망을 훨씬 넘어서는 바로 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우리가 주식시장 고점에서 본 주식시장 호황의 배경이었다. 스티븐 샤프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산업별 수익 성장 예상치가 1퍼센트 포인트 높아지면 그 산업의 주가 수익 비율은 5~8% 상승했다.


물론 이후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은 줄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정말로 중립적이고 투명한지에 대한 저자의 의심은 여전하다. 지금의 주식 시장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2000년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의해 부과된 FD 규제로 인해 기업에 비판적이었던 애널리스트들을 더 이상 기업 설명회에 배제할 수 없게 되었고 이제 기업설명회는 모든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어야만 했다. 2002년 사베인 옥슬리 법안은 무엇보다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투자 은행 사업과 충돌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어떠한 보복도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기업들의 그들의 투자 은행 부서와 증권분석 부서 사이에 정보의 칸막이를 세우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애널리스트들의 편향된 전망을 줄이기 위해 건전한 조치들이 취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이제 시장의 고점 시기에 비해서는 더 많은 매도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매도 의견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드물며, 애널리스트의 편향된 전망이 정말로 줄어든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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