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Mar 22. 2017

하품나오거나 도대체 무슨말 하는지 모르는 글 쓰지 않기

소설가의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담긴 글쓰기 비결

주변에 글쓰기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래도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내가 해주는 첫 얘기는 시작이 반이라는 것이다.  일단 쓰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보는 것도 좋다.


소설가 김연수씨가 자신의 일,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쓴 에세이 ‘소설가의 일’은  쉽고 위트있으며,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아 유쾌하게 읽었던 책이다.


읽다보면 김연수씨의 대단한 신공이 느껴진다. 그가 어떻게 해서 좋은 문장들을 만들어내는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글쓰기에서 김연수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디테일과 퇴고도 포함된다. 나 역시 디테일과 퇴고의 중요성을 핏대 세우곤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디테일과 퇴고에 신경쓰는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에 많이 가깝다.


그놈의 귀차니즘이 디테일과 퇴고의 발목을 잡는다. 오탈자와 비문 체크조차 귀찮아하니…글쓰기 자격이 있는건지…


그래서인지, 디테일을 강조하는 김연수씨의 글을 읽으며 상투적이고 두루뭉술한 문장을 남발하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지당하고 거룩한 말씀과 호소력있는 이야기를 가르는 건 디테일과 퇴고다. 디테일과 퇴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내가 찾아내려고 하는 건 디테일이다. 우리말로는 세부 묘사라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세부 정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질투심이 강한 여자였다”라는 관념에 세부 정보라는 빛을 쪼이면 소설의 문장에 나온다. 질투심이 강한 여자의 눈빛은 어떻게 생겼는가? 질투심이 강한 여자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질투심이 강한 여자는 언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가? 소설의 문장이라는 건 이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그러니 소설가가 시놉시스슬 쓰거나 줄거리 요약을 하거나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는 소설을 쓰는게 아닌 셈이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것들이 서로 구분도 되지 않고, 세부 정보를 알아내는 일이 너무나 성가시기 때문에 흐리멍덩한 문장, 그러니까 나라면 음식물 쓰레기같다고 새각하는 문장을 피할수 없었다. 이미 창조된 이 세상은 세부 정보의 바다와 같다. 작가는 다만 그걸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디테일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왜'와 '어떻게'를 고민하고 질문하고 고치고, 또 고민하고 질문하고 고치고, 다시 고민하고 질문하고 고치고의 과정이다. 천하의 김연수씨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와닿는 문장은 고단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한번도 써보지 않은 단어와 표현은 뒤쪽에 있다. 이 사전의 페이지는 손이 아니라 생각의 힘으로만 넘길 수 있다. 만약 자기가 쓴 초고를 봤는데 토할거 같다면, 그건 소설가의 일거리, 즉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건 뱃살이 생기거나 방이 더러워지는 일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우리 우주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란 뜻이다. 뱃살이 나왔다고 나 원래 배불뚝이로 태어난 것이라며 절규하거나 방이 더러워졌다고 왜 나는 사는 방마다 더러워지느냐가 좌절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이상한게 처음 쓴 문장이 엉망이라고 재능을 한탄하는 사람들이다. 단번에 명작을 쓰고 싶다면, 시간이 갈수록 방이 깨끗해지는 우주에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 없다."

소설가란 어떤 사람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소설쓰기라는 동사가 있다면 그런 뜻이어야만 한다. 누군가 소설쓰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먼저 글을 썼고 지금은 그 글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라는 뜻이어야만 한다.


유시민씨의 글쓰기 스타일도 참고할만한 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유시민 씨의 글은 복잡한 상황을 쉽고 간단히 정리하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이나 복잡한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그것도 가급적 짧게 쓰는거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기 때문일 것이다. 잘 모르고 쓰는 글이 쉬울리가 없다. 쓸데 없이 길어지고, 무슨말 하는지 와닿지도 않는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보면 유시민식 글쓰기는 논리와 간결함으로 요약된다. 


그에게 근거가 없는 주장은 무척이나 불편하게 비치는 것 같다. 근거 없는 주장은 그저 취향을 드러내는 것일 뿐인데, 취향을 갖고 주장처럼 쓰다보면 사단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어떤 주장을 펼치려면 논리적인 근거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한 얘기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엉뚱한 얘기 같다 붙이면 논증의 파워가 떨어질 뿐더라 간결함에도 마이너스다. 이런 글은 잘 안읽힌다.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다음은 논증이 없는 주장의 얘다.


대한민국 최고 미남은 장동건이다.


얼마나 허무한 문장인가? 주장을 하려면 논증하라! 논증을 하려면 고민도 해야하고 자료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나에게도 칼럼 스타일의 글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당당하게 주장하려니 망설여진다. 첫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올때도 수두룩하다. 시작은 했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할 때도 많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봐야 한다.


불변의 법칙이다.  잘 읽기 위해서는 텍스트 독해, 텍스트 요약, 사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텍스트를 읽고 잘 요약하는 연습부터 해보라. 그러면서 생각하고 토론하면 논증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진다.


유시민씨에 따르면 쓸때는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한다. 구어체로 된 문장이 읽기가 쉽다.


온라인은 지면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글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다. 늘어지는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시민씨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압축하는 기술을 익히려면 분량을 정해두고 짦은 글쓰기를 해야 한다.


필력이 정말 좋다면 상관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장은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쓰는 것이 좋다. 단문이 잘 읽힐 뿐더러 쓰기도 쉽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나서 빼도 되는 단어나 표현은 한번 걸러내줄 필요가 있다. 유시민에 따르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첫째는 접속사와 부사, 둘째는 형용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뤄져 있지만 형용사나 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다. 굳이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이 삭제해야 한다.


몇가지 더 붙이자면 수동태보다는 능동태형 문장이 잘 읽힌다. 주어와 술어가 잘못 매칭된 문장도 의외로 많은데, 이것만 잘 챙겨도 글이 명쾌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