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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pr 08. 2021

스타트업과 안맞는 대기업 임원 DNA는 어떻게 찾아낼까

이직을 하면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문화적인 변화가 주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그랬던 것 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잘 나가던 축구 선수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이적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지 싶다. 특히 회사 규모가 다를 경우 변화의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큰 회사 다니다 작은 회사 들어간 사람들, 특히 임원급들이 의외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 공동 창업자인 벤 호로위츠가 쓴 책 '하드씽'을 봐도 대기업 임원은 스타트업과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대기업 임원 영입에 부정적이다.


이유는 이렇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대기업 임원이 하는 일과 작은 회사의 임원이 하는 일이 너무도 판이하다는 점이다. 옵스웨어를 매각한 뒤 휴렛패커드에서 수천 명의 직원을 관리할 당시 나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일들에 시간을 쪼개서 매달려야 했다 말 그대로 모든 일들이 나를 필요로 했다.
  협력 관계나 매각을 논의하는 중소기업들이 나를 찾았고 사내 직원들이 내게 이런저런 승인을 받으러 찾아왔고 다른 부서에서 내게 도움을 요청했고 고객들도 내가 관심을 기울여 주길 원했다.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나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일이나 거래들을 조율하고 최적화하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내가 하는 일 대부분은 시급한 것이었다.
  사실 대기업 임원으로 오래 있어 본 베테랑이라면 누구라도 한 분기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셋 이상 추진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말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임원은 빈번한 방해 요소들과 더불어 진행하는데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생 기업에는 회사를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관성이라는 것이 없다. 임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창업 초기의 임원들은 하루에 8~10개 프로젝트를 챙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회사가 돌아가질 않는다. 임원 자신이 전투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회사가 정체되기 십상이다. 그뿐 아니라 신생기업에 대기업 임원을 영입하면 2가지 위험한 부조화가 발생하게 된다.
첫째는 업무 방식의 부조화다. 그 임원은 이메일이 도착하기를, 전화가 울리기를, 회의 스케줄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작은 회사로 왔다고 해서 기다리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만일 그 임원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만 있다면 다른 직원들은 그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다. 그리고 저 인간은 대체 온종일 뭐 하는 거야?" "왜 그렇게 많은 스톡옵션을 받는 거지?"라고 수군거릴 것이다.
  둘째는 업무 기술의 부조화다. 커다란 조직을 운영할 때 필요한 기술과 회사를 새로 만들어 키워 나갈 때 필요한 기술은 완전히 다르다. 대기업 임원은 대개 복잡한 의사 결정, 우선순위 확정, 조직 설계, 프로세스 개선, 조직 내 소통 등에 능숙해야 한다.    반면 이제 막 시작한 회사에서는 설계할 조직도 없고 개선할 프로세스도 없으며, 사내 소통도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신생기업의 임원은 수준 높은 채용 시스템을 관리하는데 뛰어나야 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품질 관리를 직접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또한 알아야 하며 새로운 프로세스를 추진할 때도 높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 임원들이 스타트업으로 건너올 수 있는 다리를 아예 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스타트업과 궁합이 맞을만한 대기업 임원들을 스크린하는데 도움이될 질문 2가지를 제시한다.

  대기업의 임원을 영입함으로써 벌어질 비극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앞서 설명한 부조화가 얼마나 크게, 혹은 작게 일어날 것인지 면접 단계에서 미리 판단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회사에 합류시키려는 임원 후보자의 부조화가 극복하기 힘든 수준인지 판단하려면 면접 자리에서 적절한 질문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꺼낼 질문으로 적절한 것은 "출근한 첫 달에 무엇을 할 계획입니까?"다. 만일 그가 뭔가를 많이 배우고 익히겠다고 대답한다면 일단 경계하라. 그 후보자가 당신 회사에 대해 배울 것이 실제보다 많다고 생각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가 당신 회사가 자신이 다녔던 대기업만큼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도적으로 일의 추진 속도를 결정하기 보다 빈번한 방해 요인과 더불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 낌새가 보여도 경계하라. 신생 기업에는 방해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저런 새로운 구상을 당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피력하는 후보자라면 눈여겨보라. 그것은 좋은 신호다.
  다음으로 "이전 직장에서 하던 일과 우리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어떻게 다를 거라고 보십니까?"라고 물어보자. 후보자가 그 차이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 일단 높은 점수를 줘도 좋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그 점을 명확히 설명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일하는 방식 대부분을 그대로 당신 회사로 옮겨 올 수 있다고 믿는 후보자는 경계하라. 그 방식이 언젠가는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그럴 확률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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