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 비디오 콘텐츠 시장의 주류는 애플과 아마존 등이 주도한 다운로드 기반 서비스였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자사 DVD 대여 서비스 구독자들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기반을 확대했고,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금은 스트리밍이 대세지만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 관련 업계는 이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집착과 발명을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하는 아마존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갖는 잠재력은 저평가됐다.
아마존 고위 임원 출신인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아마존 조직 문화에 대해 쓴 책 '순서파괴'를 보면 당시 아마존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로 고품질 비디오 서비스를 구현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넷플릭스 서비스에서 가장 혁신적인 특징 두 가지는 구독과 스트리밍이다. 당시 아마존과 애플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유통하는 리더였지만 아마존은 다운로드 서비스만 제공했다. 우리는 스트리밍을 유튜브의 영역인 저화질 동영상에 국한되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회의 중간에 잠깐 쉬면서 춤추는 고양이 동영상이나 보는 용도라고 말이다. 넷플릭스가 워치 나우를 출시했을 때 우리는 그 서비스에 주목해 내부적으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팀 내부는 물론 업계 사람들 대부분은 워치 나우가 그저 테스트일 뿐 진지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넷플릭스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 스트리밍이 공짜라는데 있다. 흔히 어른들은 돈에 대한 감각을 이렇게 가르쳐 주고는 했다. "세상에 공짜란 없단다. 공짜라고 해도 알고 보면 받을 건 다 받는다는 걸 명심해." 그런데 넷플릭스 DVD 대여 서비스를 구독하는 소비자는 추가 요금 없이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었다.
아마존만 넷플릭스를 가볍게 본 것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넷플릭스 서비스 출시는 분명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었다. 구독과 결합한 스트리밍은 디지털 비디오 비즈니스에서 마법과도 같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DVD 구독자에게 무료로 스트리밍을 제공할 만큼 영리했다. 이런 식의 방법은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에 돈을 지급할 때 마음을 접게 하는 커다란 장애물을 없애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마존이 이런 위협을 이해하지 못한 유일한 기업은 아니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워너 브라더스의 회장 제프리 뷰커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위협을 이렇게 평가했다.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를 정복할 거라고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은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자사 비디오 다운로드 서비스인 언박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스트리밍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아마존 언박스에 즉각적이고 인지할만한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2007년 10월 훌루가 출시되면서 그 영향이 감지됐다. 넷플릭스와 달리 훌루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쇼들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했다. 심지어 훌루는 무료(광고를 볼 경우)였다.
이후 아마존은 스트리밍 기반으로 전환했다. 넷플릭스와 차별화를 고민한 끝에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에게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금은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에게는 여전히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그 외 사용자들에게는 유료 구독 서비스로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