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커질수록 기업 내 조직 간 의존성도 커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다. 많은 기업들에서 조직 내 협업과 조율은 성공하는 기업의 필승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에선 말처럼 쉽지 않은 것 또한 협업과 조율이다. 폭과 깊이가 커질수록 조직내 부서간 협업과 조율은 더욱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조직이 잘되려면 협업과 조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아마존은 좀 다른 것 같다. 아마존 고위 임원 출신인 콜린 브래지어 이어와 빌 카가 아마존 조직 문화에 대해 쓴 책 '순서파괴'를 보면 아마존은 조직간 의존성을 낮추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율과 의사 소통의 필요성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보통은 조직 의존성 문제의 처방으로 조율과 의사 소통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 의존성이 계속 커질 수록 더 많이 조율하고 의사 소통 방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시도다.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실천법부터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기까지, 다른 팀과의 의사 소통을 관리하기 위한 수많은 접근 방식은 모두 살펴봐야할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마존은 결국 팀 간의 의사 소통 개선으로 의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팀 간의 의사 소통 자체를 없애야 했다. 꼭 모든 프로젝트에 그토록 많은 개별 독립체가 관여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구상해왔던 해결책이 잘못됐다는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소리다. 새로운 해결책은 없지만 마침내 우리는 우리가 겪은 문제의 진짜 정체를 깨달았다. 그 문제는 바로 팀 대 팀을 조율하려면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사고의 전환은 역시나 제프의 넛지 덕분이었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는 제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듣곤 했다. 아마존을 개발자들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의사 소통을 제거해야 한다. 의사 소통을 독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의사 소통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은 아니다. 아마존은 이를 나름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팀 간의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결함으로 간주하니 해결책은 기존과 매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제프는 각 소프트웨어 팀이 모든 시스템과 서비스에 일련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구축하고 이를 명확하게 문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제프의 생각은 이메일과 회의처럼 사람을 통하기 보다는 잘 정의된 API처럼 기계를 통한 약한 결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리 조치를 잘 취해둔다면 각 팀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뉴프로젝트이니셔티브(NPI)와 투 피자 팀이다. NPI는 특정 프로젝트가 즉시 실행할 가치가 있는지, 혹은 잠시 기다릴만한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제안 단계에서 모든 프로젝트를 비교한다는 뜻이다. 투 피자 팀은 팀의 규모가 라지사이즈 피자 두판을 충분히 먹을 사람의 수보다 커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아마존에서 몇 년간 회자될 아주 명확하게 정의될 조직 모델이 만들어졌다. 릭은 수백 개의 투 피자 팀이 만들어지면 아마존은 눈부신 속도로 혁신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