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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un 27. 2021

스트리밍 음악 경제학에 대한 3가지 오해

음악 서비스의 무게 중심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왔다. 월정액 방식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데 많은 이들이 익숙해졌다. 자연스럽게 음악 생태계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이 갖는 중량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플랫폼이다 보니 사람들이 스트리밍의 경제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오바마의 경제 교사였던 것으로도 알려진 경제학자 고 앨런 크루거가 스트리밍 음악 세상의 역학 관계를 다룬 책 '로코노믹스'를 보면 오해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스트리밍 플랫폼은 제로섬 게임이 지배할 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대체로 스트리밍을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본다. 그 논리는 이렇다.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스트리밍이 증가하면 전체 스트리밍에서 이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다른 아티스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한다. 다시 말하면 아티스트들은 음반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개별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에서 좀더 큰 조각을 차지하기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동태계적인 세계가 아니라 정태적인 세계에서 적용된다.  시간이 지나면 유료 고객수가 증가하여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태적인 세계에서 조차 파이가 커져서 한 아티스트에 대한 스트리밍 횟수가 다른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횟수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 출신의 래퍼 드레이크는 2018년 상반기에 전체 오디오 플랫폼에서 총 23억 회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뮤지션이 되었다. 이 기간에 스트리밍된 모든 곡들 중에 드레이크의 곡은 1.7%를 차지했다. 드레이크가 뮤지션이 아니라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의 플레이리스트가 전혀 생성되지 않았더라면 켄트리 라마 곡의 스트리밍 비중이 얼마나 증가했을까? 그다지 많이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체 스트리밍에서 드레이크 곡의 스트리밍을 제외하면 켄드릭 라마 곡의 스트리밍 비중은 0.50%에서 겨우 0.51%로 증가할 것이다. 분모의 값이 약간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켄드릭 라마 보다 적게 스트리밍되는 다른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카디 비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리고 드레이크보다 많이 스트리밍되는 아티스트는 훨씬 더 적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아티스트들의 스트리밍 경쟁에서는 제로섬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유료 고객수가 최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스트리밍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히트곡이 많아져서 더 많은 고객이 유치되면 총합이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유료 구독자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더라도 월간 구독료를 인상하면 혹은 가격 차별 정책으로 구독료의 단계를 더욱 세분화화면 파이의 규모가 계속 커질 수 있다.


두 번째 오해는 아티스트가 스포티파이 혹은 타이달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1회당 받은 금액이 뮤지션의 소득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기여도를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스트리밍이 많이 되면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질 겉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구독 기반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소득이 플랫폼의 지급률, 월간 구독료, 구독자 수에 의해 결정된다. 스트리밍 횟수는 이와는 무관하다. 가령 두 개의 플랫폼 A와 B가 있고 월간 구독료가 9.99달러라고 하자. 각각의 플랫폼들은 유료 구독자 100만 명을 확보하고 있고 매출 수입의 70퍼센트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한다. 플랫폼 A가 음악 추천 작업에 더 능숙하기 때문에 플랫폼 A의 구독자들이 플랫폼 B의 구독자들보다 음악을 두 배쯤 더 스트리밍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플랫폼 A가 스트리밍 1회당 지급하는 금액은 플랫폼 B의 절반일 것이다. 플랫폼 A는 음악 추천 작업에 더 뛰어나고 청취자들을 더 만족시키며 저작권자에게 플랫폼 B만큼의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분명히 음악 산업에 더 유익하다. 이번 사례는 스트리밍 1회당 지급하는 금액이 어느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공동체에 유익한가에 대한 잘못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는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성공한 플랫폼이 그렇지 않은 플랫폼에 비해 스트리밍 1회당 지급하는 금액이 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스트리밍 서비스 간에 가치 격차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유튜브는 가치 격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유튜브는 구독 기반 서비스의 비중이 적고 매출 수입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률도 낮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지급률과 월간 구독료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유료 구독자보다 광고 깁간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는 서비스는 구독료 수입보다 광고 수입이 더 적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 지급해줄 수입이 적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보다 광고 기반 고객에게 더 많이 의존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애플 뮤직이 스포티파이보다 스트리밍 1회당 더 많은 저작권료를 지급한다는 사실은 애플 뮤직 구독자들이 스포티파이 구독자들보다 음악을 적게 듣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포티파이가 스트리밍 1회당 지급하는 금액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점점 증가하는 스포티파이의 구독자들이 더 많은 곡을, 더 오랜 시간 듣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는 음악 산업에 유익한 일이다.

세 번째 오해는 인기를 위해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와 비교하는 부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리밍과 앨범 판매를 결합해 인기도를 측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음악은 일종의 사회적 재화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혹은 앨범의 인기를 측정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욕구다. 이것은 앨범 판매,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을 결합하여 인기 지표로 전환하기 위한 논란의 여지가 많고 쉽지 않은 탐색 작업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빌보드 200 차트의 경우 한장의 앨범에 수록된 곡을 1500회 스트리밍한 것을 앨범 한장을 판매한 것과 동등하게 집계한다.
그러나 인기를 측정하기 위해 특정한 스트리밍 횟수와 앨범 판매량을 결합하는 것은 자동차, 말, 마차의 인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마력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리밍과 앨범은 다른 제품이고, 이들을 결합하기 위한 지표는 임의적인 것이다. 스트리밍은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음악 청취에 소요되는 한계 비용을 제로로 만든다.  따라서 스트리밍을 통해 더 많은 음악을 소비할 수 있다. 또한 앨범의 경우에는 여러 곡을 한장에 담아야 하지만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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