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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치규 Oct 16. 2021

메타버스, 90년대 정보고속도로 담론이 떠오른다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테크 세계는 그럴듯한 키워드들이 넘쳐난다. 키워드들에도 급이 있다. 특정 분야에만 먹혀드는 키워드들도 있고, 테크 전체를 관통하는 대형 키워드들도 있다.


최근 부상하는 대형 키워드는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올해들이 국내외 IT업계에서 모두 메타버스가 중량급 화두로 부상했다. 기업들 보도자료에도 언제부터인가 메타버스라는 말이 부쩍 들었다. 메타버스 기업으로 신분을 바꾼 기업들도 적지 않다.


메타버스가 어느 정도 버블을 안고 가다 마침내 실체를 강화하는 메가 트렌드가 될지, 4차산업혁명처럼 공허한 메시지로 그칠지는 나의 깜냥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어려운 만큼, 논쟁도 뜨겁다. 모바일 이후 인터넷을 상징한다는 낙관론자들도 있고, 실체가 없는 공허한 구호라 깎아내리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이런 구도 속에서도 이런 저런 보도자료와 정부 정책 메시지들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이 쓰이는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립 테크 애널리스트로 모 아니면 도식으로 딱 잘라 말하는 스타일인 베네딕트 에반스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메타버스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읽어보니 꽤 시니컬하다.


메타버스는 90년대 한때 유행했고 의미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기억하지는 않는 정보 고속도로급 키워드라는게 그의 입장이다.  


그의 메시지를 정리해보자.


그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현재 버즈워드이지만 화이트보드에 있는 표시 이상도 아니다. 그는 메타버스가 결합하려고 시도하는 많은 것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뭔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는 아닐 거라 했다.


개인적으로 메타버스라는 말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대접받는 이유는 테크 생태계에서 모바일 이후를 표현하는 이름 하나가 필요한 시점이 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이후 패러다임을 표현할 뭔가가 필요한데, 크립토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체를 포괄하기는 한계가 있고, 결국 B2B와 B2C를 모두 아우르고 모바일 이후 냄새까지 풍기는 말로는 메타버스가 낙점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아이폰과 함께 탄생한 모바일 패러다임은 이제 거의 15년째로 접어들었다.


모바일은 정말 테크판을 뒤흔들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모바일로 통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특히 그렇다. 수십억 명이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다음 메가 트렌드를 찾으려는 니즈가 테크로 먹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메타버스가 일단 겉보기엔 모바일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베네딕트 에반스 역시 모바일 다음 사이클은 무엇이냐? 는 질문 속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당장에 뭔가 큰일을 몰고 올 거라 보는 보지 않는 듯 하다. 그에게 메타버스는 디테일이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키워드다.


그가 메타버스에 대해 지적한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그에 따르면 메타버스 역시 다른 메가 트렌드들과 마찬가지로 VR, AR, 크립토 등 이런저런 흥미로운 것을 모두 연결하지만 빈틈도 적지 않다.


VR과 AR과 관련해선 페이스북을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은 스마트폰 다음 기술로 VR과 AR에 대규모로 베팅해왔다. 페이스북이 VR과 AR을 키우는 것엔 애플의 통제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욕망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VR과 관련해 베네딕트 에반스는 꽤 까칠하다. 하드코어 게임 서브셋 수준으로 시동이 꺼질 위험에 있다고 할 정도. 좋은 소비자용 기기가 있지만 뭔가 다른 활용 사례는 없다는 지적도 했다. 일부는 게임들에서 VR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AR에 대해서는 더 나아간다. 기술이라기 보다는 과학이라는 말도 남겼다.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을 세상에 집어넣을 수 있는 안경은 꽤 좋은 생각같지만 해결되지 않은 광학적인 문제가 있고,  애플이나 다른 업체들이 이걸 언제 해결할지는 알 수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AR이나 VR은 안경 형태 디스플레이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기로 할 수 있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은 게임이다. 베네딕트 에반스는 게임은 보편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드코어하고 몰입적인 게임들은 항상 큰 비즈니스였지만 게임 콘솔보다 스냅챗을 더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NFT도 요즘은 메타버스 담론에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키워드다. NFT에 대해 그는 예술가가 게임 쪽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떤 문제를 반드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제 결론 부분이다.


베네딕트 에반스는 메타버스에 대해 지금은 전혀 구매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화이트보드 앞에서 하이퍼텍스트, 인터랙티브TV, 브로드밴드, AOL, 멀티미디어에 대해 쓰고 이걸 둘러싸는 박스를 그리면서 정보 고속도로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뭔가에 연결되는 비전은 완전하게 들어맞았지만 이들 구성 요소들 중 많은 것들은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실제로는가망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화이트보드에 있는 단어들을 위한 라벨이라고 했다. 모든 것들이 결합될 수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베네틱트 에반스 블로그 원문 보기]https://www.ben-evans.com/benedictevans/2021/10/9/metaverse-metaverse-meta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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