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이끄는 엘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머스크 팬들 입장에서 보면 그는 영웅이다. 기득권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는 이타주의자다. 반면 비판자들은 환경주의를 이용해 자동차를 팔고 보조금을 받고 비판을 요리조리 피하는 인물이다.
엘론 머스크에 대한 시각 만큼, 테슬라에 대한 시각도 둘로 나뉜다.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꿀 회사로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실력보다 부풀려져 있어 얼마 못가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니더마이어가 쓴 루디크러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책은 전체적으로 테슬라에 대해 비판적이다.
엘론 머스크 입을 통해 쏟아진 말들로 인해 만들어진 거품이 적지 않고,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게 거의 지적이다.
저자는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은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처럼 운영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엘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혁신 테크 스타트업처럼 테슬라가 비치기를 바란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테슬라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회사는 거대한 조직이며, 따라서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야만 한다. 특히 품질은 신차의 설계 및 개발, 생산의 전 단계에 적용되어야 하며 반드시 모든 조직의 수준에서 품질에 전념해야 한다. 5장에서 소개한 토요타 생산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허용 가능한 품질 기준에 맞춰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CEO의 물리적 존재에 의존해야만 하는 자동차 회사는 자사의 문화가 품질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품질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해보면 분명 어떤 자동차 회사도 모델X과 같은 차를 만들려고 시도하지 않게 된다. 엔지니어들은 디자인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 프로세스 초기에 개입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예상했을 것이다. 원가 담당자 또는 테슬라의 수요나 이윤에 잠재적인 문제가 되는 팔콘윙 도어의 추가 비용을 따져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개발 및 테스트, 프로토타입에 걸친 4년간의 프로세스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품질, 또는 수익성 문제를 확인했다면 그 디자인은 취소되었거나 다시 초기 단계로 보내졌을 것이다.
이런 건 엘론 머스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 제조 분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러한 냉철한 분석과 검증 단계는 머스크가 매우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타협을 나타낸다. 타협은 생산 주기를 늦추며 독특한 예술적 비전을 대체해 버리기 때문에 머스크와 그의 추종자들이 비난하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반적인' 차량을 생산하게 만든다. 모델X를 통해 극적으로 증명되었던 것처럼 이와 같은 모델이 존재하지 않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즉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인이라 해도 효율적이지 않고 수익성이 없으며 경쟁력 있는 품질은 갖추지 않았다면 그 가치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타협은 일반적인 기업의 평범함에서 나온 산물이 아니라 적자생존의 산물이다.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이 업계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이 길을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머스크의 마스터플랜에 명시된 대중적 시장에 열망을 갖고 있는 자동차 회사라면 대량생산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비용 절감이라는 제조업에서 입증된 가치를 기업 문화에 구축해야만 하다. 사실 이것이 바로 고급 제품의 소량 생산에서 시작해 대량 생산으로 향해 가려는 아직 누 누구도 실행하지 않았던 머스크 전략의 훌륭한 가치다. 즉 신생기업이 비교적 쉬운 소량 생산 단계를 거칠 때 계속해서 제조 능력과 문화를 개선해야 하며 대량생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성공적인 가치가 기업에 충분히 심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프로세스 중심의 제조 문화를 받아들이기 보다 자사의 존재를 실리콘밸리의 기술 스타트업으로 인식했다. 오랜 기간 동안 테슬라의 부사장직을 역임했던 짐 던레이에 따르면 테슬라는 어떻게든 일에 되게 만드는 정신과 세계 최고의 인재 고용, 불확실성 앞에서의 판단, 솔선수범과 같은 가치를 바탕으로 기업의 문화를 구축했다고 한다. 그랬었기에 테슬라의 초창기에 채용된 직원들은 대부분 제조업에서의 경험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재능 가득한 명문대 출신 젊은 엔지니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