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2년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2달 사이에서 일어났다며 코로나19발 변화의 속도를 강조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쓴 '거대한 가속'을 보면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은 2년이 아니라 10년이 빨라졌다고 말한다. 좋은쪽이나 나쁜 쪽 모두 그렇다. 변화는 반강제로 진행된 측면도 어느 정도는 있다.
사회와 비즈니스, 개인과 관련된 모든 추세가 10년이나 앞당겨졌다. 설령 당신의 회사가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소비자 행동과 시장은 이미 추세선의 2030년 지점에 도달해 있다. 긍정적인 추세와 부정적인 추세 모두 말이다. 재무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는 이제 버틸수 없을 것이다. 필수 소매 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제 필수 소비재가 아니라면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화상 회의 자비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써왔다. 대학들도 1990년대 초반에 외부 세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블랙보드를 비롯한 도구를 마지못해 도입했다. 통신사들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모임,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환자들을 진찰하는 의사,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 곳곳의 훌륭한 교사들에게 배우는 학생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수없이 내보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화상회의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교수진은 드라이이레이즈나 파워포인트보다 복잡한 기술에 저항했다.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는 개인간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쳤지만 해당 업계를 장악할 만큼 인기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 몇주만에 우리 삶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업무도 대부분 원격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든 업무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교사들은 온라인 교육자가 되었으며 친목 모임도 화면을 통해 이뤄졌다.
빅테크 기업들 가치를 보면 거대한 가속이라는 말은 더욱 실감이 난다.
애플의 기업 가치가 1조달러가 되기까지 42년이 걸렸는데, 1조달러에서 2조달러가 늘어나는데는 고작 20주(2020년 3월~8월)가 걸렸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값이 토요타, 폭스바겐, 다임러, 혼다를 합친 것보다 높아졌다.
부정적 영향 역시 가속화됐다.
경제학자들은 수십년동안 경제적 이동성은 감소하는데 반해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경제 상황은 디스토피아로 변질되어왔다. 미국인의 40퍼센트는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현금 400달러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러나 11년 동안 계속 경제가 성장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불황이 닥치자 첫 3개월 동안 미국에서는 대공황 당시 2년간 줄어든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 가정 중 절반은 팬데믹으로 가족 구성원 최소 한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연소득 4만달러 미만인 가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4월초까지 거의 40퍼센트가 직장에서 해고 혹은 일시 해고된 반면 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가구에서는 그런 일을 겪는 경우가 13퍼센트에 그쳤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세상은 전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변화는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팬데믹은 그 먹구름의 크기에 맞먹는 밝은 희망을 품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저축률이 높아지고 배기가스가 줄었다. 미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3개 분야는 전례 없는 혼란 속에서도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은 코로나 19 때문에 혼란에 빠진 몇몇 병원의 이야기가 주요 기삿거리였지만 앞으로는 나머지 99퍼센트의 사람들이 팬데믹 기간에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는지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원격 의료를 강제로라도 받아들이게된 덕에 앞으로 혁신이 폭발적으로 이루어 질테고 망가진 미국 의료 시스템의 비용 부담에 맞서서 벌이는 전쟁에 새로운 전선이 펼쳐질 것이다. 원격 학습학습을 강제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어설프고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고등 교육이 진화하면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고 입학률은 높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는데 발판 역할을 하는 대학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교육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인 식생활의 경우, 배송을 통한 식료품 공급으로 보다 효율적인 유통, 신선 식품 이용 확대, 지역 상품 활용을 위한 기회가 생긴다면 이 분야에서도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