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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y 08. 2017

임진왜란때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한 한 건 의리 때문?

망국의역사,조선을 읽다를 읽고

김기협 교수는 한홍구 교수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역사학자 중 한명이다. 그의 글은 그동안 A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A가 아니라 B라는 식의 내용이 많다.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도 A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A가 아니라 B라는 메시지가 많은 책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진왜란때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한 가장 큰 이유는 자국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전략이 아니라, 의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인 주장으로 다가왔다.


조선은 명나라에게 가장 중요한 조공국이면서, 또한 가장 모범적인 조공국이 되었다. 임진왜란때 명나라가 왕조 말기의 무기력에 빠져 있음에도 출병한 까닭을 놓고 명나라의 이기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이야기 중에는 조중 관계를 폄훼하려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만든 억지스러운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중국 본토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선까지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방어전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것이 병법의 기본 상식이다. 출병 결정의 궁국적 이유는 조공 관계의 의리였다. 임진왜란의 위기를 명나라의 도움으로 넘기면서 조명 관계는 예절의 관계에서 힘의 관계로 변질됐다.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출병도 자국 이익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미국의 한국 전쟁 참전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자국 이익이라 하더라도 그 이익의 실질적 의미에는 편차가 있다. 없는 파탄을 만들어서라도 인류 전체에게 손해를 끼치면서도 다음 단계에서 일어날 부담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챙기려는 자국 이익과 천하의 평화를 지킴으로써, 그안에서 지키려는 자국의 이익이 같은 것일 수는 없다. 이 차이를 생각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 인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인간은 모두 이기적 존재라는 뉴라이트의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유교를 국교로 삼고 출발한 조선은 폐쇄적이고, 다양성을 허락하지 않은 성리학 중심주의 때문에 쇠퇴하기 시작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를 보면 조선의 사회 구조를 나름 잠재적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이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나름 잘 굴러가다가 임진왜란 이후 유교 중심 국가의 떠받치던 기반이 무너지면서 권력이 사유화되고, 망국을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교질서 제도적 핵심은 권력의 공공성에 있었다. 19세기말 유럽 사회과학자들이 전제주의라는 말을 동아시아 전통사회의 전매 특허처럼 쓴 이래 근대인의 통념이 되었지만 유교 정치 질서의 원리가 결코 전제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근래의 연구로 충분히 밝혀져 왔다.


구한말, 일본이 아니었더라도 조선은 다른 나라에 의해 식민지가 되었을까? 많은 이들이 그랬을거라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김기협 교수는 식민사관의 결과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19세기 동아시아 상황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에 상당한 착오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어느 서양 세력이라도 조선을 침략했으리라는 짐작은 일본이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서세 동점의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면 열강의 침략은 구체적 동기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 한반도에 대해 어느 유럽 국가도 일본과 비교할만한 침략 동기를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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