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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un 16. 2023

칩워, 복잡하고도 미묘한 각국 이해관계의 방정식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지정학은 업계 판세를 좌우하는 강력한 변수다. 반도체 쪽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들 목소리가 갖는 중량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선 각국 정부들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크리스 밀러가 쓴 칩워에 따르면 각국 정부들은 반도체와 관련해 빅픽처를 꿈꾸지만 저마다 현실적인 한계들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반도체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큰틀에서 미국과 동맹관계라도 해도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들 이해관계는 꽤 복잡하다.


미국은 떨어지고 있는 칩 제조 점유율을 반전시키고 싶어 하며 반도체 설계와 장치의 지배적 위치를 굳히고자 한다. 하지만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더 큰 몫을 원한다. 한편 대만과 한국은 첨단 로직 칩과 메모리 칩 제조에서 누리고 있는 시장 주도자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 설비를 통해 다른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고자 하는 희망을 확보하게 품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제외하고 나면 최신 반도체 팹이 있는 모든 나라는 미국의 동맹이거나 아주 가까운 나라들 뿐이다.


한국 상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 시장에서 지분을 늘리는 것이 강조돼 있다.


한국은 메모리 칩 제조의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로직 칩 제조에서도 지분을 늘리고자 한다. "반도체 기업 간의 경쟁은 이제 국가가의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힌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기업과 한 팀이 되어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지키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한떄 미국 기지가 주둔해 있었고 지금은 삼성의 주요 설비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 평택에 많은 돈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의 중심지로 바꿔놓았다.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에서 도쿄일렉트론까지 거의 모든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 역시 평택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삼성은 2030년까지 로직 칩 사업에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 발표했는데, 그러면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금액을 메모리 칩 생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대만의 핵심 목표는 TSMC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TSMC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최신 기술은 여전히 대만 현지에 묶어두고 있다.


반도체 회사와 정부가 원팀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었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나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극도의 보호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이제 TSMC에서 완전히 은퇴한 모리스 창은 대만에서 무역 특사 역할을 맡아 활약중이었다. TSMC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와 대만의 주요 관심사였다. 
TSMC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기술을 끌어올리고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충하고자 했다. 비록 중국 난징의 설비를 끌어올리고 애리조나에 새로운 시설을 열 계획이었지만 그래도 그 투자금 중 대부분은 대만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중국이나 미국에 짓는 새로운 팹 중 그 어느 곳도 최신 반도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TSMC가 지난 최고의 기술력은 여전히 대만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역시 분주하다.


다른 세지역인 유럽, 일본, 싱가포르 역시 반도체 신규 투자를 원하고 있었다. 몇몇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3나노 혹은 2나도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유럽 팹을 반도체 경쟁의 제일 앞자리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칩 분야에서 유럽이 지니는 낮은 시장 점유율을 놓고 볼 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텔 같은 대형 해외 반도체 기업을 설득하여 유럽에 새로운 핍을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유럽 자동차 회사에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반도체 산업에 꾸준히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즈가 새로운 팹을 건설하고 4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해왔다. 
한편 일본은 TSMC가 소니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새로운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일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다. 모리타 아키오가 퇴장하면서 일본이 반도체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도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소니는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라는 또 다른 반도체 분야에서 큰 매출과 높은 이익을 보고 있었다. 다양한 기기에 들어가는 카메라마다 소니 칩이 탑재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TSMC의 새로운 설비에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은 소니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일본 정부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계속될 경우 기계 장치나 첨단 소재처럼 일본이 공급망에서 강점을 보이는 요소들마저 해외로 이전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해서였다.

미국은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본이 모리타 아키오의 정신을 새롭게 이어 받아 나아가고자 하던 그때 미국은 앤디 그로브를 부활시켜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었다.소프트웨어에서 기계 장치까지 반도체 산업의 수많은 병목을 지배하고 있었고 그 지위는 날로 굳건해지고 있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컴퓨터 트렌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 스타트업이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였던 10여년을 보내고 난후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들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 많은 경우 그 새로운 칩은 인공지능 활용에 최적화된 새로운 아키텍처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문제라면 미국은 현재 뒤처져 있다. 첨단 칩 제조에서 미국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대표 선수는 인텔인데, 인텔은 수년간 방황한 끝에 2021년 팻 겔싱어를 CEO로 임명했다. 그가 내놓은 야심찬 확장 전략은 세갈래로 이루어져 있었다.첫째 반도체 제조에서 삼성과 TSMC를 꺾고 선두 자리를 차지한다. 그 목표를 위해 겔싱어는 ASML과 계약을 맺고 2025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극자외선 장비를 인텔이 가장 먼저 인수하기로 했다. 새로운 장비 사용법을 인텔이 경쟁사보다 먼저 익힌다면 이는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겔싱어 전략 중 두번째는 삼성 및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출범하여 팹리스 회사들의 칩을 생산하고 인텔의 시장 점유율 상승을 꾀하는 것이다. 향후 파운드리 고객들이 필요로할 생산 역량을 제공할 인텔의 새로운 설비는 미국과 유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파운드리 비즈니스가 재정적으로 안정권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칩이 필요한 고객을 유치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삼성과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야만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로 전환하려는 것은 데이터센터용 칩 판매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AMD와 엔비디아가 제기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아마존웹서비스나 구글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은 자체 칩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이 겔싱어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삼성 혹은 TSMC가 헛발을 딛고 넘어질지 여부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리하여 인텔의 전략에는 세번째 요소가 추가된다. 불편하지만 TSMC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미국과 전세계에 불고 있는 반도체 국가주의의 흐름에 인텔도 공식적으로 편승하고 또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인들은 아시이에 의존한 반도체 생산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 정부로부터 해당국에 팹을 지어서 보조금을 받아내려 한다. 하지만 인텔은 자체 칩 생산에서 애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로 설계한 첨단 칩중 점점더 많은 양을 TSMC의 최첨단 설비에 위탁하고 있었다.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이 동아시아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에 새로운 설비를 열도록 TSMC와 삼성을 설득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새로운 팹을 계획하고 있으며 삼성은 텍사스 오스틴 근교의 설비를 확충하려 한다. 이 팹들은 근본적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지만 미국의 국방과 핵심적인 기반 설비에 들어가는 칩을 제조하는 용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생산 역량의 대부분, 최첨단 기술은 자국내에 두고자 한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보조금의 당근으로도 이런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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