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Jun 08. 2024

꼰대는 가라? 피터 틸과 새로운 VC 패러다임의 탄생

이코노미스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파이낸셜타임스 기고 편집자를 지낸 세바스찬 말라비가 쓴 투자의 진화는 VC들이 혁신에 미친 영향과 다양한 VC들의 역사 및 계보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는 책이다. 읽다 보면 미국에는 다양한 VC들이 있고, 겉에서 보기엔 거기서 거기 같지만 회사들마다 스타일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피터 틸이 이끄는 VC인 파운더드 펀드가 VC 역사에서 나름 분수령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전까지 VC 세계가 창업자들을 이끌어 주고 가르쳐도 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면 파운더스 펀드는 창업자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했다. 피터 틸은 위대한 창업자들은 건들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것이 정석이라고 믿었다.


피터 틸은 페이팔을 직접 창업해본 경험이 있다. 이후 그는 VC들에게도 그렇지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것 같다.


2005년에 출범한 틸의 새로운 벤처 캐피털은 파운더스 펀드라고 불렸다. 이 이름은 그 정신을 타냈다. 페이팔과 같은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이 차세대 기업가 집단을 지원하려고 나섰고 그들은 예전에 자신이 바랐던 대로 이러한 새로운 세대를 존중할 것을 약속했다. 
틸과 파커가 모리츠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파운더스펀드가 외부에서 CEO를 데려오는 쿼메 공식을 명시적으로 배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업가들은 그들 자신의 회사를 직접 관리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따지지 말아야 한다. 구글 창업자들은 에릭 슈미트를 확실한 상관이 아니라 3인조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러한 길을 개척했다. 페이스북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저커버그는 확고하게 군림했다. 이제 파운더스펀드는 이러한 제왕적 모델을 그들이 지원하는 모든 스타트업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틸은 그의 비서들 중 한 사람이 말햇던 것처럼 모든 위대한 스타트업들이 제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지금의 파운더스를 만든 것은 틸의 자유지상주의적 측면이 아니라 제왕적인 측면이었습니다"
파운더스펀드의 일부 파트너들에게는 기업가들을 제왕적 자위에 올려 놓는 것이 일종의 율리적 책무였다. 파운더스펀드라는 이름을 제안했던 노섹은 페이팔 시절에 모리츠를 아주 싫어했고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을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그는 이렇게 맹렬히 외쳤다. "이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치 있는 발명가들의 창조물을 파괴할 것이다." 
틸은 멱법칙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론한 최초의 벤처 투자자였다. 아서 록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벤처 투자자들은 소수의 성공한 투자자가 그들의 실적을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것을 더욱 광범위한 현상의 한 부분으로 인식했다. 그는 파레토 법칙으로도 불리는 80/20 법칙의 창시자인 빌프레드 파레토를 인용하면서  자연현상과 사회 현상에서 철저하게 불평등한 결과가 흔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기업들 중 단 하나가 전체 포트폴리오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만 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자연법칙이었다. 사실 그것은 벤처 투자자들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과거, 현재 그리고 확실히 미래에도 가치 있는 틈새 시장을 독점하는 스타트업은 수백만개의 자신을 차별화하지 않는 경쟁 업체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지닐 것이다.
틸은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했다. 과거의 벤처 투자자들은 사업에서 홈런을 치는 것으로 위험을 정당화했다. 유한 책임 파트너들은 펀드가 수익을 창출하는데에는 한 두번의 홈런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투자에서 여러번 실패하고도 이를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틸은 명법칙에서  또 다른 교훈을 보았다.  그는 벤처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을 지도하는 전통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VC들은 스타트업들을 이끌어주는 성향이 강했고 인텔, 애플 등도 성공 사례들도 많다. 


록 이후로 벤처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을 지도하고 조언하는데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벤치마크의 경우에는 이것이 사업에서 핵심이었다.2000년에 실시한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도와 조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데이비도 벤처스라는 벤처 파트너십은 다섯명의 정규직 운영 파트너들을 보유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들어가서 경영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보스턴의 찰스리버벤처스는 스타트업에 경영자 스카우트, 장비 임차, 각종 계약 및 그밖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10여명의 직원을 확보했다. 하버드대학교의 폴 곰퍼스는 이를 두고 발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벤처캐피털이 기법에서 사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피털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등장은 VC 세계에서도 새로운 스타일 탄생으로 이어졌다는게 저자 분석이다. 기존 VC들의 접근법을 부정하는 것이 핵심이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VC들에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창업자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피터 틸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틸이 생각하기에 이러한 진화는 잘못된 것이었다. 멱법칙을 따르면 중고한 기업들은 예외적인 아웃라이어가 되어야 한다. 특정한 해에 실리콘배리 전역에서는 정말 지원할 가치가 있는 벤처 기업이 몇개 밖에 없었다. 이처럼 걸출한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드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약간 지도하는 것으로 그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파운더스 펀드의 어느 파트너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둘 중 성과가 가장 뛰어난 기업을 보면 대체로 우리가 가장 덜 개입하는 곳입니다." 점잔 빼며 조언을 해주면 그들의 자존심을 채울 수는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이 해야할 일은 거친 보석을 찾는 것이지 그것을 닦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틸은 이것만으로 충분히 도발적이지 않다는 듯이,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벤커캐피털의 지도가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벤처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에게 그들의 방법을 강요했을 때 그들은 시도되고 검증된 공식들이 새로운 실험을 능가한다는 쪽에 암묵적으로 내기를 걸고 있었다. 그는 액셀과 클라이너 퍼킨스 사이의 오랜 차이를 인용하며 준비된 마인드가 열린 마인드보다 더 낫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멱법칙이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반골 기질이 강한 소수의 스타트업들만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면 특이성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오히려 벤처 투자자들은 반골기질이 강하고 평범하지 않은 창업자들을 품어야 하고 이들이 괴짜일 수록 더 낫다. 괴짜가 아닌 기업가들은 그냥 평범한 기업을 창업할 것이다.  그들은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고 이처럼 합리적인 계획은 다른 사람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경쟁자들이 넘쳐나서 많은 수익을 기대핧 수 없는 곳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틸은 최고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때로는 오만하거나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친 사람에 가까운 것은 분명히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초기 페이팔 직원 여섯 명 중 네명은 고등학교 시절에 폭탄을 제조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는 첫번째 스타트업에서 번돈의 절반을 경주용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썼다. 틸은 그러한 극단과 기행은 실재로는 좋은 조짐이라고 주장했다. 벤처 투자자들은 이러한 부적응자를 찬양해야지 그들에게 손종을 가르쳐서는 안된다. 파운더스 펀드는 설립한지 몇년이 지나 차량 호출 스타트업 우버에 투자하기를 거부하면서 값비싼 실수를 저질렀다. 우버를 창업한 반항적인 트레비스 캘러닉은 하워리와 노섹 모두 멀리 했다. 우버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틸은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이상하거나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에게 지금 보다 더 관대했어야 했다."
파운더스 펀드는 창업자가 아무리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를 자신의 스타트업에서 퇴출하지 않을 것임을 결의했다. 파운더스 펀드는 이후로 15년이 지나서도 이 원칙을 충실하게 고수하고 있었다. 실제로 파운더스 펀드는 이사회 표결에서 창업자의 반대편을 든 적이 한번도 없었고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지 않고도 대체로 만족했다. 이것은 돈 발렌타인과 톰 퍼킨스가 확립했던 실제로 참여하는 전통을 대담하게 뒤집는 것이었다.


창업자들과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틸이 별난 천재들을 억압하지 않으려고 벤처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을 지도하는데 반대한 것이라면 또 다른 이유로도 그것에 반대했다.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엄청난 기회 비용을 발생시켰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벤처투자자들은 그렇게 하느라고 그 다음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노섹은 파워셋이라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겪는 문제에 빨려 들어갔다. CEO가 회사를 떠났고 회사는 인수자를 찾는데 필사적이었다.  노섹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 엄천난 노력을 기울이고는 약 10만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노섹은 파워셋에 정신이 필려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포함하여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알고리즘 중심 개인화에 대한 불편한 사실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