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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ul 21. 2024

스티브 잡스라면 애플카를 어떻게 만들자고 했을까?

애플이 2014년 타이탄으로 불리는 자체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폰 이후 대담한 목표에 갈증을 느낀 우수 엔지니어들 테슬라로 떠나는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타이탄 프로젝트는 애플 내부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 올해 폐기됐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에 있었던 일들을 다룬 책 '애프터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아이폰 개발을 이끈 천재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도 초기 타이탄 프로젝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였다. 당시 풀타임 애플 직원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애플카 콘셉트 개발을 주도했다.


아이브가 떠나 있는 동안 타이탄 프로젝트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애플은 배터리와 카메라, 기계 학습과 수학에 전문성을 갖춘 수백명의 엔지니어와 학자를 채용했다. 그들은 미 우주 항공국의 달 탐사 만큼이나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애플이 지금껏 착수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복잡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들은 바깥 세계의 디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동차의 이동 방법을 결졍해줄 카메라와 센서로부터 받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개발해야 했다. 자동차 자체에는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정교한 배터리 셀이 필요했다. 또한 고객 경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초기 자율주행차 개발 분야에 진입한 기업들은 단편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업계 선두주자인 구글은 자동차 제작보다 운영체제 제작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런 이유로 구글은 미니밴들이 피닉스 같은 도시의 거리를 정해진 루트대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테슬라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기능만을 제공하는 전기차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애플 지도부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시에 전기로 구동되는 차량을 만들기를 원했다.
산업 디자인팀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아이브와 그의 팀원들은 수많은 영향력 있는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모여 훗날 도로를 주행하게될 콘셉트카를 개발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차량에 대한 호불호를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한층 역동적인 형태로 애플의 트레이드 마크인 곡선을 확대하는 방법들을 평가해봤다. 더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았지만 애플의 테이스트메이커로서의 역할 때문에 아이브는  이 프로젝트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차량들을 수년간 연구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동차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피력했다.
아이브는 애플이 음성 지원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원했다. 아이브의 비전은 하드웨어 최고 책임자인 댄 리치오 및 그의 제품 디자이너들의 견해와는 달랐다. 디자이너들은 테슬라처럼 자율주행과 수동 운전을 번갈아가며 할수 있는 반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은 애플이 노키아와 휴대폰 산업에서 벌였던 일을 테슬라와 자동차 산업에도 벌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즉 늦었지만 조만간 지배적 기술이 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논쟁이 가열되자 산업 디자인팀은 프로토타입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했다. 그들은 핸들이 없는 자동차 내부를 상상했는데, 자동차에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핸들도 없는게 맞았다. 그리고 네 개의 좌석이 모두 정면을 향하기 보다는 서로 마주 볼수 있도록 만들어 자동차 실내를 라운지처럼 탈바꿈시켰다. 사용할 재료를 논의하다가 캘리포니아 햇살의 열기를 낮출 수 있는 변색 선루프 유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소리를 내지 않고 닫히는 기계식 문을 상상했다. 식당이나 바깥 거리의 이름을 유리창에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역할을 할 두배 더 큰 투명한 창문도 있으면 좋을것 같았다. 또한 그들은 198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도요타의 미니멀리즘 밴 왜건에 대한 향수를 공유했다. 그 왜건의 주요 특징은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차들과도 다른 정면 유리의 미묘한 각도였다.
수년동안 그래왔듯이 디자인팀은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 보다 더 엄격한 사양을 설정했다. 그들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센서가 달린 차를 원했기에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라이다라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이용 가능한 많은 센서들이 흉물스러운 교도소 감시 탑처럼 지붕 위에 얹혀 있었기 떄문이다.


아이브의 구상은 내부 엔지니어들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비춰졌다.


2015년 가을 가을날, 아이브는 서니베일에서 팀 쿡을 만나 자신이 상상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차량에 탑승한 승객들이 차량을 음성으로 제어하고 시리에게 원하는 목적지를 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두 사람은 라운지처럼 인테리어를 한 내부 프로토타입에 들어가 자리에 앚았다. 밖에서는 한 배우가 시리 역을 연기하고 가상 시연 용도로 작성된 대본을 읽었다. 상상의 차가 앞으로 질주하자 아이브는 창문 밖을 내다보는 척했다. "시리야 우리가 방금 지나갔던 그 식당은 무슨 식당이었지?" 아이브가 물었고 밖에 있던 배우가 응답했다. 이후 임원들과 배우 사이에 몇사례 대화가 오갔다.
시연이 끝나자 아이브는 미래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움장하다고 생각하는 듯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 아이브와 다르게 일부 엔지니어들은  이 프로젝트가 시연 만큼 허구적일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 잡혔다. 프로젝트의 작업이 빠르게 추진되고는 있었지만 실상은 최종 목적지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타이탄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했다.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CEO 스타일도 나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 지휘봉을 잡은 팀 쿡은 제품 개발에는 깊숙하게 개입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깊숙하게 개입했던 잡스와는 달랐다. 스티브 잡스였다면 되고 안되고를 떠나 타이판 프로젝트 중간에 여러 차례 오락가락했던 걸 막을수 있었을까? 또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이상적으로 비춰지던 아이브 아이디어를 밀어줬을까? 아니면 다른 콘셉트를 제시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자동차는 하지 말라고 했었까? 책을 읽고 떠올랐던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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