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로마의 멸망 과정과 현대 서구권들이 걸어온 길 사이에 큰틀에서 유사점이 많으며,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가 로마처럼되지 않기 위한 매우 쉽지 않은 대안과 방향도 제시한다.
로마가 이민족들에 대한 저항을 멈춘 후 서서히 내부로부터 무너졌고 많은 이들이 여전히 따르는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식 주장을 반박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이다. 역사학자,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들에 따르면 로마는 이민족 때문이 아니라 반영으로 커진 규모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요구사항들을 관리할 역량 부족으로 무너졌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민족에 초점을 맞춰서는 로마의 멸망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현대 사회 이민 논란도 마찬가지. 서구 중하위권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게 이민 때문이라고 외치는 정치인들 메시지는 현실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현대 이민자들을 로마를 무너뜨린 야만족에 비유하는정치인들의 말도 그저 말일 뿐이다.
4세기 말과 5세기 초의 이주는 훈족의 확장이라는 외부에서 온 충격으로 발생했다. 이후 로마 땅에서 일어난 과정은 이주자들이 훨씬 더 정치적 연합을 재조직하면서 실질적으로 이주자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이주 과정은 로마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대조적으로 현대 서구로 향한 이주는 대부분의 노동력을 찾는 수혜국이 통제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한다. 이민자가 많은 미국에서도 불법 입국한 불법체류자는 전체 인구의 5퍼센트 미만이다. 잘못된 동등성에 근거한 우익 정치인들의 담론이 너무나 많다. 이민자 선박을 찾으려고 영국 해협을 순찰하는 나이젤 패라지, 로마 제국의 몰락을 오늘날 통제되지 않는 이민에 대한 경고로 언급하는 보리스 존슨, 불법 이민자들을 고트족으로 비유하는 팻 뷰캐넌 같은 자들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미둥록 노동자라는 위태로운 존재는 북아프리카에서 로마인의 안락한 삶을 누렸던 반달족 전사와 조금도 유사하지 않다. 미국의 불법 체류자는 두려움속에 살고 있으며, 언제나 이민국 집행 요원을 피하려 그들이 출현했던 곳을 확인한다.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힌 그들의 자녀는 부모가 추방되어 헤어지는 것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에 시달린다.
성문 앞에 서 있는 야만족들을 거론하는 온갓 이야기에 관해서라면 현대 세계는 국경을 넘어 로만의 부동산을 상당 부분 장악한 조직적인 대규모 군사 연맹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헝거리가 최근 경찰이 적법한 절차 없이 망명 신청자를 국경 너머로 강체 추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이 나라에 입국하는 사람의 수가 75% 이상 감소했다. 로마 제국 말기에 입법을 통해 야만족의 침략을 막는 것은 꿈에서만 가능한 방법이었다.
현대 경제는 이전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신규 시민의 부는 기존 시민의 부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물론 이것이 바로 1945년 이후 서구 정부가 실제로 이민을 장려한 이유다.
물론 모든 조건이 같다면 서구 사회의 부유층이 전통적인 노동 계급보다 이민의 도착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민 노동령의 공급은 좀더 제한적인 노동 시장에서 임금 상승을 제한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일부 서구 정치가들의 주장과는 달리일반적인 연구 결과는 여전히 이민이 전체 경제에 순이익을 가져온다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IMF 연구는 평균적으로 이민자 인구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장기 GDP가 2% 증가한다고 추정한다. 1945년 이래 이민자들은 서구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구 국가들이 이민에 문호를 개방한 건 출산율 저하에 따른 고령화 문제도 큰 원인이었다. 한국에선 출산율 저하 원인으로 애들 키우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회 구조가 꼽히지만 저자들 생각은 좀 다른것 같다. 오히려 서구권에서 출산율 저하는 번영에 따른 결과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25년 동안 서구 국가의 1인당 소득은 매년 평균 4~6%씩 증가했다. 이는 개인의 소득이 10년마다 두배로 증가했다는 뜻이다. 경제적 불안이 줄어들면서 가족 크기도 그에 따라 줄어들었다. 국가가 돌봐줄 때 특히 개인 연금이 그 일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노년기에 자신을 돌봐줄 많은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단기적인 도약을 가져온 전후 베이비품 이후, 서구의 일반적인 출산율의 장기적인 하락이 다시 시작되었다. 소위 출산율 변천의 두번째 단계가 이제 본격화한 것이다. 전쟁 이후 미국의 가구당 평균 자녀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오늘날 OECD 선진국 중 가정에서 기존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자녀를 낳는 곳은 아이슬란드와 이스라엘 뿐이다. 서유럽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대다수 유럽 국가는 세계 경제에 잉여 인구를 공급하는 주요 역할을 상실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자국의 노동 수요를 충족시키려 고군분투했다. 추가 공급의 확실한 원천은 옛 제국주의 주변부의 개발도상국이었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는 점점 심화되는 추세다.
1945년 이후 서구에 넘친 전례 없는 번영은 빠르게 역설적인 상황을 불러왔다. 번영은 소규모 가족으로 전환을 재촉하고 출산율 감소를 가속했으며 동시에 평균 기대 수명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평균 수명은 67세였다. 오늘날은 79세가 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기대 수명에서 60세에서 83세로 늘어난 이탈리아에는 미치지 못하며 일본에서는 평균 수명이 당시 52세였던 것에서부터 무료 32년이 추가되었다. 이 모든 것은 여러 면에서 놀라운 성과다.
1960년에는 연금 수급자가 일본 인구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오늘날은 인구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 결과 일하는 근로자 대비 경제적 부양 가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1960년 당시 경제 활동을 하는 일본인은 모두 각기 한 명 씩 부양했고 그 대부분은 곧 취업을 앞둔 어린이였다.
오늘날 모든 근로자는 다른 두 사람을 부양해야 하며 이들 중 대부분은 퇴직한 사람이다. 따라서 부와 그에 따른 효과는 서구의 노동력에 새로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고 일반적으로 이를 메우기 위해 이민을 이용했다. 일부 경제 영역에서는 이러한 의존이 특히 심해졌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당뇨병, 관절염, 파키슨병, 치매 등 노화와 관렪나 만성 질환의 발병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영국에서는 나이젤 패라지가 영국 국민의료보험의 비용 상승이 이민자가 유발한 초과 수요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영국 병원의 병동이 외국인들로 가득차 있다는 그의 말은 맞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의 의료 전문가들이다. NHS에서 일하는 의사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 출신인데, 이는 OECD 평균과 대체로 일치한다. 물론 아프리카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중 5분의 1이 해외에서 일허게 된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에는 이 문제의 고민스런 이면이 있다.
이민을 막는대고 해서 현대 서구 사회가 직면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 둘은 서로 별개의 문제고 오히려 이민자들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다소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이민자들로 돌리는 것은 정치인들에게는 ROI가 좋은 캠페인이다. 도날드 트럼프 재선으로 이같은 구호는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서구 복지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외국인 유입이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고 부양 비율을 엄청나게 증가시킨 전후 번영의 결과다. 외국에서 훈련 받은 의사와 간호사에 의존한 덕분에 많은 공공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의료진 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다른 나라로 전가해 서구 납세자의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수년간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영국 정부가 동유럽 이주민들을 악마화하자 그들이 영국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고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제 그들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지경에 이른 사실에 의해 최근 조명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