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사회적경제는좌우를넘는다를 읽고
내가 사는 서교동, 망원동 일대는 요즘 상권의 세대교체가 거세다.
예전에 있던 가게들이 언제부터인가 홍대풍의 상점들로 바뀌더니, 요즘은 아예 홍대가 망원동으로 옮겨온 듯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새로 오픈한 홍대풍 가게들도 얼마 못가 간판이 바뀌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손님이 꽉 채울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가게가 아니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웬만큼 잘 되서는 임대료 주고 생활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로운 간판의 가게들은 계속 쏟아진다.
자영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정석으로 통하건만, 가게 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는건 이거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어서일 것이다.
회사는 그만뒀고, 재취업은 쉽지 않고, 놀기는 뭐하니 가게라도 해보자 해서 뛰어드는 것이 자영업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시작한 자영업이 성공할 확률은 크지 않다.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회사는 그만뒀고, 재취업은 쉽지 않고, 놀기도 뭐한데, 어쩌라는 말인가?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최근 내놓은 책 '사회적 경제를 좌우를 넘는다'에서 사회적 기업을 징검다리로 삼아볼 것을 주문한다.
사회적 기업에서 1~2년 정도 일한다면 그동안 모아둔 돈 날릴 가능성을 줄이면서 제2의 일을 시작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빛을 감수하고 식당을 창업하려는 분들에게 그렇게 큰 결정을 하기전에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 조합에서 1~2년 일을 해보기를 권한다. 생협은 아직 불확실한 사회적 기업이나 막 시작하려는 회사보다 조건도 훨씬 좋고, 웬만한 회사에 비해 월급도 높다. 그렇지만 중간에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같은 협동 조합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농협이나 서울우유 같은 곳은 실업 상태에서는 아예 들어갈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막 시작하려는 사회적 기업, 특히 예비 사회적 기업 같은 곳은 늘 사람이 부족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사람들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동료로서, 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요즘은 서울시나 경기도 같은 큰 광역단체가 아니더라도 기초 단체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한 지원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런데서도 진행하는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에 첫발을 떼는 가장 편한 방법이다.
사회적 경제라는말은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지만 지역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사회적 경제에서 활동하는 회사가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언론에서 보는 것 말고 일반인들이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을거라 봤는데, 책을 보니 한국도 사회적 경제가 확산될 분위기는 어느정도 무르익은 것 같다. 선진국들에서도 불황기에 사회적 경제가 커졌고, 한국도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 것 말고는 뉴노멀의 시대, 버티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우석훈 박사의 설명이다.
사회적 경제에 진출해 벌 수 있는 돈은 현실적으로는 민간 기업에는 못친다. 그렇다고 시민단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 사회적 경제에 속한 모든 경제 단체의 임금이 똑같이 낮은 것은 아니다. 농협 같은데는 정말 높다. 그러나 말만 협동 조합이지 금융회사랑 똑같이 움직이고, 기본적으로는 공채 방식으로 뽑는다. 생활 협동조합, 지역의 생협은 이제 마트와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직급에 따라서 그 정도 임금 또는 그 이상을 주기도 한다.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는 낫다. 사회적 기업은 출발 초기부터 공무원들이 자활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고, 그래서 2~3년 정도,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의 인건비 정도를 지원한다. 최저 임금 보다는 높지만 원래 받던 월급을 생각하면 아마 아찔할 것이다. 지금의 생협이 그렇듯이, 사회적 기업도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와 틀이 잡히면, 중소 기업 수준의 임금을 기대할 수도 있다."
사회적 경제과 사회적 기업은 한국에서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어느정도의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정보를 잘 찾아본다면 창업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석훈 박사는 강조한다.
1~2년 그 다음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며 심호흡하고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 경재의 미래를 위한 웨이팅으로서는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적 영역이 최적이다. 1~2년 동안 사회적 경제를 경험하고 다른 길로 돌아서더라도 별 문제는 없다. 1년이면 시간이 아깝지 않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어차피 창업할 가라면 조금이라도 먼저 하는 것이 낫다고 권한다. 그러나 야만적 자본주의에 자신이 가진 약간의 자금이라도 지키는 것은 큰 이익이 된다. 무턱대고 정글로 뛰어드는 것보다는 도서관에서 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최소한 창업 자금은 야수들 앞에서 지킬 수 있다.
사회적 경제를 좌우를 넘는다는 사회적 경제의 탄생 배경과 각국의 역사, 국내 상황 및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자동화의 대안으로 공공과 민간 부문 사이에서 존재하는 제3영역을 키울 것을 제시했는데, 사회적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 경제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할거 없어서 고민끝에 창업하려는 이들이라면 사회적 경제에서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도 사회적 경제 불모지 수준은 벗어난 만큼, 이런저런 기회들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