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남기자.
가장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단어 "최선"
나에게 '최선'이란 '죽을 만큼'이다.
밥 먹는 것보다도 우선이 되어 열정을 다해하는 것.
눈앞이 하얘져 정신을 잃을 정도까지 몰입했을 때 최선이라 인정한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한 지 12년 만에 최악의 번아웃이 찾아왔었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세상 누구보다 무능하고 무력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절망감은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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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빈곤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몇십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사명감이 사라진 것은 나를 지지하던 땅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예수 그리스도만이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다. 먼저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영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는 목소리에 '그럼 가장 파워풀할 때 선교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머릿속에 가득해졌다.
나의 멘토 로버트는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알고 찾아와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경거망동하지 말라. 하나님의 길은 아주 자연스럽게 열린다. 잠잠히 기도하며 기다려라."
2019년 여름. 변화가 필요해 네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냥 결혼이나 할까, 이직을 할까, 해외선교를 갈까, 대학원에 갈까?
목적이 없어진 삶은 아무거나 해도 상관 없었다.
그래도 대학원 진학은 6년 전부터 고민했었고, 다른 선택지보다 기회비용이 적었다.
마침, 데이빗이 자신이 다녔던 대학원으로의 입학을 추천했다.
학교 인지도, 전문성 높은 교수진, 융합적 인재양성, 다양한 경험의 원우들 모임 이 매력적이었다.
되면 되고 말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입학원서를 썼는데 됐다.
데이빗은 대학원에 합격한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축하한다. BR처럼 기관에서 오랜 기간 성실히 일해 온 구성원들이 이렇게 진학해야 해. 정말 좋은 선례야."
나를 직접 데리고 다니며 임원진에게 대학원에 합격했다며 인사시켜 주셨다.
모두에게 축하받는 분위기 속 대학원 입학을 했다.
비록 코로나 학번이었지만,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생각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교수님 수업은 꼭 들어라!"
데이빗이 몇몇 교수님 수업을 강추한다.
나는 신뢰하는 사람 말은 잘 듣기에ㅎㅎ...
다 챙겨 들어봤다.
역시 데이빗이 추천해 준 교수님 강의는 명쾌하고 실용적이며 재미있었다.
'논문을 쓴다면, 이 교수님께 지도받을 거야.'
속으로 지도교수님을 찜해놓는다.
당시 나는 친구들과 매일 밤 성경필사를 하고 있었다.
성경 속 모든 인물은 한 때를 살다 갔다.
어느 때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다른 아픔을 안고 살아낸다.
느헤미야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엘리야는 광야에서 외치다 갔고, 요한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많은 백성들에게 세례를 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끝나버렸다.
아브람(아브라함)-이삭-야곱(이스라엘)-요셉-모세-다윗-솔로몬-예수-... 그리고 지금.
모두의 삶이 한 점을 찍지만, 그 점들이 이어져 영원의 선을 만든다.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후대에 그 뜻을 바통처럼 터치하며 영원히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의 영원함 속에 어디까지 실존할 수 있을까? 나는 나에게 허락된 유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간이 영원히 사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유전자를 남겨서.
또 다른 하나는 지식을 남겨서.
(최근 또 다른 결의 '영원'은 '지금(현재)'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을 누리는 것이 영원을 누리는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이 아닌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에 얽매여있을 때 두렵고 우울하고 불안하다. 이 이야기는 오늘의 주제에 맞지 않으니 임시저장)
나는 아직 유전자를 남길 방법이 없으니, 지식을 남겨야겠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할 수 있는 만큼 정보를 모아 정리해 두면 지식이 될 것이다. 이 지식은 더 나은 누군가가 보다 나은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논문을 써야겠다. 논문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게.
논문을 쓰자.
feat. 하나님은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도서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