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제주도에 살게 되셨어요?
이제는 어엿한 5년 차 제주도민이지만, 여전히 이방인이자 이주민인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늘 듣는 질문이다. 이제는 답변도 다양한 버전으로 상황에 맞춰 내뱉곤 하는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나 왜 여기에 살고 있지?
시작은 코로나였다. 2020년 봄, 당시 나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동시에 해외로의 이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 화상 인터뷰를 보고, 절차를 진행하던 와중이었다. 여느 전염병과 다름없이 곧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이직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한시가 다르게 심각해져 갔다.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는 어떤 나라보다도 빨리 나라 문을 걸어 잠갔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담당자는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니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고 나면 다시 절차를 진행하자고 했다. 한번 이직을 마음먹은 회사에 기약 없이 계속 몸담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해외여행도 모두 막혀버린 상황에서 퇴사를 한다고 해도 딱히 할 일이 없는데 뭘 하지 하던 중에 갑자기 제주도가 떠올랐다. 그래, 상황이 좀 사그라들 때까지는 제주도에서 지내다가 분위기가 좀 풀리면 다시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 되겠다!
얼마나 있어야 상황이 진정될지는 미지수였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제주살이를 할지 찾아보던 와중에 우연히 서핑샵 직원 모집글을 보게 되었다. 숙소 제공에 월 40만 원 정도 되는 소정의 월급. 이거면 큰 비용 부담 없이 제주에서 지낼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서핑을 원 없이 할 수 있다! 내게는 이보다 완벽한 조건은 없어 보였다. 서핑샵에 연락해서 일정을 협의하고,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다. 팀장님은 해맑은 표정으로 서핑하러 제주도에 내려가겠다는 나를 보며 붙잡을 수가 없네,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무려 4년을 지냈던 신촌의 좁디좁은 원룸을 하루 만에 정리해서 수원의 본가로 내려왔다. 그리고 일주일 간 여기저기 제주행 소식을 전한 뒤, 29인치 캐리어에 무작정 한 달치 짐을 챙겨서 마침내 제주도에 입도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그 길로 이호테우 해변에 있는 서핑샵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한 후, 내가 일하게 될 곽지해수욕장 서핑샵으로 이동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같은 동네에 있는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숙소는 곽지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2층 주택이었다. 1층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지내고, 2층은 서핑샵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쓰게 될 작은 방을 쓸고 닦고, 짐을 풀었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를 나의 제주살이는 서핑샵 직원 생활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