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바다

by 김디트

언제 올까 무지막지하게 기대하던 손님보다는, 예기치 못하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찾아오는 손님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란 사실 전자에 가까웠다. 몇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플레이리스트에 밀어 넣으면서 크리스마스가 언제 다가올까, 달력을 들락날락. 막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그렇게 고대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대면대면하기 짝이 없고.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내가 기다렸던 것이 겨우 이거였나? 의아함을 느끼는. 이런 식상한 레퍼토리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식상해질 법도 한데, 이 식상함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반복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예기치 못한 손님처럼 반기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황글을 싸지르고 있는 것인가 하면, 그것도 사실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유튜브에서 건져내는 일이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까지와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예기치 못한 손님이란, 말하자면 이런 걸 뜻한다. 크리스마스 아침, 갑작스럽게 차갑고 고요한 바다가 보고 싶어서 동해로 차를 몰고 가게 되는 것처럼 조금 뜬금없지만, 그 급작스러움이 그다지 유별나보이진 않는 것과 같은 그런.


뭔 말인지 당최 따라올 수가 없다고? 사실 나도 그렇다.


왜냐하면 부모가 된다는 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맥락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는 작년에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지 않던 삶을 살고 있다. 바다를 사랑하던 어린아이가 자라서 바다라는 태명을 가진 딸을 벌써 42일째 기르고 있는 것이다.


뜬금없이 찾아간 겨울 바다 같은 놀라움으로 이 아기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어떤 방식이냐고? 끊임없는 칭얼거림과 울음과 태열과 코막힘 같은 이벤트들을 잔뜩 늘어놓는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던 아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몇 년 후엔 이 바다같이 놀라운 바다에게 물려줘야 할 것 같다. 아마 아이는 크리스마스와 산타가 언제 올지 무지막지하게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아마 나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던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아이를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역시 예기치 못하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찾아오는 손님이 더 좋을 때가 있는 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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