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와 흰 백지를 눈앞에 두는 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을까?
언제든 실패해도 괜찮다던 그 젊음의 특권은 손가락으로 마구 비벼 뭉갠, 연필로 쓴 흔적처럼 희미하고, 또 지저분하다.
지우개로 그걸 깔끔하게 지워버리고, 그 위를 덧칠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옛날에는 가뿐히 그 흔적을 무시하고 아래쪽에 이어 글을 쓸 치기가, 아니 용기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