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혁 delivan Feb 24. 2020

달리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지금 일어나서 뛴다고 뱃살이 빠지고 체력이 늘까?


아침 달리기를 하기 전 매번 드는 생각이다. 나는 약 5개월 전부터 격일로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직업 특성 상 앉아있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회사에서 간식도 자주 먹다보니 똥배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체력은 점점 저질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한지 5개월 정도 지난 지금은 어떻냐면... 뱃살은 여전히 한 움큼 잡히고, 밤만 되면 피곤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자동으로 나온다. 아니 그래도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노력을 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는게 말이 되나?


말이 된다

자문해보자. 그 시간동안 정말 매번 격일로 달리기를 했나?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처참한 12월의 기록


5개월이라는 기간도 그리 길진 않은데 그 사이에 달린 횟수도 너무 적었다. 초반에 그나마 꾸준히 해서 아주 조금 오른 체력도 안 뛰는 동안 다시 원상복구가 됐을게 뻔하다. 그렇게 뛰지 않은 날이 많아질수록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게 되는 고민은 짙어져 갔다. "지금 일어나서 뛴다고 뱃살이 빠지고 체력이 늘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일어나서 파워에이드 한 잔 마시자

나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습관 쌓기' 방법이 제대로 도움이 되었다. 습관 쌓기는 말 그대로 습관들을 쌓음으로써, 현재 습관에서 다음 습관으로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106


인간의 많은 행동들이 이런 패턴을 따른다.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손을 씻은 후에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그 후에는 수건을 빨래통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행동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각각의 행동은 다음 행동을 부르는 신호가 된다. 이를 이용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달릴지 말지 고민하는 대신, 일단 냉장고에 있는 파워에이드를 마시기로 했다. 스포츠 음료를 마시면 당이 빠르게 흡수되어 금방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어 아침 공복 운동에 좋다고 한다. 게다가 냉장고에 넣어놨기 때문에 시원하고, 원래 맛이 달짝찌근해서 일단 마시고 나면 잠이 깨고 기분도 좋아진다. '달리러 나갈까 말까' 하는 것보다 '파워에이드 마실까 말까' 하는 게 누가봐도 훨씬 쉬운 고민이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기 수월해지고 달리러 밖으로 나갈 확률도 높아진다. 아침 달리기를 위한 나만의 신호인 것이다.


저는 달리는 사람입니다

살이 빠지지 않고 체력이 늘지 않아도 내가 달리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건 파워에이드 덕분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정체성이다.

근본적인 믿음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습관을 바꾸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웠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변화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54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고 믿을 경우 그 믿음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행동과 정체성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면 더이상 행동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스스로 그렇다고 믿고 있는 유형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나를 달리는 사람이라 정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건강해질거라고 믿는다.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닌 '달리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짐과 동시에 의지가 한층 강해졌다. 그리고 주변에 열심히 알리기 시작했다. SNS에 인증하기도 하고, 직장 동료에게 "저 오늘도 아침에 달리고 왔어요" 하고 멋쩍게 자랑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줄수록 자부심은 한껏 올라가고 나의 '달리는 사람 정체성'은 더욱 단단해져갔다.


습관은 정체성의 증거가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 혹은 타인에게 증명하기 위해선 증거가 필요하다. 그 증거는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습관들이다. 습관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계발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오늘 행동으로 옮긴 습관으로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체성과 습관은 서로 선순환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에 맞는 습관들을 하고, 그 습관들이 증거가 되어 내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그리고 증거들을 모아라. 나 자신이 습관이 되어라.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잘 모르는 그릿(GRIT)에 대한 비밀 2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