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혁 delivan Oct 03. 2019

훌륭한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스파이어드

지금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역량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저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주어진 요구사항을 구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회사를 다닌 지 약 1년 정도 되는 시점에서 몇 가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구현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진정 제품에 도움이 되는 걸까?', '회사가 이 제품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다른 성공한 IT 제품들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걸까?'


이 궁금즘들을 풀기 위해 대표님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몰랐던 회사의 사정과 대표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 <인스파이어드>를 읽게 되었고, 이러한 궁금증들이 사실은 모든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무조건 고민해야하는 주제이며, 꽤 성공한 기업들은 이를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말이다.


당대 최고의 기업도 실패한다

저자 마티 케이건은 기술 제품 관리 분야의 선구적인 사상가이자 실리콘밸리 제품 그룹(SVPG)의 창업자다. 그는 HP, 넷스케이프, 이베이 등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제품을 정의하고 구현하는 책임자급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온 그도 초기에 HP에서 엔지니어로서 일할 때 큰 좌절을 맛봤다.

우리는 밤과 주말을 희생해 가며 1년도 넘는 오랜 기간 열심히 일했다. (... 중략...) 우리의 기술을 소개하는 기자회견도 했고 좋은 평가들을 받았다. 성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마침내 제품을 출시했고 자축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시장에서 우리 제품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팀은 곧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우리가 만드는 것에 대해 누가 무엇을 정의해야 하는가?', '고객들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사용성이 충분한지를 고객들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질문들에 대한 답은 다양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한 가지 존재했다.

고객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을 절대 찾지 않는다.


HP 같은 당대 최고의 기업도 그 제품이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몰랐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치라는 것은 누가 결정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마티 케이건은 바로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가 그 가치를 판단하고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을 이끄는 사람

이 책을 관통하는, 내가 확신하고 있는 중심적인 개념이 있다.
바로 모든 훌륭한 제품 이면에는 지칠 줄 모르고, 무대 뒤에서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제품팀을 이끌며,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한다.


그들은 기회를 평가하고 무엇을 만들고 고객에 전달할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특히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은 제품 자체 혹은 제품의 기능들이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이 확신은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서 드는 것이 아니다. 다음 네 가지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1. 고객 2. 데이터 3. 비즈니스 4. 시장과 산업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제품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그들은 정말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집요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이며 그들의 능력에 따라 제품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고객과 심지어 팀에게도 그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최종적으로 제품을 구현함으로서 회사에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 줘야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도 PM이라는 직무가 존재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PM의 역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분을 뭐라하는 게 아니라 회사 자체에서 그 역할에 대한 이해와 비중이 덜 한 것 같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좀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고민해봐야 하는 사항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품이라는 것은 제품 관리자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보통 하나의 팀을 이뤄 제품의 설계 - 구현 - 출시를 함께 해야한다. 제품 관리자가 아닌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건 개발자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우리 팀이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팀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팀은 어떤 팀이어야 할까?


용병팀과 미션팀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는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는 제품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용병팀이 아닌 미션팀이다.

왜 미션팀으로서의 제품팀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데 더 효과적인 것일까? 마티 케이건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든다.


1. 협업에서는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특히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이러한 관계를 잘 살리는 형태다.

2. 전문성이 필요한 혁신을 하는 경우 오래 지속되는 팀은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업무를 수행한다.

3. 다른 사람들이 가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결정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팀 전체가 비즈니스 목표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팀 전체가 주인 의식과 성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용병팀은 그저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고 나면 끝이지만, 미션팀은 사용자와 비즈니스 입장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끈을 놓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지금까지 용병 팀원으로서 회사 업무를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 무지하지만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은 내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모호함과 기획 단계의 참여를 독려하지 못하는 점 또한 우리 회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제품 관리자, 제품팀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지만 제일 중요한 게 한 가지 남았다. 과연 훌륭한 제품이라 할만한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냐는 것이다.


제품 발견 - 제품 실행 - 제품 비전

마티 케이건은 먼저 제품에 대해 폭넓고 총체적인 정의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이는 기능, 기술, 사용자 경험 디자인, 돈을 어떻게 벌지, 고객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오프라인 경험 등을 포함한다.


제품을 정의한 다음으로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은 만들 제품을 발견하는 것과 발견한 것을 토대로 그 제품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업무는 보통 끊임없이 동시에 실행되어야 한다.


제품 발견의 목적은 좋은 아이디어와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판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 네 가지의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해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 사용자들이 이 제품을 살 것인가?(또는 사용할 것인가?)

2. 사용자가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가?

3. 우리 엔지니어가 이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4. 우리 이해 관계자가 이것을 지지하는가?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일련의 빠른 실험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실제 제품보다는 프로토타입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제품 출시나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 아닌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보통 최고의 팀들은 한 주에 10개에서 최대 20개 이상을 진행한다고 한다.


제품 실행의 목적은 판매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만한 품질 수준의 기술 제품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다. 만드는 것에 대한 것은 일단 논외로 하고,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제품의 시장 궁합(Product Market Fit)을 찾아야 한다. 이는 특정 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실제 제품이다.


이 궁합에 대해 측정하는 기준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궁합을 찾지 못했는데도 제품의 규모를 늘려간다면 나중에 되선 어마어마한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 실행 단계에서 작은 단위로 결과물을 내 꼭 시장에 대한 반응을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에 대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보통 2~10년 정도에 해당하는 제품의 장기적인 목표를 말한다. 제품 조직으로서 회사의 미션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많은 훌륭한 제품은 제품 발견의 신속한 실험을 위해 프로토타입을 활용하고, 제품 실행 단계에서는 제품/시장 궁합을 성취하기 기대하며 제품을 만들고 출시하며, 이 과정을 통해 회사의 제품 비전을 달성해 나간다. 이는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중요한 원칙이다.


책을 통해 얻게 된 것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갑자기 이 책의 내용을 들고서 '당장 이렇게 일을 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일 것이다. 회사엔 내가 모르는 많은 이해관계와 암묵지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실제로 잘 진행되고 있는 제품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제품 관리자가 아닌 개발자이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1년 차(인턴기간 포함해서) 꼬꼬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인 성과가 아닌 제품에 대한 성과 말이다. 이는 내가 개발자로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이번을 계기로 제품 관리자(PM)라는 직군에 깊은 흥미가 생겼다. 나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훌륭한 제품 관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학습을 도전해봐야겠다는 동력 또한 얻게 됐다. 이제 해야할 것은 꾸준하면서도 의식적인 실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