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집중
코로나로 인해 너도나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 관리와 시간 관리를 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아주 쉽게 딴짓을 할 수 있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업무 처리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다들 느끼고 있지만 선뜻 말하지 못하는 재택근무의 단점인 '업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에 나도 프리랜서가 되면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지금도 겪는 중이다). 직장인의 아주 당연한 평일 8시간을 이제 스스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매번 결정해야 했다. 준비가 안되어 있던 나는 거의 한 달 동안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책 <초집중>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줬다. 책에는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과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설명되어있다. 그중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봤다.
저자는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각종 행동의 가치를 나타내는 선이 있다고 가정할 때, 원하는 가치에 가까워지게 하는 행동을 '본짓', 멀어지게 하는 행동을 '딴짓'이라고 정의한다. 직장인을 예로 들면 문서를 정리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계약을 따내거나 개발을 해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본짓이고, 일과 관계없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친구들과 무의미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딴짓인 것이다.
보통 직장인이라면 본짓을 하기 위한 최소 8시간이 매일 주어진다. 높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이 8시간의 인풋으로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내면 된다. 문제는 좋은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같은 8시간으로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인풋, 즉 8시간을 온전히 잘 쓰고 있는지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를 수많은 시간대로 세분화한 '타임박스형' 일정표를 만드는 것이다. 솔직히 8시간을 업무에 온전히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딴짓일 수도 있는 행동들(SNS 보기, 친구와 카톡 등)도 스스로 꼭 해야겠다고 느낀다면 '타임박스형' 일정표에 넣고 지키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언제 할지 미리 정하고, 실천하는 것' 이게 핵심이다.
나는 매일 전날 밤, 구글 캘린더로 내일 몇 시에 어떤 일을 할 건지 30분도 빠짐없이 정해 놓는다. 물론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오늘 일정을 조금 수정하고 다음날 그만큼 못한 일에 시간을 할당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생산성이 올라간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내 생산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량적으로 측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이 돈이 되는 게 눈에 더 잘 보이는 프리랜서로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인생을 살면서 무언갈 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무언갈 안 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본짓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보다 본짓을 방해하는 딴짓을 안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다. 특히 처음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나도 모르게 딴짓의 세계에 푹 빠져 해야할 일을 못할 위험이 높다.
그러면 어떻게 딴짓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딴짓과의 싸움에서 상당 부분은 외부 계기와의 싸움이다.
외부 계기는 내 주변에서 다양한 형태로 오는 신호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메일이나 뉴스를 확인하게 만드는 '띵'소리, 옆에 와서 말을 거는 동료, 시야에 들어오는 게임기 등이 있다. 이러한 외부 계기는 우리를 계획된 일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수행하다가 방해를 받으면 그로 인해 낭비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작업 속도를 더 올리고 그 대가로 스트레스와 불만이 커진다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선 주변에서 오는 외부 계기를 적절히 차단할 줄 알아야 한다. 책에 소개된 많은 외부 계기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를 추려본다.
자신이 딴짓을 많이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스마트폰가 주범일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살 지경에 다다랐지만 그만큼 우리의 시간을 무지막지하게 뺏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놈만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다룰 수 있다면 많은 시간을 딴짓에서 구출할 수 있다.
책에는 총 4단계에 걸친 방법이 소개된다.
1) 필요 없어진 앱 삭제하기: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앱이나 건강을 유지하는 앱은 남기고, 정말 필요한 앱이 아니라면 다 지우자.
2) 자주 쓰는 앱의 사용 방식 바꾸기: 대부분은 SNS, 유튜브 같은 앱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현실적으로 아예 안 쓸 수 없다. 저자는 대신 앱을 이용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쓰라고 말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타임박스형 일정표에 일정으로 넣으면 더욱 좋다. 핵심은 외부 계기에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는 것이다.
3) 앱들의 위치 정리하기: 사람들이 딴짓을 하도록 설계하는 앱인 트위터의 6번째 직원이었고 현재 커리어 코칭 서비스 Coach.me 창업자인 토니 스터블바인은 앱을 '핵심 도구', '희망', '슬롯머신'의 세 범주로 분류하라고 권한다. 핵심 도구는 교통, 위치 찾기, 일정 입력 등 평소에 수시로 수행하며 명확한 작업에 도움을 주는 앱을 말한다. 희망은 명상, 요가, 운동, 독서 등 시간을 들여 하고 싶은 일을 도와주는 앱을 말한다. 슬롯머신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일단 열면 정신없이 빠져다는 앱을 말한다. 스터블바인은 폰의 첫 화면에 핵심 도구와 희망만 두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슬롯머신 앱들과 조우하기 힘들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4) 알림 방식 조정하기: 모바일 마케팅 기업 카후나의 CEO 애덤 마식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알림 설정을 바꾸는 사람은 15퍼센트가 채 안된다고 한다. 외부 계기를 피하기 위해 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앱 개발자로부터 우리의 집중력을 보호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알림이 아니라면 다 끄는 것이 좋고, 그러기 힘들다면 방해 금지 모드라도 사용하자.
사무직 노동자는 하루 평균 100개의 메시지를 받는다고 한다. 건당 2분씩만 소요된다고 해도 다 합하면 하루 3시간 20분이다. 여기에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포함된다면 거의 업무 시간의 절반을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에 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재택근무 시대에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관심을 잡아먹는다면 스마트폰보다 더 심각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하루 중 메시지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T라고 하고, 받는 메시지 수를 n, 각 메시지에 쓰는 평균 시간을 t라 하여, T = n x t 라는 등식을 통해 메시지 소비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한다. 즉 받는 메시지 수를 줄이고, 메시지에 쓰는 평균적인 시간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받는 메시지 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보내는 메시지 수를 줄이면 된다. 받았으면 보답하고 싶은 심리가 워낙 강하다 보니 메시지를 받으면 밤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즉각 답장을 보낸다. 답장을 미루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소된다. 그래도 해소가 안된다면 시간을 정해놓고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해서 해결하면 된다.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지,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에 시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메시지에 쓰는 평균 시간을 줄이려면 메시지를 일괄 처리해라. 메시지를 확인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습관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똑같은 메시지를 보는 데에 시간을 엄청 많이 쓰고 있다. 메시지가 오자마자 보고, 답장을 쓰기 전에 다시 보고, 답장을 보내고 또 다시 본다. 오자마자 보는 것만 막아도 메시지에 쓰는 시간의 3분의 1을 절약할 수 있다.
회사에서 관리자급의 직책을 맡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하나 있다.
'요즘 회의가 너무 많아서..'
모 스타트업 PM의 업무 일정표를 본 적이 있는데 8시간 동안 1시간 빼고 다 회의가 잡힌 날도 있었다. 과연 7시간 동안의 회의가 실제 업무를 하는 것보다 가치 있게 쓰일 수 있을까?
회의의 목적은 다수의 합의로 유의미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단순히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 싫어서 회의를 소집해서는 안된다. 물론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쓰는 게 싫어서 회의를 도피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회의의 가치를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회의 소집자에게 두 가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회의의 안건을 정리해 배포하게 한다. 둘째, 자신이 고심해서 찾은 해법을 발제문으로 간략히 정리하게 한다. 핵심은 회의를 열려면 소집자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건과 발제문 작성을 의무화하면 회의 때 한층 신속하게 답을 찾을 수 있어 참석자들의 시간이 절약될 뿐 아니라 불필요한 회의는 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소집자뿐만 아니라 참석자들도 가치 있는 회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소집자가 배포한 안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미리 생각해두면 회의 시간을 합의를 하는데에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은 금이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더욱 와 닿는 문장이다. 돈을 잘 벌고 싶으면 내 시간을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타인과 고도화된 기술에 내 인생을 빼앗기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내 업무 퍼포먼스를 컨트롤할 순 없어도 내 시간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열심히 읽고 내 환경에 적용해도, 딴짓에 패배할 때가 아직도 있긴 하다. 집중과 시간을 지키는 건 그만큼 어렵다. 그렇기에 비대면 업무 환경이 점점 당연해지는 지금, 집중력과 시간관리 능력은 더욱 중요한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