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은 좋다. 이름도 예쁘다. 가양동, 하고 불러보면 동글동글하고 다정한 이름. 오르막 없는 평평하고 쭉 뻗은 길. 그리고 조금만 나가면 한강이 기다리고 있다. 아름답다.
한강을 따라 가양 1단지부터 9단지까지 아파트가 빽빽하게 심어져있다. 서울시 임대아파트의 1/3이 강서구에 있다고 한다. 한강을 끼고 있으면 무조건 떡상한다는 서울시 아파트 중에 이만큼 잠잠한 곳이 있을까 싶다. 임대아파트 비율이 높아서 그럴 거다.
잠잠하면 저평가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부동산 좀 한다는 사람들이 가양동을 눈여겨본다. 단군이래 마지막 서울 개발이라는 마곡지구가 바로 옆에 붙어있고, 한강도 끼고 있고, 지하철 9호선 역세권인데다 가양대교 건너면 자유로도 금방이다. 대형마트가 세 개나 있다. 나도 돈 있으면 가양동에 집을 사겠다.
강서구에는 주거빈곤층, 장애인 등 수급자가 많이 산다. 그만큼 복지 지출도 크다.
한편에는 임대주택과 장애학교 설립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으로 한몫 챙기려는, 그러니까 살고 있는 집이 있고 다른 집을 사서 시세를 높게 책정한 뒤에 팔아버릴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절대빈곤층도 엄청나게 많은 동네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축에 서서 가양동을 바라본다.
가양 1단지부터 9단지까지의 한강변을 달리며, 이 수많은 임대주택과 임대주택이 어서 재개발되기를 바라는 욕망들을 지켜본다.
임대주택에 공가가 나기를 기다리며 매일 LH, SH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확인하는 사람들과 부동산 시세 그래프를 확인하며 가양동이 얼마나 저평가되었는지, 마곡의 성장과 강북으로 통하는 지하철 개발로 인한 호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욕망.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다.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준도 못 되고, 임대가 아닌 아파트를 살 수준도 못 된다. 굳이 나의 욕망이라면 그 둘 중에 어느 것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거. 그래도 하나만 고른다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사람보다 아파트를 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 좋겠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니 부를 추구하는 건 어쩔 수 없겠다. 가능하다면 가양동에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불편하다. 서울의 축소판 같다.
한강과 지하철과 아파트,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개발하고 싶은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