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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성 Apr 09. 2017

왕의 길, 나의 길, 스웨덴 쿵스레덴 - 출발

40대 중반에 훌쩍 배낭 메고 홀로 떠난 행복했던 걷기 여행기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 6월 15일 (수요일)


첫째 날 일정: 인천공항 -> KLM 항공 -> 네덜란드 스키폴(Schiphol) 공항 -> 환승 -> 스웨덴 알란다(Arlanda) 공항 -> 기차 -> 스톡홀름 감라스탄(Gamla stan) -> 아비스코 (Abisko) 행 야간기차


회사 업무를 마치고, 회사 동료들에게 자랑 반, 우려 반이 섞인 인사를 하고 퇴근을 했다. 비행기는 6월 15일 0시 55분 출발. 국제선은 늦어도 출발 2시간 전에는 체크인(check-in)을 해야 한다던데 인천공항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녁 8시 35분이 막차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그리 명랑하지는 않다. 사춘기인 아들은 ‘무슨 일 있어?’ 하는 분위기이고, 어린 딸은 아빠를 오랫동안 (2주간) 못 본다는 생각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이런저런 마음에 여행을 허락한 아내는 우려반, 걱정반 (결국 모두 걱정이네?)으로 얼굴이 어둡다. 사실 공항까지는 아니어도 버스 타는 곳까지는 마중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러기엔 돌아오는 길이 너무 부담되었는지 우리 가족은 집 문 앞에서 아주 간단히 인사를 했다. 아마 아내는 엉엉 울었겠지… (남들이 보면 어디 이라크로 파병 가는 줄 알겠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내 마음도 그리 가볍지는 않았지만 기왕 떠난 걸음 어쩌겠는가… 잠시 시간이 지나니 이별의 분위기는 잊고 다시 여행의 설렘과 살짝궁 두려움을 만끽하는 나를 발견했다.
공항 가는 광역버스는 예정보다 살짝 늦게 도착했고 공항까지는 12,000원, 시간은 약 1시간이 걸렸다.
공항에 도착하니 21시 50분, 비행기는 0시 55분, 꼬박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체크인(Check-in)은 미리 인터넷으로 해놓아서 탑승권도 모바일 버전으로 갖고 있었고, 이제 이 무거운 배낭을 체크인해야 하는데 라이터, 보조 배터리 등은 배낭에 넣어 짐으로 보낼 수 없고 기내에 갖고 타야 한다고 하여 다시 짐을 정비했다. 큰 배낭 외에도 둘둘 말려 주먹만 하게 작아지는 작은 보조 배낭도 갖고 가서 거기에 중요한 것과 짐으로 못 부치는 짐들을 담았다. 전에 제주도 갈 때에 등산 스틱은 분실 우려가 있으니 기내로 갖고 타라고 해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끝이 뾰족한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되어 배낭에 단단히 고정시켜 짐으로 보내야 했다.

등산스틱이 단단히 고정되어있다. 뒤쪽에 있는 것은 보조가방


참고로 전에 중국 출장 때 그곳에서 경품으로 받은 보조배터리를 여행용 슈트케이스에 넣었다가 출국 심사할 때 짐에 문제가 있다고 따로 불러서 짐 다 풀고 보조배터리 꺼내서 기내로 갖고 탄 적이 있다. 여행 전에는 비행기로 절대 못 가져가는 것, 화물로 보내야 하는 것, 기내에 갖고 타야 하는 것을 미리 숙지하고 잘 구분하여 짐을 싸야 한다. 이번 스웨덴 트레킹 여행에서는 거의 대부분 야영을 할 것이고 직접 식사를 해먹을 것이기 때문에 휴대용 가스가 필요한데 가스는 절대로 비행기로 가지고 갈 수가 없다. 따라서 가스는 현지에서 사야 한다.
짐을 맡기고 출국심사를 하고 홀가분하게 면세점이 있는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관광으로 가는 여행이라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을 사기도 하련만 일종의 고행(?)으로 가는 여행이라 짐은 더 늘릴 수도 없어 그냥 윈도쇼핑만 하였다. 외국을 다녀보면 인천 국제공항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하고 여러 매장이 많은 공항도 없는 것 같다. 한밤중이라 공항 내에서는 여러 정비와 청소도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게이트(Gate) 17번 앞의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공항 무료 Wi-Fi를 통해 아내와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항에서의 출발 전 모습. 이때는 나름 깔끔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승객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비행기는 정시인 0시 55분에 정확히 이동을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Schiphol) 공항에는 현지시간으로 04시 40분 도착 예정으로, 한국과 시차가 7시간이 나니 한국시간으로 변환하면 오전 11시 40분으로 약 10시간 40분 비행이다.

처음 이용하는 네덜란드 KLM 항공. 깔끔하고 친절하고 편안했다.


비행기 좌석마다 있는 LCD를 통해 비행경로도 보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듣고, 식사도 하고,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잠도 자면서 긴 비행을 즐겼다.
가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다시 물어보았다.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지구는 자전을 하는데 한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갈 때가 빠를까,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가 빠를까?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경우, 비행기가 가만히 있어도 지구가 도니까 암스테르담이 저절로 가까워지는 거 아닌가? 아니면 지구가 도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니 급류를 거슬러 가는 것처럼 방해를 받아서 속도가 더 안 나게 되는 것인가?
거꾸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가는 경우는 비행기가 한국으로 가는 것만큼, 어쩌면 더 빨리, 혹은 더 느리게 지구가 도니까 비행기가 진행을 해도 한국이 멀어지는 것 아닌가? 아니면 자전의 방향과 비행기 진행 방향이 같으니 도움을 받아 더 빨리 가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게 맞는 것 같고 조금 생각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아마 술에 취했었나 보다... 지금 다시 보니 내가 너무 무식하다는 고백을 하는 것 같다... 하하하... (뉴튼 경 죄송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어쨌든 한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갈 때에는 지구의 자전과 반대 방향, 즉 해가 뜨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밤에 출발했으면 계속 밤이 유지되고, 낮에 출발했으면 계속 낮이 유지되고 시간은 오래 흘렀어도 시간 자체의 변경은 크지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 0시 55분에 출발해 10시간 40분을 비행했어도 암스테르담 도착 시간은 같은 날 새벽 4시 40분이 된다. 즉, 시계상으론 5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참고로 비행기에서 스마트폰과 DSLR, 손목시계의 시간을 암스테르담 혹은 스톡홀름 (두 도시 간의 시차는 없다)의 시간에 맞췄다.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DSLR로도 사진을 찍을 텐데 시간이 서로 다르면 나중에 찍은 순서대로 정렬이 되지 않아 매우 번거롭게 된다.

비행기에서는 두번의 식사를 했다. 한국 시간으로 따지면 한번은 야식이고, 또 한번은 아침인 셈이다.



길고 긴 비행이 끝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Schiphol)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 40분이다.

여기도 백야(White Night)가 있는지 그 시간에도 환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공항은 한산했고 면세점 등도 문을 연 곳은 별로 없었다.

네덜란드 스키폴(Schiphol) 공항에서의 새벽 풍경. 04시 58분


이곳에서도 입국심사인지 출국심사인지 여권 확인을 했고 그 검사자는 내게 왜 스웨덴에 가려는지 물어서 ‘나는 쿵스레덴을 간다. 그곳에서 하이킹을 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더니 도장 쾅 찍어주고 즐거운 여행 되라고 인사를 해주더라. 스키폴 공항의 느낌은 주황색을 좋아하는가였다. 전체적으로 주황색이 많았고 이는 월드컵 경기 때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을 떠오르게 했다. 공항에 내리자 이제야 유럽에 왔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 조각 같은 외모의 남녀가 공항을 자연스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스에서 온 가족 중 4살짜리 꼬맹이가 내 앞에서 혼자 장난을 치다가 자기를 봐달라는 듯이 내게 장난을 걸어와서 우리는 간단한 인사와 얘기를 하고 그 아이의 사진도 찍었다.

잘 생긴 그리스 꼬마. 커서의 인물이 기대된다.


네덜란드 공항에서도 공짜 Wi-Fi가 제공되었고 곳곳에 충전하는 곳이 있었다.


시간은 흘러 또다시 스톡홀름(Stockholm)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고 다시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 타는 비행기는 인천에서 탄 비행기만큼 크지 않았고 승객 중에 동양인은 없었으며 거의 대부분이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나만 홀로 동양인에 캠핑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륙 후 잠시 후에 나눠준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먹고 나니 착륙시간이 되었고 무사히 착륙을 했다.
짐을 찾을 시간이 되니 그동안 비행기 타고 오는 시간 동안 참 편했고 이제 제대로 여행 시작, 고생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짝 우려, 기대, 긴장, 걱정이 되곤 했다.
2주 동안 나와 동고동락을 할 내 배낭은 바로 나왔고 아무런 문제 없이 긴 여행 끝에 나와 만났다. 기내에 갖고 탄 작은 가방을 풀어 짐을 큰 배낭에 하나로 통합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배낭을 등에 메었다. 허걱… 많이 무겁구나…

이상한 건 스톡홀름(Stockholm)에서는 입국심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까 스키폴(Schiphol) 공항에서 한 것으로 충분한 건지...
스톡홀름(Stockholm)의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 사이를 비상하는 비행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렌즈에 담았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의 푸른 하늘과 창공을 나는 비행기


알란다(Arlanda) 공항에서 이따 기차를 탈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entral Station)은 연결되어있어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entral Station)은 무척 세련되었고 비행기와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도 가득했다.
배낭 메고 여기저기 다니며 물건도 보고, 가격도 보며 대충 물가를 살펴보았다.

Arlanda Central Station 내부 모습
북유럽의 신선한 샌드위치


시간은 오전 9시이고 이곳 알란다 센트럴에서 16시 24분에 기차를 타고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으로 가야 한다.
살짝 고민을 했다. 이곳에서 계속 있으며 (무려 7시간이나?) 여유 있게 기차를 타고 갈 것인지, 아니면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로 이동하여 관광을 좀 하다가 기차를 탈 것인지… 계속 생각이 왔다 갔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혹시 몰라 한국에서 찾아본 바로는 구시가지인 감라스탄 (Gamla stan)이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다고 해서 혹시 이동하게 되면 그곳을 가야겠다고 예정했었다. 감라스탄은 스톡홀름 센트럴에서 가깝고, 그곳에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것이고, 기차는 완행 (40분 소요, 135 KR)과 급행 (20분 소요, 280 KR)이 있는데 완행 표를 끊었다. (135 KR. 대략 2만 원)

완행은 40분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탄 것은 급행이었는지 20분만에 도착했다. (설마...)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 까지 가는 기차에서 내다본 창 밖의 날씨는 눈이 부셨다.

앞으로 접하게 될 쪽빛 하늘에는 비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이런 하늘도 감탄스러웠다. 그 당시 한국은 미세먼지로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 Station) 내부 모습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를 나오자마자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야 구시가지인 감라스탄 (Gamla Stan)이 나올까 몰라서 두리번거리니 어느 노신사가 어디서 왔냐며, 어디를 찾고 있냐고 친절히 물어보았고 감라스탄 (Gamla Stan)이라고 말하니 아주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감라스탄 (Gamla Stan) 까지는 걸어서 한 15분이면 도착하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 Station) 밖. 자전거가 엄청 놓여있다



감라스탄 가는 중에 있는 어느 광장. 이 옆길로 걸어가면 감라스탄이다



감라스탄 거리의 예술가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흔쾌히 OK 해주었다.


한국에서 본 감라스탄(Gamla Stan)은 빨간색, 주황색, 오렌지색 건물이 예쁘게 모여있는 사진이 대표적이었고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는 별로 관심 없이 발길 닿는 데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날씨는 참으로 화창했고 당시 한국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언제나 공기도 하늘도 뿌옇고 찌부드했는데 그곳의 공기와 하늘은 정말 너무 상쾌했고 부러웠다.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관광 투어를 홍보하는 사람, 강가에서 데이트를 하는 사람 등 모두가 그리 바쁘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나도 여유 있게 그곳을 한 바퀴 돌았다. 강인지 바다인지 호수인지 한적하고 아주 경치가 좋고 여유로운 물가의 벤치에 앉아 여행객의 여유를 오랫동안 만끽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고 마음에 급한 것은 하나도 없고 이것이 행복이구나 싶었다.
그곳 주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샌드위치 등을 사서 강가의 벤치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식당은 만원이었고 샌드위치를 파는 곳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빙빙 돌아 강가를 지나서 눈에 보이는 어떤 이탤리 식당의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정통(?) 유럽 파스타를 먹어보는구나 싶어 가장 대표적인 메뉴일 것으로 생각되는 첫 번째 파스타 메뉴를 골랐다. 물은 그냥 물 마실래, 스파클링 마실래? 하길래 공짜겠지? 돈 받으려나? 궁금해하면서 기왕이면 특이한 거!라고 해서 스파클링을 주문했다. 내 옆자리에는 미국에서 남녀 사촌이 함께 와서 피자와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 혼자 온 것을 보고 어디서 왔냐고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주었다. (마시던 와인잔도 빌려주면서 포즈를 잡으라고 조언을 하더군… 아주 유쾌했던 사촌들이었다.).

피클과 단무지가 없는 유럽 정통 파스타는 두입이 가장 맛있고 그 후로는 조금씩 질려가는데 이때부터 나의 파스타 사랑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쿵스레덴(Kungsleden)을 걸으면 대부분 음식을 해 먹게 될 테니 이렇게 푸짐하게 먹는 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식당은 유명식당인지 손님들이 가득했고 대부분 피자나 파스타를 먹었다. 낮인데도 와인을 곁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식사를 아주 맛있게 하고 받아 든 계산서에는 파스타 가격의 절반이 물 가격이었다. (저 사진의 물 한 병이 7,500원)

파스타 가격의 반이 물 값. 유럽에서 물은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그곳의 웨이트리스에게 영어로 ‘인터넷이나 사진, 엽서에서 봤다. 여기 감라스탄의 유명한 곳인 것 같다. 빨강, 주황색의 집들이 있는 예쁜 곳이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나?’라고 물으니 살짝 위쪽의 광장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골목을 따라 걸으니 바로 광장이 나왔고 그곳이 바로 그 예쁜 건물들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또한 노벨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명소인지 식당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유럽 식당에서 익숙한 거리 테이블이 가득했다. 이미 식사를 해서 식당은 스킵하고 광장 앞의 벤치에 앉아 역시 오랫동안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스톨홀름 감라스탄
노벨 박물관
감라스탄 광장의 예쁜 건물들
감라스탄 광장의 분수

그 광장 가운데에는 분수가 있어 물이 흐르던데 어느 누군가 그 물을 손을 대고 받아 마시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못 하는 광경인데 그 물이 마셔도 되는 물인지, 스웨덴에서는 보통 분수의 물도 식수로 가능한지, 마시기도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참을 쉬다 보니 시간이 흘러, 알란다 센트럴(Arlanda C)에서 아비스코(Abisko)로 가는 야간기차가 4시 20분 출발 예정이라 슬슬 역으로 가야겠다. 아까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나오면서 감라스탄을 다시 돌아보니 골목도 예쁘고 건물도 예쁜데 이곳으로 가는 길목은 상업화의 물결이 이는지 많은 공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북유럽의 디자인이 예쁘고 유명하다고 하던데 길을 걸으며 여러 액세서리점, 기념품점에 들어가 구경을 좀 했다. 정말 예쁘고 사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배낭 여행족이 물건을 구입하기는 엄두가 안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면세점에 비슷한 물건들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길을 나섰다.

감라스탄의 골목


감라스탄을 나와 다시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Stockholm C)에 도착한 것은 약 오후 3시이고,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에서 아비스코(Abisko)로 출발하는 내 기차표는 4시 20분 출발이고 그 기차는 현재 내가 있는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에서 출발한다. 애초에 스톡홀름 센트럴(Stockholm C)에서 탑승하는 것으로 예매를 했으면 고민이 없었을 텐데 처음 한국에서의 생각은 이곳 감라스탄에 올 생각이 없었고 혹시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하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 탑승으로 기차 예매를 한 것이다. 아비스코(Abisko)까지 가는 기차표의 가격은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 에서가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에서 보다도 거리는 가까운데 85크로나 (당시 환율로 약 13,000원 정도) 더 비싸다. 그 이유가 궁금하여 메일을 보내 물어보았는데 아래처럼 답메일이 왔다. (하루 만에 답변이 와서 감동받았다.)

“Travelers who get on and off trains at Arlanda Central Station pays a fee of 85 crowns.
The charge has no connection to the airport , but is about the use of the station and the railroad and how they were funded when they were built in the 1990s.
Therefore it is more expensive to travel to or from Arlanda”

위의 답변처럼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에서 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착하는 기차 편에도 추가 요금이 붙는다. (비싸다…)

현재 이곳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에서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까지 가려면 기차표를 추가로 사야 한다. (완행 혹은 급행)
그러지 말고 여기에서 바로 기차를 타고 아비스코 (Abisko)까지 가면 편하고 돈도 추가로 많이 들지 않고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에서 아비스코 (Abisko)까지 가는 내가 탈 기차도 이곳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에서 출발하니 이곳에서 바로 그 기차를 타면 가장 좋다.
방법은 그 구간만큼의 돈을 내거나…. 돈을 안 내고 무임승차하거나…

솔직히 말해서 무임승차의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걸리면 돈도 많이 내야 하고 국제적 망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탄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일단 그 구간만큼의 추가 비용을 내고 기차를 타도 되냐고 물었다… 안된단다… 이 사람들 융통성이 없다.
내 표는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에서 출발하는 표인데 추가 비용을 내고 여기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에서 출발하는 표로 바꿔줄 수 없냐고 했더니 내 표가 변경 불가 표라 안된단다… 이 사람들 정말 융통성이 없다.
저기 옆의 SJ 사무실이 있으니 거기에 문의해보란다.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에서 기차 출발은 4시 20분. 당시 시간은 3시 30분… 남은 시간은 50분.
시간은 점점 흐르고 스톡홀름 센트럴 (Stockholm C)에서 알란다 센트럴 (Arlanda C)까지는 급행의 경우 기차 시간만 20분이 걸린다.
여기에서 기차를 타면 최선이지만 그게 안된다면 기차 시간을 제외하고 30분이 남아있다. 약간이지만 도보 이동 시간도 필요하다…
SJ 사무실에 가서 순서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대기자가 20명이 넘고 이 사람들 일 처리가 여유롭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서 문의를 듣고 해결을 하나보다… 나 급하니 나 먼저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점점 초초해진다…
이제 남은 시간은 40분…

방법은 정말 두 가지.. 이곳에서 무임승차 아니면 돈 내고 Arlanda C로 가서 내 표로 내 기차 타기…

그냥 정석으로 하기로 했다…

Stockholm C에서 Arlanda C까지 20분 걸리는 급행 기차… 280크로나… 한국돈으로 약 42,000원… 헐…
입맛이 쓰다…

스톡홀름 C에서 알란다 C 까지 가는 급행열차 승차권. 280 SEK (42,000원)으로 엄청 비싸다.

표를 구입하고 승강장으로 가는데 표를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표를 대면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었다. 순간… 무임승차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잘했어… 잘한 거야…라고 스스로 위안을…

기차를 타고 가는데 바로 승무원이 지나가면서 표검사를 하더라… 하하하…

우여곡절 끝에 탄 Arlanda Express
다시 도착한 Arlanda C. 여기에서 야간기차를 타고 아비스코로 간다.

Arlanda C로 와서 다시 아비스코(Abisko)로 가는 야간기차를 기다리는데 기차가 연착되어 4시 50분에 탔다.

이래저래 맘고생, 몸고생 하고 돈도 많이 쓰고 여행 초반에 좌충우돌했다. 이게 새옹지마로 액땜이 되어 여행을 무사히 마쳤는지도 모르겠다. 후에 나오겠지만 여행 중에 사고의 가능성이 몇 번 있었다.


드디어 아비스코로 가는 야간 기차를 탔다. 저 왼쪽이 침대칸이다.
저녁 9시 27분에 해가 저렇게 떠 있다.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백야는 더욱 심해진다.


목적지인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에는 다음날 오전 11시 도착 예정이다. (18시간… 헐…)
내가 구입한 표는 6명이 함께 쓰는 침대칸 표이다.
낮에는 좌석으로 쓰고 좌석을 이리저리 접고 펼치면 침대가 된다. 그것도 3층 침대…
내 칸에는 영국에서 온 남자 여행자 (Kiruna까지 갈 예정)와 노르웨이까지 가는 스웨덴 노부부가 있었다.
각 나라에서 온 이 네 명이서 서로의 사는 얘기, 여행 얘기, 계획 얘기 등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도 하다가, 창 밖도 보다가, 나가서 식당칸에도 가다가, 책도 보다가, 간식도 먹다가,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외국인들을 보면 참 희한했던 게 책을 많이 보는데 그 책의 종이가 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책이 두껍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씨가 매우 작다는 것, 시끄럽거나 복잡한 시간, 공간에서도 책을 많이 읽더라는 것이었다.
이 노부부도 눈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 작은 글씨의 책을 그 침대칸에서 틈날 때마다 읽더라… 나 같으면 집중이 잘 안될 것 같은데 집중하는 훈련이 잘되어있는지…

나는 시차도 있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피곤해서 밤 10시쯤에 자리를 정비하고 3층 내 침대로 올라가 잠 잘 준비를 했다.
전기에 인심 좋은 스웨덴 답게 침대칸 머리맡에서 콘센트가 있어 휴대폰과 보조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자리에 누웠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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