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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성 May 09. 2017

스웨덴 쿵스레덴 여행기 - 4일 차 (1/2)

40대 중반에 훌쩍 배낭 메고 홀로 떠난 행복했던 걷기 여행기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경로: Alesjaure 전방 10km 지점 -> Tjäktja 전방 4km 지점

걸은 거리: 22km (아이폰 건강 App)

걸은 시간: 6:20 ~ 16:00

난이도: 하

강평: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면 편하다. 안전에 대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루의 생활이 극도로 단순해지고 있다. 

피곤하기도 하고 저녁에 특별히 할 것이 없어서 저녁 6시 ~ 7시면 잠이 든다. 이렇게 일찍 자니 새벽 3시경이면 일어난다. 하루를 계획하고 아침을 지어먹고 짐을 정리하고 새로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게 아침 6시 ~ 7시이다. 거리에 따라 오후 4시 ~ 5시까지 걷는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눈을 뜨니 새벽 2시 30분이다.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는데 새벽에 좀 잠잠해진 듯하다. 새벽이고 비가 내리고 있지만 백야라 대낮처럼 환하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따뜻한 참치죽이다. 지금처럼 비 오는 날에 제격이다

아침은 참치죽


맛있게 끓고 있는 참치죽. 소금도 없고 김치도 없이 이것만 먹었다. 훌쩍...


따뜻하게 배를 채워 든든하기는 한데 비가 내려 살짝 우려가 된다.

바람이 많이 불어 타프로 뒤덮은 텐트.


비바람이 부는 스웨덴 쿵스레덴


떠난 자리는 흔적없이... 아니 온 듯 있다 가는 게 캠퍼의 덕목


어제보다 흐리다. 비는 오다 말다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걸음을 멈출수는 없다.


출발을 하고 어느 정도 걷다 보니 안경을 안 쓰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다시 어이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눈이 그리 좋지도 않은데 안경을 안 쓰고 있음을 인식하지도 못했다니... 더 어이없는 것은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으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어제 자기 전에 텐트 안의 물품 넣는 작은 공간에 안경을 두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안경은 텐트 안에 있고 아침에 텐트를 싸면서 안경은 텐트와 함께 둘둘둘 말려서 저 배낭 아래에 메어져 있다는 것인데...

상상이 되었다. 부러진 안경테, 으스러진 안경알. 텐트에 여기저기 흩어져있을 안경의 파편들... 으...

정말 안경이 텐트 안에 있는지, 부서졌는지, 산산이 흩어졌는지 궁금하여 걸음을 멈추고 짐을 다시 풀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비도 오고 짐을 풀기가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체념하고 걷기로 했다. 

오늘 저녁에 텐트 칠 때 찾아보면 되겠지...



걷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발 두발 걷다 보면 어느새 풍경이 변해있고 좀 전의 풍경은 뒤쪽으로 까마득히 멀어져 있다.

안경을 안 쓰고 있지만 그리 불편함을 모르겠다. 공기가 깨끗하고 자연이 넓어 가까이 볼 일이 없어서 그런지 느낌상 안경을 쓰고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래서 안경을 안 쓰고 있다는 것을 출발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인식한 것인지도...


비가 내려 길이 끊긴 곳도 종종 나타난다. 우회를 하거나 돌멩이를 밟아서 건너야한다. 미끄러져 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항상 조심해야한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끝없이...


비가 내려 판쵸우의를 배낭에 뒤집어씌웠다. 볼품도 없고 비를 잘 막아주지도 못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하루빨리 배낭커버를 사리라 다짐한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가는 방향의 풍경과 돌아보는 풍경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지금은 6월 중순이다. 절기적으로 여름이다. 하지만 이곳은 겨울에 가깝다.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 옆이다. 모터보트는 7월 초부터 운영한다.


운영하는 시즌에 이곳에서 전화를 걸면 보트가 오나보다. 전화기가 있는지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전화기는 없고 쓰레기만 있다.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모터보트 타는 곳 옆에 있는 움막에서 찰칵!


누군가 이곳에서 불도 피고 담배도 피며 휴식을 취했었나 보다.


모터보트를 타는 선착장. 7월 초에는 북적북적하겠지. 안내서에 의하면 여기에서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까지는 5km 떨어져있단다.


가다가 본 어느 여행자의 텐트. 텐트가 참 예쁘고 견고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이 텐트의 주인공은 며칠 후 밝혀진다.


스웨덴 쿵스레덴 여름의 흔한 풍경. 한국에서 반팔을 입고 다녔던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격류에 파손된 다리가 곳곳에 있다. 이런 다리를 건너다가 물에 빠진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비가 오면 이런 나무길은 굉장히 미끄럽다. 거듭 조심해야한다.


쿵스레덴(Kungsleden) 흔한 풍경 (폭포)


가다가 힘이 들면 짐을 내려놓고 물을 끓여 커피나 차를 마셨다.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경쟁할 것도 없다. 그저 여유롭게 자연속에서 즐기면 된다. 즐겨야 한다.


이 물을 어떻게 건넜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발에 물을 묻히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힘이 들면 몇번이고 쉰다. 여유있게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지도...


조심조심... 이런 다리는 조심하면서도 후다닥 건넌다. 가운데를 지날때에는 다리가 휘청한다.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이런 물을 떠서 마셨다. 물은 더할나위없이 맑고 차고 달다.


3km면 대략 1시간 30분쯤 걸으면 도착할 거라 예상한다.


나란히 있는 텐트. 저 다홍색+노란색 텐트의 주인공에게는 몇번의 신세를 진다.


지금까지 몇 번의 개울을 건넜다. 철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돌멩이를 밟고 건너기도 했다. 급류에 길이 유실된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우회하던지 하여 지금까지 신발을 적시지 않고 물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런데,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에 도착하기 약 2km 앞에서는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문제의 그 급류. 상류로 가봐도, 하류로 가봐도 제대로 된 건널목이 없다. 급류에 나무다리가 휩쓸려 떠내려갔나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몇 번을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결론은... 발을 적시지 않고는 없다!이다.


하류 부분. 폭이 더 넓어지고 깊이는 더 깊어졌다.


마침 저 다홍색+노란색 텐트의 주인공이 양치를 하러 나왔길래 이 급류를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스웨덴 사람으로 강아지와 함께 아비스코(Abisko)에서 헤마반(Hemavan)까지 쿵스레덴 전 코스를 걸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어젯밤에 이곳에 도착해서 이곳에서 하루 자고 잠시 후에 이곳을 건널 예정이라 그도 아직 좋은 방법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고맙게도 발을 적셔가며 얕고 폭이 좁은 곳을 찾아주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최대한 발을 안 적시고 중간까지 가서 배낭을 건너편으로 던지고 가벼운 몸으로 길게 점프를 하는 방법과, 또 다른 하나는 그냥 쿨하게 발을 적시며 건너는 방법이었다. 내가 봐도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근데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만 이틀을 넘게 걸으면서 이렇게 발을 적시게 길이 되어있는 곳을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디엔가 제대로 된 길이 있을 것이라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지만 결국은 포기했다.

이제 고민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널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신발을 신고 건널 것인가였다. 이 문제를 갖고 고민하고 있는데 전에 봤던 여성 여행객 두 명이 도착했다. 그들과 함께 셋이 다시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결론은 어쨌든 적시며 건너는 것뿐이었다.

물살도 약하지 않고 돌멩이는 미끄러워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그냥 과감히 등산화를 신고, 물론 안에 양말도 신은 채로 물을 첨벙거리며 건너기로 했다.

내가 먼저 물을 건넜다. 나름 가장 폭이 좁으면서 얕은 곳을 찾아서 건넜다. 물은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웠다. 처음에만 망설이지 막상 첫발을 디디면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물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새로운 재미와 뭔지 모를 흐뭇함, 뿌듯함, 뭔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급류를 무사히 건너 뒤를 돌아보니 그 두 여행객도 내가 건넜던 곳으로 함께 건너고 있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급류를 건너는 두 여행객. 이들은 싱이(Singi)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갔다.


이 두 여성 여행객은 스코틀랜드에서 왔고,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Abisko Turistation)에서 니칼루옥타(Nikkaluokta)까지 여행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 셋은 급류를 건너고선 왠지 모를 즐거움에 깔깔대며 함께 웃었다.

그 둘은 등산화와 짐을 추스리기 위해 잠시 그곳에 머무르고 나는 먼저 출발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다시 발을 적실 수밖에 없는 급류를 발견했다. 아까보다 훨씬 규모는 작지만...

발을 적실 수 밖에 없는 급류...아직은 몰랐다. 이렇게 발을 적시며 걷는 것이 일상이 될 줄은...



이제 1.5km 남았다. 한시간도 안 남았다. 스스로를 독려해본다.


이 나무 다리 넘어 조그마하게 집이 보인다. 저기가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인 것 같다.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은 호수가 끝난 지점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은 돌이 많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드디어 Alesjaure STF Hut에 도착했다. 여러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어제 탤트래그렛(Tältlägret)에서 출발하자마자 5분 만에 돌을 밟고 중심을 잃어 크게 넘어졌었다. 오늘 알레스야우레(Alesjaure)에 도착해서 아~ 도착했구나~라고 속으로 되뇌며 등산 스틱으로 어딘가 땅을 디뎠는데 그 디딘 게 마침 어떤 돌멩이였고 그 돌멩이가 스틱에 밀리며 굴렀고 등산스틱은 툭하고 미끄러졌고 나는 정말 어~~ 어~~ 비명을 지르며 360도 회전을 하면서 돌과 풀이 뒤섞인 땅에 또 쿠당탕 넘어졌다.

또 역시 절로 'X 됐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얼핏 봐도 몸은 별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목에 매고 있었던 DSLR 본체나 렌즈는 깨졌거나 크게 손상되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거기에 있던 돌멩이가 그렇게 쉽게 튕겨나갈 줄이야.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중심을 잃고 대책 없이 빙빙 돌며 넘어질 줄이야. 그렇게 넘어졌는데 내 몸과 카메라와 렌즈에 전혀 손상 없이 멀쩡할 줄이야. 하늘이 도왔다. 바로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갈 뻔한 또 한 번의 위기가 별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아까 급류를 함께 건넜던 스코틀랜드 여성 여행자들은 잠시 후 도착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알레스야우레(Alesjaure)에서 한방!

나 홀로 여행이고 여행객이 많지 않아 남이 찍어준 사진이 별로 없는데 몇 장 안 되는 남이 찍어준 내 사진이다. 안경을 텐트 안에 넣고 짐을 싸버린 것 같다. 따라서 안경을 안 쓰고 있다.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에서 잠시 쉬며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할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http://blog.hangad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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