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 May 16. 2024

상큼함으로 중무장한 체육대회

너희들 정말 공부하나 만 빼주면 이렇게 멋있었던 거야?

일 년 중 완벽하게 바쁜 체육대회가 무사히 잘 끝났다.

하늘이 너무 맑게 이뻤고, 학생들은 또 왜 이렇게 상큼한지..

공부 안 하는 날이면 다들 표정들이 살아나서 청소년 본연의 상큼함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내가 평상시에 보던 아이들이 맞나 싶게 빛이 나도록 이뻤다.





나도 나름 중무장을 했는데.. 학생들처럼 상큼함은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계속 어렵지 싶다)

"내가 이 구역의 의료진이오!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나를 찾으시오!" 

라며 온몸으로 의료인력임을

맘 껏 뽐냈다. 


상큼함 대신 꺼내 입은 의료가운

작년에는 개회식 전부터 공황장애 학생과 우울증 학생이 이미 보건실을 장악해서

성화봉송도, 개회식도 전혀 보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마음이 아픈 학생들이 보건샘을 위해 주는 건지 조금 늦게 활동을 시작하여

개회식과 성화봉송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개회식 끝나자마자 일제히 활동을 시작하여 체육대회가 거의 끝날 때까지 보건실에서 쉬었지만..

  너희들이 마음이 편하다면 오늘은 보건실에서 편히 쉬어라)






드디어 체육대회의 꽃 계주가 시작되었다.

고등학생들이라 쭉쭉 달리기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어디 선생님 계주대회는 없나...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선생님 VS학부모 줄다리기 대회만 있을 뿐 계주는 없었다. (까비..)

뭐 설령 선생님 계주대회가 있었더라도 

가장 부상자가 많이 속출하는 계주에서 보건샘이 치료는 안 하고 뛰고 있다면

민원전화가 계주 속도만큼 불이 나게 울려댔을 것이므로 아쉬움을 살짝 눌러본다. 

보건샘 또 러닝 쫌 한다규~~ 나도 뛰고 싶다규~~





경기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고 

점심도 안 먹고 춤을 추던 대망의 댄스팀 공연이 시작되었다.

춤실력을 보니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다던 학생의 말이 꾀병이 아니었단 걸 한 번에 알았다.

걸그룹 보이그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파워풀한 춤실력이 정말 놀라웠다.

학생들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게 춤을 추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보건실 초초초 단골 남학생 성훈이(가명)가 아닌가?? 

와우!!  

"너 보건실 완전 단골인 거 알지?"  가끔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춤추는 거 보니까 여기저기 아플 만도 하다.

잔소리 그만하고  치료 잘해줘야겠다는 약간의 반성도 해본다.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걱정했던 체육대회가 무사히 끝난 후

비록 나는 하루종일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서

  디스크가 눌린 탓에 밤새 좌골신경통에 시달렸지만

맑은 날, 맑은 얼굴들의, 맑고 밝은 웃음들을 보니

나도 같이 상큼해지는 것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서운 체육대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