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에 대한 단순한 선형적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정책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인사, 예산, 지역사회 등 각 분야를 모두 이해하고,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사회 쟁점을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야 합니다. 공공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방법을 새롭게 만들고 공유함으로써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특히 지금 같이 지역과 계층, 직역, 세대를 넘어 첨예한 갈등사회에서 더 필요합니다. 의대증원, 연금개혁, 노사갈등, 이념격화의 문제가 지뢰밭처럼 사회 곳곳에 상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정부 혹은 상위기관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듭니다. 거버넌스시대입니다.
기존 커뮤니케이션 이론 역시 새로운 거버넌스시대의 갈등상황에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오며 진화했습니다. 정부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사안을 논의하며 해결점을 찾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하는 협의체입니다. 이곳에서 보도자료와 홍보소식지, 자치단체장 기고문과 백서를 발간하면서 공공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공공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려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축소판입니다. 자원을 배분하는 기획예산과(기획재정부),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자치행정과(행정안전부), 피부에 와닿는 민생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통과시키는 지방의회(국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입법과 행정, 예산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민생의 최전방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위기관리 능력은 아직 부족합니다. 제가 1년 반동안 몸담았던 경기도 00시청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시장의 황제수영과 관련해 경고 조치를 내렸고, 지역 언론사가 작위적으로 시장 업무추진비 기사를 쓰면서 언론 중재위원회로 불씨가 번졌으며, 출소자 재활시설 '금성의 집'이 경기도 00시에서 00시로 소리소문 없이 이전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주민소환까지 전개했습니다. 이밖에도 시장의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폐쇄 결정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이 검은 수의를 입고 시청을 불법으로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00시청 언론팀 주무관으로서 그때마다 보도자료, 기획보도를 작성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입니다. 쟁점(issue)이란 단순한 문제(problem)가 아니라 조직 신뢰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입니다. 경쟁, 갈등,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와 공중과 소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동이 그렇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봤고, 기초자치단체가 권력 투쟁이자 이해집단의 공론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00대학교 공공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들을 공부해 지방정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겠습니다.
이번주부터 대학원 석사 지원을 시작합니다. 두려움반 설렘 반으로 새롭게 시작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