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평가 아즈마 히로키東 浩紀에 따르면 근대 이전의 문화의 형태는 원본에서 가지가 뻗어 하위의 것이 창조되는 트리구조였던 반면, 1989년 냉전 붕괴 이후에는 다양 다종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되어 결합된 이종異種의 것이 하나의 창조물이 되고 이것이 다시 데이터가 되는, 원본과 사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웹 형태의 탈중심 문화로 이행된다고 하였습니다. 포스트모던 문화의 생성구조를 밝힌 이 글이 발표된 것은 2001년입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그의 예측은 이미 자연스러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인공지능의 창조방식이 포스트모던 문화의 생성구조와 매우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웹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웹에 유포된 이러한 결과물들이 또 하나의 소스가 되는 되먹임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결과물의 품질저하로 이어지며, 따라서 이것을 창조라고 부르기에 주저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인간이 하던 일을 빨리(하지만 엄청나게 빠르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전례 없는 컬처 쉬프트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명진보에 정해진 과정이 있다면 인공지능은 그 속도를 가속시키는 속도조절 버튼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스피드만으로도 우리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영화는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고 화면은 빨리 감기로 보는 듯 스쳐 지나갑니다. 그 끝이 해피엔딩이기를 바랍니다.
Church Architecture Image Created by DALL-E in 3 Words 20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