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한국인 최고 식재료 갈비
갈비는 ‘먹는다’하지 않고 ‘뜯는다’라는 전유동사를 따로 붙일 정도로 특별하다.
어쨌든 가축의 갈비 부위를 사용한 음식은 귀했다. 갈비찜은 ‘있는 집’ 차례상에나 올라가는 것이며, 혼례에 손님을 대접하는 갈비탕은 가히 국탕 중 제왕이라 할 수 있다. 갈비구이는 식생활의 호사 중 최상으로 꼽히는 요리로 지금도 최고로 군림하고 있다.
◊‘나는 조선의 갈비다’ 조선옥=대대로 소갈비를 구워 파는 노포이다. 을지로에서만 60년 이상 영업했다. 그야말로 옛날식이다. 식탁에 불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념한 소갈비를 주방에서 구워 접시에 담아 내온다. 숯불향이 깃든 양념소갈비는 그 맛 또한 딱 옛날식이다. 간장과 설탕, 맛술, 대파 정도의 향이 스민 고기는 달달하면서 짭짤하다. 칼집을 낸 고기는 씹는 맛도, 그 속에 감춰진 육향도 모두 좋다. 먹기에 좋게 가위로 잘라와 편하지만 겨울엔 빨리 식는다는 점에 아쉬워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또 연기 폴폴 나는 일반 고깃집처럼 음식 냄새가 옷에 밸 염려는 전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단일메뉴지만 곁들여내는 무국도 맛이 참 좋아 단조롭지는 않다. 중구 을지로15길 6-5. 3만8000원.
◊‘바다를 압도하는 소갈비 향’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부산 해운대에 한옥이 있고 이곳에서 소갈비 익어가는 냄새가 바다향기를 압도한다. 보통 부산에서 갈빗집하면 꼽는 손가락에 든다. 고기 좋기로 소문났다.칼집을 제대로 낸 갈빗살에 진간장 양념을 슬쩍 한 양념갈비 구이가 이집의 시그니처인데 선명한 분홍빛 생갈비도 좋다. 최고급 윗부분 뼈쪽 부위를 쓰고 칼집을 잘내 불이 잘 스민다. 숯을 가득 담은 화로 위 무쇠번철도 식욕을 돋운다. 투박한 무쇠번철 가운데는 투구처럼 불쑥 솟아나 뽕뽕 뚫려 직화로 고기를 구울 수 있고, 테두리는 세숫대야처럼 오목하니 양념국물을 가둘 수 있다. 두꺼운 번철의 복사열과 그 사이에 치솟는 숯불이 고기를 육회처럼 부드럽고 불맛도 잘 들게 한다. 사리와 된장도 맛있다. 사리는 갈비 국물에 익힌 감자면을 이른다. 갈비뼈를 가져다 다시 보글보글 끓여온 뚝배기된장 역시 예술이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2로10번길 32-10. 생갈비 4만8000원. 양념갈비 4만2000원.
◊‘라성에 가면 갈비를 구워줘요’ 을지로 성원식품=요즘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LA갈비 골목이 생기는데 그 시원이 된 집. 조그만 가게집에서 LA갈비와 각종 안주류를 내걸고 판다. 수입육이지만 그래도 소고기인데 삼겹살 가격과 비슷하다.양념에 구워낸 LA갈비를 따로 구워 접시째 담아주는데, 질기지않고 부드럽게 구워내는 것이 이집 인기의 비결이다. 양념도 강하지 않아 고기 본연의 맛에 살짜기 달달한 맛을 더한 정도다. 그리 짜지도 질기지도 않아 금세 한접시를 바닥낸다. 사실 LA갈비야 보통 집에서 먹는다는 메뉴지만 안주로도 썩 훌륭하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뼈에 붙은 고기를 입으로 뜯어내고 매번 손을 닦아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야 원래 다른 메뉴에도 있는 것이다. 대신 ‘갈비를 뜯었다’는 즐거움이 남는다. 중구 을지로20길 36 1만2000원.
◊‘백문이 불여일식’ 진고개 갈비찜=서울의 옛 지명인 진고개는 선비들이 살던 남산골을 부르던 지명이다. 비만 오면 진흙탕이 지는 고개라 진고개(泥峴)다. 내외국인에게 유명한 충무로 진고개(珍古介)도 근처에 있다.1963년 문을 열어 60년 가까이 영업 중인 노포 진고개는 어복쟁반과 게장 등 다른 메뉴도 알려졌지만 갈비 찜정식을 파는 보기드문 집이다.1인분에 한 냄비씩 제공하는 갈비찜은 얼핏 봐도 푸짐하다. 달큰하면서도 진한 간장 맛에 한약재 향까지 살짝 난다. 갈비찜은 삼계탕처럼 보양식 개념이니 약재 향이 오히려 느끼함을 걷어내준다. 서양의 스튜와 비견되는 갈비찜은 원래 전통 궁중요리로 대추와 황기, 생율 등 다양한 약재를 넣고 오해 쪄서 육질을 부드럽게 해서 먹는다. 달달하지만 딱 거슬리지 않을 만큼이다. 오래 조려내 보들보들 결대로 찢어지며 고소한 맛을 남긴다. 갈빗뼈에 바로 붙어있는 콜라겐 성분 막까지 부드럽다. 서울 중구 충무로 19-1 1만9000원.
◊‘뼈대있는 집안(?), 등갈비’ 다동 장안문=돼지 늑골에서 배쪽 삼겹살을 떼고나면 뒤쪽으로 남는 부위가 등갈비다. 보통은 목살이나 앞다릿살을 붙여 돼지갈비로 내는데 등갈비는 살짝 남은 고기와 뼈를 그대로로 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낼 수 있다. 뼈에 붙은 남은 살코기를 뜯는 재미가 있다. 외국에선 포크립(pork rib)이라 부르는 부위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국내 외식골목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다동 무교동에는 등갈비 골목이 있어 술꾼들은 즐겁다. 등갈비 구이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장안문은 이 골목 대표 점포다. 바깥에서 양념을 발라 직화로 초벌구이를 한 다음 불판에 올려준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양념맛에 존득한 고기가 입에 찰싹 달라붙어 식욕을 당긴다. 제법 튼실한 살코기를 발라먹고 뼈를 집어 요모조모 ‘뜯는’ 재미가 있다. 등갈비도 엄연한 갈비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9. 1만5000원.
◊‘고덕의 미식가’ 예산 고덕갈비=충남 예산에 갈비구이의 원형이 남아있었다. 맛의 갈라파고스다. 2대째 슴슴한 양념에 재워 구워내는 커다란 한우 갈빗대가 참 맛이 좋았던지 전국적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예전에는 누구나 그리 했듯 왕갈비처럼 크게 도려낸 갈비다. 양념도 전통식이다. 고기가 좀더 맛있을 정도로만 해서 슬쩍 재웠다. 연탄불에 커다란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올리고, 살짝 익으면 잘라내 한입에 쏙 넣으면 된다. 촘촘히 들어간 칼집이 고기와 불과, 손님의 소통을 책임진다. 수도 없이 움직인 칼이, 질긴 부위는 여들여들 씹히도록 도와주고 두꺼운 살코기 속으로 불 향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센 연탄불에 양념이 살짝 타들어가면서 풍기는 그윽한 불향은 비로소 젓가락을 부르는 신호가 된다. 고덕면 본점만 있다가 덕산온천, 대전, 서울에도 생겼다. 예산군 덕산면 덕산온천로 371-8. 3만2000원.
◊‘네 돼지가 금돼지냐’ 금돼지식당=본삼겹. 이름은 삼겹살인데 독특하게도 큼지막한 갈빗대가 붙어있다. 사실 돼지갈비에서 삼겹살을 따로 도려내지 않고 갈빗대와 함께 파는 부위다. 거의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위로 많은 마니아 층을 열광시키고 있다. 당연히 삼겹살의 기름진 맛과 돼지갈비의 고소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양념이 아닌 소금구이로 즐기니 고기의 참맛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두꺼운 고기를 통째로 이리저리 돌려 굽고(이집은 구워준다) 다시 한입 크기로 썬 다음 먹는다. 이때 젤리푸딩처럼 톡 터지는 육즙의 향연이 구현된다. 근래 서울 시내에서 가장 뜨는 고깃집으로 소문난 금돼지식당은 이제 돼지테리언(돼지고기를 유독 즐기는 사람)의 순례 명소가 됐다. 서울 중구 다산로 149. 1만7000원(170g)
◊파스타를 만난 갈비, 이태리식당= 매운 갈비 파스타로 입소문을 탄 집이다. 크림과 토마토, 오일 등 3가지 소스에 자체 개발한 매운 맛을 더해 파스타와 리조토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름처럼 그 안에 꽤 튼실한 소갈비가 2도막 들었다. 부드럽게 조리한 갈비가 넓적한 생면과 매콤달콤한 소스에 퍽 어울린다. 이탈리안 리볼리타(ribollita)와 같은 맥락이다. 포크로 갈빗대의 살점을 슬쩍 긁어 파스타와 함께 맛보면 딱이다. 갈비는 슬슬 부서질만큼 부드럽다. 면과도 고루 잘 섞여서 좋다. 매운 소스는 조절할 수 있는데 2단계가 신라면 정도의 맵기다. 매운 것을 찾아다니는 ‘맵부심’ 강한 이라면 그 이상의 단계를 주문할 수 있다. 양도 제법 푸짐해서 한끼 식사로 흐뭇한 포만감을 준다. 파주시 가람로21번길 51-10 1층 1만4900원.
◊갈비요리의 원조는 찜, 낙영찜갈비= 갈비찜이 아니라 찜갈비다. 한자를 쓰기 좋아하는 영남 ‘양반식’ 명칭이다. 대구 찜갈비는 갈비를 재료 삼아 매운 것을 선호하는 지역 특유의 입맛 대로 찌고 조려낸 음식이다. 여느 갈비찜처럼 달달한 간장 소스가 아니라 매콤한 고추장을 곁들였다. 대구시청 인근 동인동에는 찜갈비 골목이 있다. 이중 낙영찜갈비는 수입산 찜갈비와, 한우 찜갈비 두 종류를 판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뒤집어 쓴 찜갈비. 부드럽지만 두꺼워 씹는 맛은 살았다. 먼저 매운 양념이 입속을 한가득 채우고 우물우물 씹자면 고소한 갈비 육즙이 죽죽 배어나온다. 양념 국물마저 아까워 밥에 쓱쓱 비벼 먹게된다. 간장 양념 갈비찜보다 매콤해 느끼하지 않다. 칼칼하고 시원하게 끓여낸 갈빗살 찌개도 곁들이면 미각의 만족감이 더하다. 대구시 중구 동덕로36길 9-17. 수입육 1만8000원 한우 2만8000원.
갈비구이라 하면 소갈비가 기본 개념이었지만 워낙 고급 음식으로 명성이 높았던 덕분에 대중들은 갈비 이름을 아무 재료에나 갖다붙이기에 이르렀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나 먹지 못하던 갈비가 대중화된 계기였다. 그나마 소갈비처럼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는 그나마 낫다. 양념과도 전혀 상관없는 닭갈비, 심지어 고등어를 구운 고갈비까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