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인, 혼자가 편한 밤

야쿠인 야키토리 야시치

by 덴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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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며 호텔에서 쉬고 있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후 미션을 수행하듯 먹고 또 먹었던 하루. 뱃속은 더 이상은 무리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고, 입맛도 이제는 사라져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생각도 들었다. 두어 시간 눈을 붙여 체력이 회복되고, 캬베진의 효과로 속이 편해지고서야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설 수 있었다.


하카타역에서 나나쿠마선을 타고 와타나베도리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1일권으로 이용 가능한지 확인했을 만큼, 나나쿠마선은 낯선 노선이었다. 보통은 공항선만 타도 충분했고, 와타나베도리나 야쿠인 같은 지역은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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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쿠마선은 낯설었지만 동네는 익숙했다. 버스를 타고 수없이 지나다녔기에, 여기서부터 스미요시 신사를 거쳐 하카타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눈에 훤했다. 다만 이 동네의 골목 안쪽으로는 와본 적이 없어 지도를 더듬어 찾아가야 했다. 텐진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은 이곳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특히 술집들이 늘어선 골목은 술을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 더욱 올 이유가 없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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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야시치'를 찾았을 때,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돌아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 '두 번은 오지 않을 테니, 얼른 먹고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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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석의 코너에 앉아 양옆으로 앉은 일본인 그룹들의 수다에 약간 위축된 채 메뉴판을 살펴봤다. 메뉴 상단의 440엔 테이블 차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메뉴판에 '그 메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래서 직원을 불러 소심하게 물어봤다.


"치즈두부(チーズ豆腐) 있나요?"

"네"

"하나 주세요."


그리고 메뉴판의 왼편 최상단,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있는 네 가지 닭 메뉴들도 함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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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에 젖어 칼피스 사와를 하나 주문했다. 그렇게 강한 술은 아니지만, 7~8년 만이었다. 선언적으로 술을 끊은 적은 없었다. 언젠가 음주 후 다음날 좀처럼 몸이 회복되지 않는 게 싫어 자연스레 멀리했을 뿐. 속으로 '칼피스 사와 정도면 괜찮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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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치즈두부가 나왔다. 정확한 메뉴명은 자가제 치즈 두부(自家製チーズ豆腐). 곁들여 나오는 빵은 히라오(平尾)에 위치한 베이커리 하카타(ベーカリー ハカタ)에서 만든 소프트 프랑스빵(ソフトフランスパン)이다.


바삭한 빵에 부들부들한 치즈두부를 올려 한입에 넣었다. 이 둘을 어우러지게 하는 꿀의 존재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맛의 화룡점정이었다. 칼피스 사와를 한 모금 마시며, 출발 전과 입장 전의 모든 고민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란 계산적이라 경제적 이익이든 개인적 만족이든 충족되는 부분이 있어야만 움직인다. 나 역시 '여행 와서 시간이 남았는데 움직이지 않는 건 손해'라는 생각에 나선 길이었다. 그런 복잡한 계산 끝에 고작 치즈두부 하나로 모든 것이 보상받았다고 생각한 사실이 우습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꼬치들과 함께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주변의 소음이 더는 나를 방해하지 못했다. 둘러보면 모두가 자신들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맛있는 안주에 술을 곁들이면 같이 오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지만, 아니었다. 이 자리는 앞으로도 혼자가 편할 것 같았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때는 조금 더 구석진 자리에 앉고 싶었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잔을 비우고 가게를 나섰다. 골목에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지만, 큰길로 나오니 비교적 한적했다. '술기운'이라 부르기엔 미미한 이 기분이 이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길 건너편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가야 할 곳이 떠올랐다. 그리고 유유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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