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라는 이름의 요행

'운'의 실체와 노력의 배신

by 덴덴마스터

규격 외 성공의 제1 요소


서점 매대에 깔린 성공학 서적들은 경제적 풍파가 몰아칠 때마다 주기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재생산된다. 마치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인 것처럼 독자를 가스라이팅하는 서문을 지나면, 저자들은 규격 외의 성공을 거둔 이들의 사례를 들며 그것이 유일한 길인 양 설파한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문구는 책을 팔아야 하는 세일즈맨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수사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누군가의 거대한 성공은 수만 명의 실패를 자양분 삼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가능하다'는 말은 공공연한 사기에 불과하다.


작은 성취는 적절한 교육과 규칙의 인지, 그리고 작은 운이 따른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책이나 강의는 작은 성공으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기에 항상 '거대한 성공'을 예시로 든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한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성공은 개인의 노력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운과 시대적인 흐름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설계한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서 도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개인의 궤적이 시대의 흐름과 완벽하게 맞물리는 최상급의 운이 수십, 수백 번 반복적으로 따라줘야만 완성되는 서사다. 즉, 규격 외의 성공은 인간이 선택하거나 설계할 수 없고, 시대가 그를 선택해야만 나타나는 결과다. 이를 포장해서 팔아야 하는 이들은 '설계와 노력의 결과'로 찬양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운 좋게 맞아떨어진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요행의 산물이다.


시대의 기류


이 거대한 '요행'을 겪은 이들 역시 당연하게도 자신의 성공이 단지 '운'으로 치부되길 원치 않는다. 결과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노력하고 실행했기에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실력으로 비치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고행을 과장하거나 만들어내면서까지 시대가 만들어 준 파도를 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오히려 어려운 시대를 역행해 이를 해냈다는 성공 서사를 써 내려간다.


이 서사들은 공통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개인의 고행, 그리고 이를 이겨낸 자신의 재능과 성실함을 새겨넣으려 노력한다. 일시적 성공이 만들어 준 아우라를 토대로 자신의 서사를 완결 짓고, 이를 통해 영원히 기록될 전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역사에 '만약(If)'을 넣지 못한다는 맹점을 이용해, 그 어느 시대에 태어났어도 성공했을 것처럼 성과를 포장해 나가는 것이다.


노력이 배신하는 이유


거대한 성공 서사에서 '시대의 흐름'이라는 전제조건이 감춰질 때, 반복된 행운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둔갑한다. 이 속내를 모르는 독자들은 이를 종교처럼 추종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맹목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흐름이 바뀐 시대에 과거의 성공 모델을 답습하는 노력은 그저 '성실한 삽질'일 뿐이다. 책이나 강의는 인내 끝에 올 달콤한 열매를 약속하지만, 시대가 맞지 않는 노력의 끝에는 대개 무의미한 결과만이 남는다. 실력이라 믿었던 것들이 시대의 흐름이 끊기는 순간 한낱 '잡기'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기이하게도 평생 성공의 비결을 설파하며 사는 작가과 강사들이 있다. 정작 그들 자신은 성취를 이루기보다 성공 비결을 판매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성공을 팔면서 본인도 진짜 성공을 거뒀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대다수는 성공 근처에도 가지 못했으면서 성공을 판다. 흔히 투자 사기꾼들에게 "그렇게 좋은 정보면 혼자 투자해서 돈을 벌지, 왜 남에게 알려주는가?"라는 논리로 반박한다. 같은 맥락으로 그렇게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혼자 성공해서 우뚝 서면 될 일이지, 남에게 강의료를 받으며 가르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남을 가르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해당 분야에서 성취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성공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종종 성취 없이 가르치려 든다. 그들은 쉽게 인생과 세상을 논하고 방법을 제시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사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때로는 단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성공한 자'로 간주하고 남을 가르친다. 그렇기에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부(富)를 축적했는지 그 실체가 단지 운 좋은 '타임어택'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냉정히 들여다봐야 한다.


주사위의 역설


시대의 흐름은 계속 바뀌고, 그 방향은 예측할 수 없다. 한 시대의 능력으로 칭송받던 것들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고, 견고했던 모래성은 단 한 번의 파도에 휩쓸려 나간다.


진짜 실력은 운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증명된다. 운이 지독하게 없었음에도 살아남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실력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진짜 실력자들은 자신은 운이 없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운이 따랐던 부분은 숨기기 바쁜 것이다. 그렇게 운 위에 세워둔 자아는 늘 위태롭게 흔들린다.


요행은 실력이 아니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갈구하고 있다. 언젠가 운을 맞이하고 내 능력인 양 멋지게 포장할 순간만을 기다리며, 우리는 오늘도 시대가 잠시 빌려준 주사위를 계속 굴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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