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함이 아니라 현실이므로...
살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위해
배고플 아이들을 위해
그래도.... 밥과 물을 챙긴다.
너에게 밥을 챙겨주고 따뜻하게 안아 줄 생각으로만 집을 나섰던 내게
딱딱하게 굳은 너의 몸을 감싸 줄 그 무엇도 없었다.
몸에 묻은 돌들과 진흙을 떼어내고,
물에 젖은 나뭇잎을 몸에서 떼어냈다.
하우스 안에서 종이가방을 찾아 네모나게 잘라서 너를 감쌌다.
숨숨집 앞에서 다리를 뻗고 가만히 누워있는 너를 수습해
비가 들지 않는 곳에 조용히 눕히고
다른 아이들이 먹을 밥과 물을 챙긴다.
비오는 밤에
엄마없이 혼자 추웠지..
외롭진 않았니...
많이 아프진 않았니....
머릿속은 멈춰버린 것도 같고,
복잡한 것도 같지만
팔은 캔을 따고,
물을 채운다.
눈꼽이 굳어버려 눈도 제대로 못뜨던 아이.
눈꼽을 떼어주고, 안약을 넣고 항생제를 부지런히 챙겨먹였던 아이.
핥아줄 엄마가 없어 항상 응꼬에 응가를 덕지덕지 붙이고다녀
볼 때마다 닦아주던 아이.
손등에 짤아준 츄르를
"냠냠"소리를 내며 먹던 아이.
무릎에 누워 게슴츠레한 눈으로 골골송을 부르던 아이.
그런 너를 작은 종이에 싸서
비가 들지 않는 곳에 눕혀 놓고,
나는 다른 아이들의 밥과 물을 챙겼다.
다른 배고픈 아이들은 먹어야 하니까..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현실은 살아내야 하니까..
우리 농장에서 눈병이 심하게 생긴 아기 길냥이를 발견했고,
엄마 냥이는 보이지 않았다.
온몸으로 경계심과 공포를 뿜어내던 아이를 남편과 힘들게 구조해서
약을 먹이고 치료를 해주었다.
며칠 동안의 보살핌으로 우리에게 확실하게 곁을 내주며
막내노릇을 하던 아기고양이가 오늘 오전에 갑자기 차갑에 식어있었다.
상처는 없었고, 근처 다른 농장에서 뿌린 농약이 묻은 음식을 먹은것 같았다.
비에 흠뻑 젖어있는 아이를 수습했다.
더 자주 와봤어야 하는데..
더 오래 머물다 갔어야 했는데..
일요일에 닭고기 삶아서 먹이려고 했는데 더 빨리 줄걸...
오늘 쓸데없이 폰으로 시간 보내지 말고
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집에 있는 두 강아지 핑계 대지 말고,집에 데려 갔으면 괜찮았을까...
죄책감과 슬픔과 먹먹함이 밀려왔지만,
농장으로 밥을 먹으러 오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비어있는 사료통과 물통을 채워야 했다.
언제나 현실은 눈앞의 일이고,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