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줄기 반찬을 했다.
나의 사랑은 단순하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사람도 좋아하는 반찬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낯선 이 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아니라 나의 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드는 것.
그 단순한 마음이 사랑이다.
다듬고 데치고 볶아 음식을 하고,
그릇에 담아내고,
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
그 단순함이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복잡하지 않고
거창하지 않지만
그러한 단순함에도 순간순간,
나는 가득 채워진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지난 드라마의 쇼츠 영상에서
최애 배우중 한 명인 손석구 배우가 고구마줄기 반찬을
젓가락 가득 집어 입으로 가져가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았다.
그 순간, 손석구 배우의 얼굴은 사라지고
남편이 고구마줄기 반찬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도 고구마줄기 반찬을 아주 좋아한다.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년 전 아는 분이 밭에서 가져온 거라며 생고구마 줄기를 한 움큼 주셨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반찬을 만들다 껍질을 까면서 식겁한 이후로 그 반찬은 우리 집 식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남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 졌다.
껍질을 까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웠는지 새삼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그래도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그 기억을 눌렀다.
'엄마의 레전드 가내수공업.'이라는 큰딸의 말을 들으며 한 시간 동안 껍질을 깠다.
그리고 식탁에서 사라졌던 반찬이 다시 올라왔다.
젓가락으로 가득 집어 입으로 가져가 따뜻한 밥과 함께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면서 나의 마음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나는 말했다.
"자기야, 또 해줄게."